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 갓 오브 이집트, 신에게도 사람에게도 사랑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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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억하는 자는 극소수다. 너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니라."

 

영화의 시작이다. 오랜만에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 기대했는데, 인터넷 영화평은 별로였다. 하지만 신화를 강의하노라면 어떤 영화든 봐야 하기에,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오면 어느 영화든 가능하면 본다. 신화란 상상의 산물이기에 현실과는 전혀 다른 면이 많다. 그럼에도 신화의 이면의 메시지는 인간을 향한다. 우리 삶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것이다. 때문에 신화를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기대 이상으로 건질 게 많은 것이 신화영화다. 기대 이상으로 즐겁다. <허쿨리스>보다 훨씬 스케일도 크고 짜임새도 있다. 공도 많이 들였다는 인상이 든다. 긴장감도 있고, 흡인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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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 라, 항상 악의 무리인 어둠과 싸워야 하는 태양신 라에겐 두 아들이 있다. 큰아들은 오시리스, 작은아들은 세트이다. 오시리스는 아버지로부터 나일강 유역의 기름진 땅을 다스릴 권한을 얻는다. 그는 위대한 왕으로 인정을 받는다. 반면 작은아들 세트는 원하지는 않았지만 황량한 사막으로 내보내져서, 그곳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막을 넘어오게 한다.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는 하늘을 책임 맡은 신인데, 이제 아버지로부터 이집트의 왕의 자리를 물려받을 참이다.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여 사자를 42마리나 잡았다는 그는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사랑한다.

 

다른 한편 인간 여자인 자야는 오시리스를 절대적으로 신봉한다. 자야와 맥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한다. 신들의 싸움의 중간에 낀 자야와 맥은 신들은 제대로 못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 이들의 사랑, 사랑의 힘은 인간을 신보다 강하게 만드는 위대한 무기다. 지고지순하며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이들은 신들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로 나아간다.

 

호루스를 위한 대관식이 열린다. 자애로운 왕 오시리스가 백성들 앞에 선언한다.

 

"부자의 제물이나 가난한 자의 선물이나 죽음 앞에 이르면 같은 것이니라. 마찬가지로 부자의 제물과 가난한 자의 제물은 죽음 앞에서 저울에 달릴 때 같은 것이 되게 하는 것이 내 유산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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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이 끝나고 호루스가 왕관을 쓰려는 순간, 이제 막 사막을 건너온 세트가 대관식에 참석한다. 그는 조카를 위해 선물을 가져왔다며 호루스에게 내민다. 뿔 자체의 나팔이다. 세트는 호루스에게 뿔나팔을 불어보라고 한다. 호루스는 삼촌의 말에 따라 나팔을 분다. 그런데 그것은 축하의 나팔이 아니라 세트가 동원해 온 막강한 사막의 군대를 부르는 소리였다. 호루스가 끝고 온 군대가 궁내로 전진한다. 자신만만한 세트는 형 오시리스에게 결투를 청한다. 겨루어서 승자가 왕권을 차지하기로 하자면서 오시리스를 나서라고 한다. 하지만 오시리스는 자신은 동생 세트를 사랑한다며 결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시리스는 맨몸으로 동생 세트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세트는 일고의 망설임이 없이 오시리스를 찔러 쓰러뜨린다. 그러나 세트의 위세에 눌려 아무도 나서지 못한다. 세트의 군대에 포위당한 대지의 신 게브, 사랑의 신 하토르, 지혜의 신 토트, 보호의 신 네프티스 모두 세트에게 복종을 맹세한다. 다만 호루스 혼자 분연히 일어서서 세트에게 결투를 청한다. 하지만 호루스는 사막을 건너오며 단련한 세트의 상대가 못된다. 결국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호루스는 세트에게 두 눈을 뽑히고 신의 감옥에 갇히고 만다.

