▣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3-인천상륙작전, 공산화될 뻔한 위기의 순간을 역전 시킨 역사적 작전

영광도서 0 1,905

맥아더는 다시 회복한 남한 지역에서 어린 한 병사에게 "자네 왜 후퇴하지 않았나?"라고 묻는다. 그러자 병사는 "상관의 후퇴명령이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맥아더는 그에게 말한다. "그래 자네가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말해보게," 맥아더의 말에 젊은이의 대답은 "적들과 싸울 수 있게 총과 탄약을 주십시오."였다는 것, 맥아더는 "그 이후 난 결심했지. 그 아이의 나라를 꼭 지켜주겠다고.......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나의 피부를 주름지게 만들지만 이상을 버린다는 것은 나의 영혼을 주름지게 만든다네."라고 말한다. 이 장면이 이 영화를 만든 주된 이유일 것이다.

 

사람은 많이 알면 알수록 영악스럽다. 세상을 알면 알수록 보다 이기적이다. 이것저것 계산을 한다. 순수하기보다 음흉스럽다. 때문에 민초들은 왕장 찬 이들에게 속고, 완장 찬 지도자들은 민초를 이용한다. 그러니까 아는 것은 죄를 낳고, 무지는 악을 보호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현명함이 필요하지만 배움 속엔 편견이란 어리석음이, 무지엔 세뇌란 어리석음이 들어 있으니, 둘 모두 악을 안고 산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왜 이렇게 평가가 다를까? <인천상륙작전>, 이 영화처럼 극과 극의 평가도 드문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편견을 갖고 영화를 보는 이들, 아니 어쩌면 확증편향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기왕 보았으면 건질 만한 것 있으면 건지면 된다.

 

 

STILLCUT 

 

 

 

영화를 보러 갔다. 소문 듣기로는 맥아더 장군 이야기, 그의 전설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다. 실제로 보니 맥아더 장군이 주인공이 아니라 특수 임무를 띤 장학수와 오직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싸우다 사라진 무명용사들의 이야기였다. 5000분의 1의 확률이라는 인천 상륙 작전, 만일 목숨을 걸고 물밑작전에 임한 겔로 부대원들이 아니었더라면 인천상륙작전은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단 한명만 살아남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 맥아더 장군의 지시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는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수행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많은 시민들이 공개처형을 당한다. 무리한 작전일 수 있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려는 맥아더의 저의를 내부에서도 의심한다. 그가 작전에 성공하여 대통령을 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맥아더는 그들에게 정치인은 전쟁을 모른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 되려고 인천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서, 50년 동안 왜놈이나 나치 잡은 내가 그딴 짓을 왜하냐?"라고 되묻는다.

 

같은 상황이지만 그 상황을 해석하는 눈은 극명하게 다르다. 맥아더는 이 전쟁을 끝까지 하려는 의도를 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는 나이 어린 한 병사에게 "자네 왜 후퇴하지 않았나?"라고 묻는다. 그러자 병사는 "상관의 후퇴명령이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맥아더는 그에게 말한다. "그래 자네가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말해보게," 맥아더의 말에 젊은이의 대답은 "적들과 싸울 수 있게 총과 탄약을 주십시오."였다는 것, 맥아더는 그때 결심했다고 한다. "그 이후 난 결심했지. 그 아이의 나라를 꼭 지켜주겠다고.......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나의 피부를 주름지게 만들지만 이상을 버린다는 것은 나의 영혼을 주름지게 만든다네."

 

 

 

STILLCUT 

 

 

 

장학수는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한다. 소련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북한 장교로의 위장이다. 그가 떠날 때 그의 어머니는 "너는 내 아들이다. 전쟁터에 나가 있든지 멀리 있든지 어디 있든지 나는 너의 옆에 있단다." 이렇게 말하며 마음을 달랜다. 그의 임무는 인천 내 동태를 살피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 그는 치밀하게 위장하고 북측의 림계진의 조력자인 것처럼 활동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림계진이 그의 정체에 의심을 갖기 시작한다.

