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3- 몬테크리스토 백작-2-화려한 인생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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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승리해야 한다. 정의는 불의를 누르고, 승리하여 불의를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다. 진실은 거짓을 이겨야 한다. 거짓이 덮고 있는, 거짓에 덥힌 진실은 어떻게든 연명해야 하며, 어느 순간 거짓을 뚫고 나와 세상을 밝혀야 한다. 이렇게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날이 있어서 사회는 그런대로 유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정의는 거짓 불의에 묻혀 완전히 소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영악한 자들은 그걸 알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정의를 농락하고 잘살다 간다. 그렇게 정의는 이름값을 못하고 사라지고, 여전히 불의는 정의로 포장되어 정의인 양 활보한다.

 

진실 또한 마찬가지다. 진실을 가장한 거짓에 눌려 숨을 헐떡거리다 제 값을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 사람의 가슴 속에서 진실을 외치지만, 누구도 그 진실을 볼 수 없다. 진실을 가장한 화려한 수식어에, 아름다운 치장에 속아서 거짓을 진실인 양 받아들인다. 물론 사이비에 속는 무지를 정죄할 수는 없다. 판단력이 중요하다. 거짓을 거짓으로, 진실을 진실로 볼 수 있는 눈, 정의를 정의로, 불의를 불의로 바로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대중심리에 눈이 멀어서, 대세에 눈이 멀어서 힘을 잃은 진실을, 맥이 빠진 정의를 묻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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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은 에드몽, 해적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을 때, 그가 상대했다가 승리함으로써 그의 생명의 권한을 가졌으나 그가 살려준 야코프, 그 이후 이 친구는 주인처럼 에드몽을 따른다. 서로의 마음에 흐르는 진실이 그들을 공고하게 묶어준다.

 

둘도 없는 충실한 친구 야코프와 에드몽은 다시 길을 떠난다. 둘은 보물지도에서 지시한 곳으로 가서 보물을 찾아낸다. 대단한 갑부가 된 그는 신분을 바꾼다. 그는 이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영국귀족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춘 것이다. 그는 에드몽이 아닌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그는 고향에 돌아온다. 그는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는다. 그 모든 것이 둘도 없이 친했던 페르낭과 그와 이권으로 결탁한 검사 빌포르의 계략이었음을 알고 분노한다.

 

에드몽은 차근차근 복수를 준비한다. 우선 자신이 일했던 모렐 상선이 부도위기에 놓이자 난파한 파라옹호를 급히 건조해 이를 도와준다. 또한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우연히 첫사랑 여인의 아들 모르세르도프 남작의 목숨을 구해준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옛 친구들에게 접근한다.

 

그들, 그를 이프 섬으로 보냈던 빌포르 검사, 그는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의 친구 페르낭, 그는 상원의원으로 위세를 떨치며 산다. 또 한 사람 당글라르는 대 은행가로 부귀를 누린다. 이 세 사람이 그가 복수할 대상이다. 그는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그는 이들에게 우연을 가장하여 접근을 시도한다. 그의 완벽한 변신 앞에 그들은 아무도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에드몽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일 줄은 꿈에도 모른다. 다만 그의 첫사랑 메르세데스는 그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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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전신원을 매수해 허위정보를 흘린다. 당글라르는 허위정보 때문에 재정적인 큰 손해를 입는다.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인 것이다. 또한 그는 르 샤르데 부인의 집에서 빌포르가 당글라르 부인과 스캔들을 일으킨 사실을 듣는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옛 친구들을 르 샤르데 부인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곤 빌포르와 당글라르 부인의 추문을 은근히 끄집어낸다. 빌포르와 당글라르 부인의 안색이 금세 창백해진다. 반면 르 샤르데 부인은 점차 미지의 사나이, 교양 있고, 부유하고, 매너 좋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호감을 느낀다.

 

빌포르 검사는 자신의 딸 발랑틴이 막스모르프를 사랑하는 줄 모른 채, 프란츠와 정략결혼을 시키려 한다. 이를 안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처음에는 막스모르포를 돕지 않았으나, 그를 도와주기로 한다. 또 한 명의 복수대상자 당글라르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관한 헛소문에 속아 점점 재산을 탕진하기 시작한다. 백작은 한 사나이를 통해 페르낭 모르세르프 백작이 그리스의 쟈니나에서 프랑스에 우호적인 알리파샤를 배반한 사실, 그것도 모자라 터키에 그의 딸 하이데까지 팔아먹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모르세르프의 추악한 이 사건을 고발하기로 한다. 그래서 그는 하이데를 찾아간다. 발랑틴에게 조여드는 음모의 손길,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르 샤르데 부인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깊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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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빌포르 검사의 사생아 뚜생과 옛 친구 카밀라르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집으로 도둑질을 하려고, 숨어들었다가 잡히고 만다. 그러나 자비를 베푸는 척 백작은 뚜생을 그의 아버지에게 돌려보낸다. 독약의 효과를 확인한 빌포르 검사 부인은 발랑틴의 상속재산에 탐을 낸다. 그는 재산 탐욕에 못 이겨 식구들을 하나씩 독살할 음모를 꾸민다. 그러면서 하인들은 하나 둘 그의 집을 떠난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발랑틴을 보호하려고, 베르투치오를 빌포르 검사의 집사로 보내 빌포르 부인을 감시하게 한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발랑틴은 그만 독약을 먹는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그녀에게 해독제를 먹이여 무진 애를 쓴다. 그 사이 모르세르프 백작의 배신을 증언할 알리파샤의 딸 하이데가 그리스에서 도착한다.