 

사후 세계에 들어갈 때 얼마나 많은 제물을 모았느냐에 따라 영원한 삶을 얻을 수도 있는데, 이제 백성들은 포악한 세트 아래서 거의 노예로 전락하고 온갖 착취를 당한다. 그러니 이들에겐 사후세계에서도 희망이 없다. 인간 여자 자야 역시 노예로 전락하여 다행히도 도서관에서 문서를 정리하는 일을 맡는다. 자야는 그곳에서 일하면서 진귀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창고의 지도를 찾아낸다. 그 창고엔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아주 정교하고 단단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신도 그곳에 접근할 수 없다. 모든 게 자동으로 방어하는 기계들과 전갈들이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자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진정한 왕의 부활을 믿는 자야는 남자 친구 멕을 설득하여 호루스의 눈을 훔쳐내게 한다. 험난한 과정을 지혜롭고 용기 있게 헤치고 드디어 멕은 호루스의 눈알 하나만 훔쳐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노예인 자야의 주인에게 그만 들키고 만다. 위기의 순간 멕은 호루스의 눈을 꺼내어 비추어 그들이 앞을 볼 수 없게 만들어 말을 타고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도망자를 알아차린 세트가 쏜 화살에 그만 자야가 맞고 죽어간다. 연인을 잃은 멕은 눈알을 세트에게 주는 대신 호루스와 자야를 살려줄 것을 흥정한다. 진심은 아니지만 그 약속을 얻어낸 멕은 호루스와 함께 이집트를 찾을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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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눈은 잃었으나 멕의 도움으로 살아나온 호루스는 조부 라를 찾아 떠난다. 세트를 이기려면 일단 세트의 힘의 원천인 사막을 죽여야 하는데, 사막을 죽이려면 조부 라에게 가서 거기에 있는 물을 떠와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을 실은 배와 함께 있는 라에게로 가기 위해 멕과 함께 호루스는 무척이나 어렵게 높은 벼랑을 기어오른다. 라를 만난 이들은 온갖 시련을 겪으며, 이집트에 입성하려 한다. 그때까지 호루스를 잊지 못하던 사랑의 여신도 세트에게서 도망을 쳐서 호루스를 돕는다. 이들은 드디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모험을 떠나서 간신히 문제를 만난다.

 

수수께끼는 “존재한다고 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늘 존재한다면 숨 쉬고 사는 것들이 언제까지 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이다.

 

질서, 순수, 내일......

 

이때 세트가 벌써 가까이 추적해온다. 그만 사랑의 신과 호루스는 철창에 갇히고, 지혜의 신은 지혜의 머리를 빼앗긴다. 이제는 절망적이다. 멕도 사막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죽은 자를 다시 살릴 수 없음에도 호루스가 거짓으로 약속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들은 알면서도. 당신들은 우릴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 세트는 오시리스의 심장을, 지혜의 신 토트의 머리를 자신에게 심는다. 그는 아버지 라에게로 올라간다. 그리고 자신이 이룬 위대한 업적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왜 자신에겐 후손을 주지 않느냐고 한다. 라는 지금 자신이 맡은 태양을 맡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세트는 신이라도 천 년밖에 못 살고 나중에 얻는 영원한 삶, 자신은 그런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하의 문을 부수어 영원히 이 세상을 다스리며 살겠단다. 라는 그것을 허락할 수 없단다. 세트는 아버지를 무시한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겨루어 아버지를 쓰러뜨리고 아버지의 창을 빼앗아 지상으로 돌아온다.

 

그가 지하의 문을 부수려고 군대를 출동시키자 혼돈이 밀려온다. 마침 자야가 저울에 달릴 순간이다. 사랑의 신의 배려로 마지막으로 멕이 그녀를 만난 참이다. 모든 지하세계의 심판은 보류되고, 멕은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호루스와 함께 세상을 바로잡는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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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전략으로 가장 높은 탑 위까지 올라간 호루스는 세트와 일전을 벌인다. 그 싸움 와중에 그만 멕은 떨어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동시에 그가 훔쳐낸 호루스의 눈알도 떨어진다. 무엇을 선택할까? 멕이냐, 눈알이냐, 호루스는 멕을 택한다. 하지만 맥은 죽어간다. 호루스는 멕을 자야의 관을 열고 옆에 나란히 눕혀준다. 그 다음, 세트를 물리치고 이집트를 평정한 호루스는 할아버지 라의 무기를 들고 라에게로 올라가서 돌려준다. 그때까지 가까이 몰려온 어둠의 세력을 라가 물리침으로써 이제 혼돈도 물러간다. 평화를 되찾은 우주, 라는 호루스에게 "내가 이제까지 누구에게 한 번도 신세를 진 적이 없는데 너에게 신세를 졌구나.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기 멕이 원하는 것뿐입니다."

