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21- 뷰티 인사이드 -2- 내면의 아름다움을 읽는다

영광도서 0 1,922

나는 모른다. 나의 변신을 모른다. 마음의 변신을 나 자신도 모르는 때가 많다는 의미다. 그럴 때 나는 나 자신보다 남이 나를 먼저 안다. 아니 더 잘 안다.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잘 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일뿐이다. 나는 모르고 남들은 아는 내가 있다. 그러니까 나는 나 자신과도 온전한 소통을 못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나는 나의 우울, 나의 불안, 나의 초조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무의식의 나인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우진은 외국인으로 변신한다. 그는 입으로는 외국어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외국어를 모른다. 그는 우리말을 한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은 외국어다. 그는 생각으로는 우리말을 하는데 실제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다른 외국어다. 그러니까 그는 한국어를 말하고 마치 자동 통역기가 그의 말을 외국어로 바꾸어 주는 것과 같다. 때문에 그는 우리말을 하고, 듣는 사람은 외국어를 듣는다. 하여 상대는 우리말을 하면 알아들으나, 그의 말을 따라 상대가 외국어로 말하면 그는 못 알아듣는다. 이를테면 소통이 안 된다. 소통이 없는 변신이다. 이러한 변신은 소통이 불가한 우리들의 삶을 보여준다. 내가 나이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의 모습이 아닌 것, 내가 그들과 소통을 제대로 못하다는 상징이다.

 

 

765556982_lnAsVxrq_0e60977cc7d6993a3bc75 

 

 

  

 

 

 

우진 아닌 듯 우진 같은 우진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인 듯 다른 사람 아닌 실제 우진, 때문에 둘은 사랑하는 듯 아닌 듯 괴로운 썸을 탄다. 때문에 서로를 위한다고 우진은 이수를 멀리 떠난다. 먼 나라로. 그가 떠난다. 그러면 괴로움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잊히지 않는다. 이수는 그의 흔적을 찾는다. 세월이 흐르면 잊힐 줄 알았는데 잊히지 않는다. 사랑으로 얻는 괴로움보다 그가 없는 괴로움이 더 크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가 체코에 있음을 그의 작품으로 알아내고, 그녀는 그를 찾아 먼 체코까지 날아간다. 그리곤 그를 만난다. 그녀를 애써 외면하는 우진, 그녀가 말한다.

 

"사랑으로 아픈 거보다 니가 없는 게 더 힘들더라."

 

두 사람은 결혼한다. 그리고 살아간다. 변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간다.

 

 

765556982_mVRUIWr7_ade8037d1acec0b1512b0 

 

 

 

 

“오늘은 여기까지!”

 

그게 우리 인간의 삶이다. 우리의 일생은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짧은 하루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나는 하루를 살고 만다. 그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아니 완전히 무로 돌아갈지, 운 좋게 다른 모습으로 살아날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다음 생에 살아난들, 그 모습이 나 자신이라 한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는 깡그리 없다. 그러면 그건 나일까 아닐까? 내가 기억하는 나만 진정한 나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나가 아니다. 그래도 이 영화의 우진은 자신의 내면만은 그대로 안고, 자신을 인식하며 새로운 날을 맞는다. 하여 하루하루를 정리할 수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 삶은 여기까지, 이렇게 우리는 마무리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진보다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이다.

 

"아픈 거보다 니가 없는 게 더 아프더라."

 

진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만, 그래 사랑은 아프다. 이런 저런 일로 아프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서로 하나일 수 없어서 아픈 일도 있다. 이미 꿰어진 굴레가 따로 있어서 서로 합할 수 없는 사랑이이서도 아프다. 그래서 우진과 이수는 그 사랑을 접는다. 그런데 접고 나니 아프다. 사랑으로 겪는 괴로움보다 더 힘들다. 사랑으로 얻는 아픔보다 더 힘들다. 사랑 때문에 참아야 하는 아림보다 사랑을 집는 것은 힘들다 못해 견딜 수 없다. 그러면 그 사랑은 숙명이다. 그러니 그 사랑을 접을 수 없다. 누가 뭐라 하든 사랑해야 한다. 상황이 변해도, 사람이 변해도 사랑은 변한 게 아니니까.

 

 

 

765556982_MKByma3L_4d6d86d1428a190c909b7 

 

 

 

 익숙해지기엔 하루가 너무 짧은 것처럼, 그래서 매일 매일이 낯선 것처럼, 내가 나를 제대로 알기에도 우리의 삶은 그리 길지 않다. 더구나 내가 너를, 낯선 너를 알기엔 시간이 짧다. 설령 누군가를 사랑하고 온전히 믿는다 해도, 우진에 대한 이수의 마음처럼 때로 상대가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늘 같을 수는 없고, 때때로 새롭고 낯선 때 왜 없으랴. 하여 온전한 사랑은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란 존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사랑 없이 살 수 있다고 해도 사랑 없이 사는 삶은 무의미하니까, 공허감이 수시로 찾아들어 괴롭힐 테니까. 유한한 인간, 비극적인 숙명의 인간이 위안을 얻고, 그 슬픈 상황을 덮어가며 살 수 있게 하는, 그 상황들을 잊고 살 수 있게 하는 건 사랑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사랑해야 한다. 이 사람이다 싶어 결혼해도, 그렇게 확신으로 결혼해도 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확신은 없어도 느낌이 있는 이 사랑을 거부하기엔 너무 힘들다면, 그 사랑 포기할 수 있으랴. 힘들긴 했어도 사랑 없이 사는 날들보다 사랑으로 겪는 아픔이 더 힘드니까 그녀는 우진을 사랑하기로 한다.

 

 

765556982_OaE4DbBT_4cc603f9790a1ef6add97 

 

 

 

 

 

 

"시간이 지나니 그게 고맙더라.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어 다 같은 너니까. 난 이 안에 김우진을 사랑하는 거니까. 미안해. 오래 걸려서. 너랑 결혼할래. 너랑 함께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다른 나, 하지만 피상적으로는 늘 같기에 우리는 같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산다. 몸도 마음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변반 다른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같지 않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피상적으로만 대략으로만 같거나 닮았다.

 

이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보다 세밀한 변화를 형상화 해 놓은 것이라 인정하자. 사실 우리는 늘 변하니까.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로 이월은 되지만 어제의 나는 어제까지고, 오늘의 나는 오늘까지니까. 아직 나는 나를 모른다. 내 속엔 얼마나 많은 내가 있을지 나는 모른다. 겉으로만 나일뿐, 속엔 수많은 내가 변하고 있다. 다른 이들이 그 변화를 모르고 있을 뿐, 그저 넉넉한 가면으로 적당히 가리고 산다. 그 가면의 나를 나는 나로 믿는다. 남들도 나로 믿는다. 하여 변하는 나를 나는 모른다. 오늘뿐. 내일의 나를, 이후의 내 삶을, 다른 생에서의 나를 나는 모른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오늘만이라도. 네가 없는 하루의 아픔은 네가 있어 괴로운 하루보다 더 힘든 거니까. 그저 다른 너는 모르겠다. 오늘의 너만 사랑한다. 오늘의 너만 사랑하고 내일은 내일의 너만 사랑한다. 모레는 모레의 너만 사랑한다. 그렇게 오늘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