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20- 뷰티 인사이드, -1- 마음의 변신의 두려움

영광도서 0 1,836

감정을 속일 줄 아는 동물인 인간, 감정을 속일 줄 알아서 인간이다. 여타의 동물은 행동과 속내가 거의 같다. 인간은 이와 반대로 속과 다른 행동을 할 줄 안다. 감정을 속일 줄 알기 때문에 인간은 각자 비밀을 안고 산다. 그러니까 인간은 감정을 속일 줄 알며, 비밀을 가진 우일한 동물이다.

 

때문에 인간은 이중인격, 나아가 다중인격이 가능하다. 여러 마음, 아주 다양한 마음으로 산다. 그런데 마음은 볼 수 없다. 마음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색깔도 없다. 소리도 없다. 냄새도 없다. 이렇게 감각 불가능한 마음의 모습을, 이를테면 추상적이거나 낯선 모습을 다른 사람이 감각 가능한 모습으로 대체해서 보여주는 것이 은유다. 낯선 것, 추상적인 것을 친근한 것 또는 지각 가능한 것으로 대체해서 보여주는 것이 은유다. 마음의 모습을 어떤 존재로 바꾸어 보여주기, 이것이 문학이요, 영화요, 연극이다. 그러니까 영화나 문학은 주된 기능이 은유와 상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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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마음의 모습을 사랑하는 남녀로 형상화하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우진은 이 문구로 하루를 마감하곤 한다. 그는 매일 다른 모습을 입는다. 그리곤 다시 하루, 또 다른 모습으로 하루를 산다. 남자로, 여자로, 노인으로 아이로, 외국인으로, 오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잠을 안 자면 그 모습인데, 잠이 들었다 깨면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우진이 원해소가 아니라 알 수 없는 힘이 변하게 한다. 우진은 그 비극적인 삶을 적응하며 살아낸다.

 

그가 운 좋게 멋진 청년으로 변신한 날, 그는 아름다운 사랑을 만난다. 하지만 그 사랑을 할 수 있는 시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뿐이다. 사랑은 상대가 있어야 하고, 또한 상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랑을 쉽게 얻을 수는 없다. 하루에 사랑을 이룰 수 없다. 그에게 사랑하고픈 대상이 생긴다. 그는 그 사랑의 마음을 품고 그녀 이수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그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가갈 뿐이다. 물론 그를 맞는 대상, 이수는 늘 다른 사람으로 그를 대할 뿐이다. 때로는 남자 손님으로, 때로는 여자 손님으로, 때로는 부하직원으로, 그를 대한다. 그녀는 업무로 대하고, 그는 사랑 때문에 그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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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정상 업무를 한다. 때문에 그녀는 애태울 일이 없다. 반면 날마다 변하니까 우진은 애가 탄다. 청년이라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음날은 그의 모습은 할아버지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가, 드디어 멋진 청년의 날, 그녀와 만나 사랑을 시도한다. 게다가 호감도 얻어낸다. 그럼에도 그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내일의 우진은 어떤 모습일지 모르니까. 그래서 그는 애써 잠을 자지 않고 버틴다. 그는 잠을 자지 않고 버텨서 그녀와의 만남을 이틀로 연장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잠깐 잠든다. 그 사이에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수많은 모습으로 변신하면서도 그는 그녀를 향한 사랑을 키운다. 반면 이 상황을 모르는 그녀는 그를 잃고 상심한다. 그의 변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친구 상백과 그의 어머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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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드디어 자신의 비밀을 이수에게 고백한다. 그럼에도 착한 그녀는 그를 사귀려 한다. 한편으로는 매일 변신하는 남자를 사랑하기 두렵다. 변신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두렵다. 그렇지만 늘 함께 있어 그가 변신하는 모습을 매일 확인한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그라는 확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번번이 그가 변신하는 순간을 목격하지 못한다. 때문에 변신한 그를 연인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더구나 장난을 하면 신경질난다. 그 사람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과 정황뿐 확신이 없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면, 느낌으로라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느낌마저 없다. 아무리 변신한다 해도 지금의 모습과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노인이나 어린애 또는 남자나 여자로 변신한다. 피부도 다르고 성도 다르다. 하여 다가가 손을 잡으면 그로 안다. 그럼에도 완전한 확신이 없다.

 

때문에 사랑하기 어렵다. 그렇게 애써 사랑하다, 마음으로 사랑하면 진실한 사랑이라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겉모습이 판이한 사람, 온전히 사랑한다는 건 어렵고 어렵다.

 

"그 사람과 뭘 했는지는 기억나는데 그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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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의미, 우진은 변하는 사람이다. 남들은 변하지 않는데 우진만 변하니까 그는 병자다. 자고 일어나면 통째로 바뀐다. 얼굴만이 아니라 몸도 바뀐다. 남자도 되었다가 여자도 되었다가, 그뿐이랴. 노파도 되고 노인도 되고, 아주 어린애도 되고, 외국인도 된다. 하지만 마음은 그대로다. 겉은 다르나 여전히 내면은 우진이다. 그러니까 변신이다. 만일 마음도 변한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사람이며 다른 삶의 존재다. 겉만 변하고 내면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것이 더 괴롭다. 몸이 변하듯 마음도 그에 맞추어 변하면 괴로울 이유가 없다.

 

그러면 우리도 변신은 가능할까? 이 영화를 윤회설로 보면 어떨까? 우리의 한 생을 하루로 축약하면 딱 그 이론이니까. 우리는 유한자가 아니라 한 생을 살고 나면 다음 생에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윤회설, 우리의 하루도 윤회라면 윤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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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변신, 심리적으로 보면 마음의 변신의 형상화다. 겉모습의 변신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로 생각하면, 그렇다. 우리 마음은 늘 변한다. 이렇게 하고 싶다가도 저렇게 하고 싶고, 저렇게 하고 싶다가도 또 다르게 하고 싶다. 사랑하다 미워하고, 미워하다 사랑하고, 내면의 변화로 보면 우진이나 우리나 온전히 변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설정의 영화, 그런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영화에 빠진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어 상황을 아파한다. 힘들어 한다. 그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나 자신의 이야기로 스며든다.

 

사실 겉모습의 변화보다 내면의 변화가 더 두렵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지, 아니 나를 지배하는 건 겉모습이 아니라 내 마음인데, 그럼에도 우리는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한다. 겉모습은 변하지 않으나 마음이 변한 게 얼마나 더 무서운가?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듯이 마음의 변신, 숨기고 있는 진실이 훨씬 무섭다. 변신, 우진의 변신은 겉모습의 변신으로 연출하였으나 실상은 마음의 변신을 이야기한다. 다중인격의 우진이자 우리들 모두의 마음의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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