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1- 뷰티풀 마인드, 콧등 시큰한 감동을 주는 참 아름다운 영화

영광도서 0 2,153

때로는 진실한 사랑의 실화가 극히 아름답게 꾸민 허구적인 사랑보다 아름답다. 아주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춘 조화를 만든다 해도, 생화가 아름답듯이, 인간의 진실한 체온이 담긴 사랑을 능가하는 지어낸 사랑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비단 실화임을 밝히지 않아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는 남다른 맛이 풍겨 나온다. 영화라면 알게 모르게 진실이 감독의 마음에 또는 그 역할을 하는 배우의 마음에 스며들고, 소설이라면 소설가의 마음에 인간의 진실이 스며들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이렇게 아름답다.

 

 

765556982_lEn5YHU8_e488fe5eb17afff1a4b9b 

 

 

 

 

1940년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원. 장학생으로 입학한 존 내쉬는 이미 입학 당시부터 수학 천재로 불리지만 너무나 내성적이나 무뚝뚝해 보이고, 자기 생각만으로 꽉 차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다소 괴짜 같은 모습을 보이던 존 내쉬는 어느 날 술집에서 학교 친구들이 금발의 미녀를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을 지켜본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균형이론'의 단서를 발견하고, 이것을 주제로 논문을 쓴다. 논문 발표 후 20살의 청년 존 내쉬는 하루아침에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른다.

 

덕분에 MIT교수가 된 그는 정부 비밀요원인 윌리암 파처를 만난다. 비밀리에 소련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 발탁 받는다. 비밀스러운 일을 하면서 그는 물리학을 전공하는 여학생 알리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는 결혼 후에도 비밀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괴로워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소련 스파이가 마치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너무나 괴로워하자 그의 아내 알리샤는 몰래 그의 뒤를 밟는다. 그녀는 그의 충격적인 비밀을 알아차린다.

 

놀랍게도 사실 내쉬는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마치 사실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매일 신문에 실린 기사를 암호로 생각하고, 신문기사를 오리고, 그것을 해독하느라 고민하는 거였다. 또는 뉴스를 보면서도 암호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죄다 수집하여 그것을 해독하려 애쓰는 것이다. 그 모두가 그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임에도 그는 비밀요연들이 자신을 추적한다고, 자신을 잡아다 가두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765556982_a03Q4WTx_fe33d16d8168427437164 

 

 

 

 

그 모두가, 그가 매일 해독하던 암호들은 모두 낙서들이었다. 그가 만났다던 정부 비밀요원 윌리암 파처도 허상이었다. 심지어 존 내쉬가 대학시절부터 자신의 사생활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의지한 유일한 친구 찰스조차도 모두 허상이었다니.

 

알라샤는 남편이 망상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존 내쉬는 여전히 그 허상을 믿는다. 끈질긴 알리샤의 노력으로 결국 존 내쉬도 이제까지 자신이 시달려온 모든 것이 허상이었음을 깨닫는다. 다행이었으나 불행히도 그는 그 충격으로 병을 얻는다. 아내의 진실한 사랑을 믿지 못하고 짜증을 부린다. 게다가 자폐증에 빠진 그의 상태는 점차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그의 아내는 포기하지 않는다. 극진하고 진실한 아내의 사랑으로 점차 그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수학이론을 공부한다. 덕분에 그는 조금씩 좋아지긴 하지만 월리엄 피처의 허상은 여전히 나타난다. 또한 친구 찰스의 허상도 그에게 나타나 현실처럼 말을 건다. 이제 그는 그것들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현실 같은 허상, 그 허상을 이기는 것이 무척 어려웠으나 그는 그것을 인지하면서 차츰 자신의 그 허상의식에서 멀어지려 애쓴다.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존 내쉬는 그의 이론을 정립하는데 성공한다. 그의 이론은 세계 무역협상, 국가노동관계, 그리고 생물진화에까지 영향을 미쳐, 그는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그는 수상식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감사를 표한다.

 

 

765556982_LxjAFaw8_22d30a05874902ee197bb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존 내쉬, 실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쉬는 2015년 86세의 나이로 그의 부인과 함께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는데, 부인 알리샤(82와 뉴저지에서 택시를 타고 인근 마을 먼로타운십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무언가에 몰두를 잘하는 사람, 그래서 집중을 잘하는 사람은 특별하다. 그는 천재이거나 무언가 업적을 남길만하다. 그런 점에서 집중을 잘하는 사람은 상당히 예술이나 어떤 연구에 적격이다. 무엇을 하든 남보다 잘해낼 수 있고, 남보다 빨리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나 영재들의 공통점은 이것저것 넘나들지 않는다는 점, 뭔가에 관심이 있으면 그 하나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절히 나가면 좋은데 도가 지나치면 문제다. 지나침은 병적이기 때문이다. 너무 그 하나에 몰두한 나머지 현실과 공상을 착각한다거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그렇다. 어쩌면 너무 빨리 찾아온 성과 때문에 마치 웃자란 풀처럼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765556982_0IOihw3q_38ffea9f163e6e74531ed 

 

 

 

 

이 영화는 이와 같은 망상적인 문제, 자폐증과 같은 문제로 접근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는 그것은 아니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아름다운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주인공은 존 내쉬라지만, 실제로 아름다운 마음의 주인공은 그의 아내 알리샤다.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아닌, 망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기에도 짜증날 텐데, 걸핏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비정상적인 남편을 위한 희생, 그건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랑의 위대함, 그것이다. 사랑하니까 모든 것을 참아낸다. 진실로 사랑하니까 포기하지 않는다. 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의 병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사랑, 위대한 사랑이다. 진실로 아름다운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765556982_GXsvC23r_257764270a3bdfe2fce94 

 

 

 

 

남편의 자격지심에도, 남편의 짜증에도, 온갖 어려움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사랑, 계속 보상보다는 아픔으로 되갚음 받은 그런 상태에서도 끝까지 그 사랑을 이어간 존 내쉬의 아내 알리샤의 지극한 사랑, 정말 아름다운 마음이다. 하늘도 감동할 사랑, 그 사랑을 뒷받침한 마음을 뷰티풀 마인드라 부른다. 점차 이기적으로 변하는 세상,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기 힘든 세상, 참을성이 없어지는 세상,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못하는 세상, 사악하고 영악한 이해타산이 남녀관계에도 스며들어 불치병에 도진 세상을 울리는 아름다운 영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