 

몬테크리스토는 그의 스캔들을 신문사에 알린다. 신문에 모르세르프 페르낭 백작의 스캔들이 폭로되자 그를 탄핵하기 위한 귀족원회의가 열린다. 하지만 모르세르프는 부인한다. 그러다 결국 쟈니나 공주의 증언으로 그의 추악한 과거가 밝혀진다. 이 소식을 들은 모르세르프 남작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날 밤 메르세데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찾아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자신을 봐서라도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날 밤 갈등하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조용히 신변을 정리하고 르 샤르데 부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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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결투장소에 나간 모르세르프는 결투를 포기한다. 그는 전날 밤 어머니로부터 과거의 사연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에드몽 당테스임을 알게 된 것이다. 모르세르프 백작은 자살한다. 빌 포르의 딸 발랑틴은 계모에게 죽음의 위기에 빠진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파리나 신부가 전수해준 식물 지식을 이용해 그녀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그제야 잇단 독살사건이 부인의 음모임을 알아차린 빌포르는 그의 부인에게 음독자살을 강요한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자신이 에드몽 당테스라는 것, 그의 사생아는 살인범 수용소에 갇혀 있음을 말해준다. 당글라르 부인은 당글라르가 파산의 위기에 빠지자 그녀가 전에 바람피운 사실을 고백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메르세데스 역시 전 재산을 수녀원에 맡긴 채 어디론가 떠난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사연을 알게 된 르 샤르데 부인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자신처럼 모든 것을 용서하고 메르세데스의 곁으로 돌아가라고 애원한다. 막스 밀리안과 발랑틴의 재회를 주선한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마지막으로 이태리의 도적 밤바를 이용해 당글라르의 남은 재산을 가로챈다. 그는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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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어촌, 홀로 돌아온 그의 눈앞에 메르세데스가 서 있다. 억울한 누명,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감옥에서 13년을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오직 사랑만을 믿었던 에드몽, 그의 앞에는 절망뿐이었다. 무엇보다 슬픈 일은 그가 그토록 믿었던 사랑하는 여인의 변심이었다. 그런데 진실은 그녀는 변심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진실을 그는 알았다. 그녀는 항상 그를 사랑했고, 그와의 사랑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두 사람 사이에 씨앗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지금의 남편 페르낭이었다는 것을 그는 확인한다. 그는 이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려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인가, 원수의 아들로 만났으나 왠지 호감이 간다. 아버지를 망하게 한 원수인데 이상하게 호감이 간다. 알고 보니 그 원수는 진정한 아버지였다. 원수의 아들인 줄 알았는데 그의 핏줄이었다는 진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 원수로 만나 서로 죽이려 했었다. 다행히 진실은 밝혀지고 둘은 사랑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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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잔혹한 통과의례를 겪어야 확인 가능한 것일까? 아무리 사랑이 아름답기로 그 사랑으로 인한 질투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의 절반이 송두리째 날아가야 하는가, 진실은 바위 아래 작은 휴지처럼 눌려지고, 정의는 길가에 오물을 닦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지고, 모든 것이 절망으로 변하고 나서야 그 진실이 밝혀지는 것인가. 사랑 앞에서 또는 권력 앞에서, 또는 명예 앞에서 진실이니 정의니 하는 고귀한 가치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속물적 인간 군상들을 잘 보여준 영화다. 우정도 질투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지고, 정의도 돈 앞에서 아무런 맥을 못 쓰고 불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렇게 속물 인간들의 추악함, 짐승은 할 수 없는 추악함, 그 앞에서 피상적 사랑도 거기에 굴하고 만다. 그럼에도 거기서 세상을 구원하는 힘, 정의의 숨통을 열어주고, 진실의 싹을 틔우는 힘은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은 숭고하다. 피상적으로 변한 것 같으나 변하지 않는 정신적 사랑, 그 사랑만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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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사랑을 품고 사는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의지할 데 없는 여건이라면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해도, 피상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는가? 메르세데스가 마음에는 에드몽을 마음에 간작하고 잊은 적 없다고 하지만, 페르낭에게 넘어가고야 만다. 그만큼 시대적으로 한 여성이 사랑을 지켜내기는 버겁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랑이란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해도 피상적으로는 변하고 만다. 그만큼 나약한 인간이 간직한 사랑은 인간을 닮아서 나약하다.

 

그래 사랑의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치자. 변한 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도 진실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치부하고 마무리하자. 그나마 진실한 사랑이 세상을 그런대로 유지하게 한다. 인간의 잔혹성을, 인간의 무자비함을 겪고도 변하지 않는 사랑, 그 진실한 사랑은 아름답다. 힘드니까, 고통스러우니까 아름답다. 음모 앞에서도, 계교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니까 아름답다. 언제까지나 지니고 있으니까, 변하지 않으니까 아름답다. 사랑의 진실, 음모와 계략, 고통의 순간들을 이겨낸 사랑의 진실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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