 

한편 가족을 둔 무명의 용사들이 조국을 지키겠다고 가족을 떠난다. 바다에 깔린 지뢰정보를 캐내기, 월미도의 등댓불을 켜기, 그것이 그들의 임무다. 그것이 상륙을 돕는 일이고, 그 신호는 상륙작전 개시다. 그 등대를 지금은 북이 지키고 있다. 우선 그것을 어떻게든 차지해야 한다.

 

"동무도 이번 기회에 당성을 증명하시오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지 않소?"

 

공산당 그들의 허울은 좋다. 림계진은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공산주의가 왜 나쁜 거냐? "라고 묻는다. 그러자 최석중은 "니들은 생각이 다르면 다 총으로 쏴서 죽이잖아."라고 반문한다.

 

장학수는 행동으로, 무명용사들은 오직 조국을 위한 일이라니 순순한 마음으로, 최석중은 북의 위선적인 이데올로기에 염증을 느껴서 내부의 적으로 이 작전을 돕는다.

 

 

 

 STILLCUT

 

 

림계진이 최석중의 정체를 알아내면서 장학수의 정체도 눈치 챈 듯하다. 지금까지는 서로가 목표가 다르고, 진영이 달랐으나 지금까지는 동지인 것처럼 서로 행동했다. 장학수의 위기다. 정체가 발각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장학수’와 그의 부대원들은 전세를 바꿀 단 한 번의 기회, 단 하루의 작전을 위해 인천상륙 함대를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임무에 나선다. 장학수는 마지막일 수도 있을 순간 시장에서 어머니를 몰래 지켜보고는 임무를 완수하러 떠난다. 그 임무를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운다. 결국 그리운 어머니를 보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최후까지 임무완수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다.

 

 

 

STILLCUT 

 

 

 

역사를 바꾼 비밀 연합작전 그들은 그 역사의 순간에 숨겨진 공로자들이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한다. 맥아더 장군의 "그 이후 난 결심했지. 그 아이의 나라를 꼭 지켜주겠다고......" 이 말이 미화되었든 그렇지 않든 영화에서 소개하는 말들로만 본다면, 그의 이 말은 미국을 대변하는 가치관이다.

 

미국, 그들은 우리의 우방인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면 우방이다. 미운 면이 없는 건 아닐 테지만, 그들의 민족성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그들은 경찰국가라는, 지구를 지키는 파수병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교육 받으며 성장한다. 하여 그들은 스케일이 우리보다 큰 것만은 확실하다. 그야말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가치관을 교육 받는다. 덕분에 그들의 영화는 스케일이 남다르다. 지구의 종말, 지구를 지키는 미래 영화 등, 차원이 다른 영화를 만들 줄 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행동주의작가 헤밍웨이의 전생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거의가 미국인들이다. 그들이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전하여 목숨을 바쳐 싸운다. 이것이 그들이 가진 세계국가로서의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일 것이다. 그들이 처음 국가를 세울 때 가진 청교도정신이 많이 오염된 것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아직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는 자존감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런 점에서 그들에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하지 않으랴.

 

장학수가 실존인물이 아니라 해도 그 당시에 참전했던 우리 국군 또는 게릴라전을 벌였던 이들은 어떤 의도보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그들의 활약,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키려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분들은 최악의 시대에 태어나 최고로 힘든 삶을 살았다. 그 분들이 있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결국 다시 갈라진 남과 북, 그것도 모자라 남에서는 이념논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동서로, 진보와 보수로, 이렇게 저렇게 갈려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조국이 위험하니 그냥 순수하게 목숨 바쳐 싸우다 죽어간 그분들에게 미안했다. 한편으로 그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저 상황에서 나는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말로만의 애국은 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애국은 힘들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목숨 바쳐 애국하기,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부끄럽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