 

덕분에 다시 살아만 맥은 자야를 일으킨다. 멕이 왜 그토록 찾던 눈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을 구하려 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의 힘은 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행, 연민, 관용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의 눈알을 주웠던 아이가 호루스에게 눈을 건넨다. 눈을 되찾은 호루스는 멕을 고문으로 삼고 이집트를 다스린다.

 

"내 여정의 목적은 내 백성을 지키는 것이었다. 선행, 관용, 연민으로 이 세상을 다스릴 것이다. 죽음 앞에서의 저울보다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라고 말하고는 이어서 "누가 묻거든 친구를 도우러 갔다고 전해라."며 황금날개를 펴고 날아간다.

 

멕이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자야가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신보다 위대한 용기를 보여주었듯이, 호루스 또한 자신의 사랑하는 여신, 사랑의 여신을 구하러 날아간다. 아버지 오시리스는 이제 이미 저승의 선을 넘어가서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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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신은 인간들과 함께 살았고, 인간보다 오래 살아서 100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인간보다는 아주 오래 살지만 영원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 그리스신화와는 다르다. 신들은 인간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면서 왕 노릇을 한다. 인간의 혈관에는 당연히 피가 흐르지만, 신들의 혈관에는 금이 흐른다. 인간과 달리 변신하는 능력도 있다. 하지만 이들 신들도 운명의 방향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신보다 강해질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사랑이란다. 이쯤이 이 영화의 전체 방향을 보여주는 복선이다.

 

영화는 시작하면서 "진실을 기억하는 자는 극소수다. 너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니라."라는 대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끝은 "내 여정의 목적은 복수가 아니라 내 백성을 지키는 것이었노라!"로 끝난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현실과는 아주 다른 장면들을 보여준다.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하다. 실제로 현실이 펼쳐지는 듯하다. 또한 모든 영화 속에는 러브스토리가 들어가지 않은 게 없다고 말한 들, 크게 오류가 아니듯이 이 영화 역시 사랑이 들어 있다. 들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제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이 영화는 사랑을 중심주제로 다루고 있다.

 

신들의 사랑이 위대한가, 인간의 사랑이 위대한가라고 묻는다면 이 영화는 인간의 사랑이 더 위대하다고 말할 것이다. 위대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인간이 나누는 사랑이 보다 진실하고 진정성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신들의 사랑을 대표하는 호루스와 사랑의 신이 한때나마 자의든 타의든 움직였던 것처럼 보다 완벽하지 않았던데 비해, 멕과 자야의 사랑으로 대별되는 인간들의 사랑은 한 번도 서로의 마음에서 떠난 적이 없다. 둘 모두 순수하다. 진실하다. 변함이 없다. 차원이 높으냐 낮으냐를 따지지 않고 진실을 논한다면, 이 영화에선 인간의 사랑이 신들의 사랑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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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에게도 사랑은 실재하고, 사랑이 신들의 나라를 좌우하듯, 사람에게 가장 위대한 것이 있다면 사랑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개인과 개인이 진실한 사랑을 나눈다면, 신들은 그 사랑을 인간을 행복하게 살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그것이 신이 인간을 향한 진실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신들을 통해 이 땅의 군주나 리더는 백성을 사랑해야 하며, 어떻게 그 사랑을 실천하여 평화로운 세상이 되도록 처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휴머니즘이 담긴 영화다.

 

오시리스가 세상을 향해 말한다.

 

"부자의 제물이나 가난한 자의 선물이나 죽음 앞에 이르면 같은 것이니라. 마찬가지로 부자의 제물과 가난한 자의 제물은 죽음 앞에서 저울에 달릴 때 같은 것이 되게 하는 것이 내 유산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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