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48- 엣지 오브 러브(사랑의 순간), 두 쌍의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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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할까? 사랑하면서 질투하고 질투하면서 사랑하는 네 사람,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들의 사랑 중 정말 사랑하는 두 사람은 누구와 누굴까? 사랑은 겉으로만 봐선 알 수 없다. 진실을 속일 수 있는, 아니 진실은 감추기에 능수능란한 인간은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아주 일부다. 그 속엔 무엇이 들었는지, 알기 어렵다. 자신만이 그것을 알 뿐이다. 나는 나의 진실은 알지만 상대의 진실은 모른다. 내가 그를 생각하는 만큼,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도 나를 생각하거나 사랑하려니 믿거나 믿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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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의 전쟁 중인 상황이다. 시를 쓰는 딜런과 노래하는 베라는 고향 친구 사이다. 이들은 15세 나이에 서로 첫 경험을 한다. 둘은 서로 사랑한다. 딜런은 시를 쓰면 베라를 위한 시를 쓴다. 그리곤 오랜 헤어짐 후, 둘은 재회한다.

 

그러나 이미 딜런은 캐틀린과 결혼하여. 둘 사이엔 아이도 있다. 그녀는 늘 불만이다. 시 쓰기를 즐기는 딜런은 여전히 시를 쓰지만, 그 시의 주인공은 언제나 캐틀린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불만이다. 둘은 부부지만 무미건조한 섹스를 하는 사이일 뿐이다. 게다가 딜런은 시를 쓴답시고 하면서 생활능력은 별로다. 때문에 캐틀린은 때로 거리의 여자처럼 남자를 맞이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그걸 용인하며 지낸다. 남자는 남자대로 다른 여자와 정사를 벌이고, 여자는 여자대로 즐긴다.

 

이들 앞에 베라가 나타난 것이다. 딜런의 첫사랑 베라, 베라와 딜런은 서로 사랑한다. 베라는 딜런이 유부남이지만 개의치 않고 사랑한다. 이렇게 베라와 딜런이 둘이 함께 있어도 캐틀린은 막지 않는다. 그 미묘한 관계 속에서 베라와 캐틀린은 알 듯 모를 둣 우정을 키운다.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한다.

 

베라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또 있다. 윌리엄이다. 군인인 윌리엄은 오로지 베라만을 좋아한다. 그럴수록 베라는 갈등한다. 마음엔 비록 유부남이지만 첫사랑 딜런이 자리하고 있는데, 윌리엄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눈빛이 그윽한 딜런도 물리치기 어렵다. 두 쌍, 이들은 넷이 함께 어울리면서 미묘한 감정들이 그들 사이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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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윌리엄의 끈질긴 구애 끝에 윌리엄과 배라는 결혼한다. 베라는 윌리엄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군인인 윌리엄은 전쟁터로 떠난다. 둘은 잠시 이별한다. 윌리엄은 전쟁터에 나가서야 베라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윌리엄은 없는, 베라, 캐틀린 딜런, 셋은 한 집에서 윌리엄이 보내주는 월급으로 생활한다. 그렇게 셋이 한 잡에 살다보니 묘한 갈등을 겪는다. 돌아오지 않는 윌리엄, 부정을 꿈꾸는 케이틀린, 윌리엄이 없는 자리에 딜런이 들어선 것이다. 우정과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던 베라는 결국 캐틀린 몰래 딜런을 받아들인다.

 

생활의 어려움 끝에 세 사람은 딜런과 베라의 고향으로 간다. 베라는 아이를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이를 낳는다. 세 사람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중에 윌리엄이 돌아온다. 베라와 딜런의 사이를 의심하는 윌리엄은 이전의 태도와는 달리 냉정하다. 그녀를 의심한 윌리엄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토록 다정했던 윌리엄의 변화에 당혹해 하는 베라는 갈등한다.

 

딜런과 윌리엄, 둘 다 베라를 사랑한다. 그러니 캐틀린은 늘 외롭다. 읠리엄 역시 베라가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딜런이라는 것을 알고는 진한 질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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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는 총과 수류탄을 들고 딜런의 집에 들이닥쳐 총을 난사한다. 그 사건으로 윌리엄은 재판에 회부된다. 범죄자로 잡혀 법정에 선 윌리엄, 그의 운명은 증인들에 달려 있다. 특히 살해 위협을 받았던 딜런의 입에 달려 있다. 딜런은 고민한다. 처음엔 그는 윌리엄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증언한다. 그는 베라에게 베라를 위해서라며, 베라와의 사랑을 위해서 그렇게 증언했다고 한다. 그러자 베라는 그러면 당장 캐틀린과 이혼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 남자 거기까지는 못한다. 그녀는 그제야 안다. 이 남자는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15세적의 그녀 자신을 사랑할 뿐임을, 그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그녀는 그에게 분노한다. 그녀는 캐틀린과의 우정을 위해서, 윌리엄을 향한 마음도 정리한다. 그녀는 외친다. 자신이 딜런을 사랑하는 건 그가 단지 첫 순결을 차지한 남자라는 것뿐이라고, 딜런은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15세 시절의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의기소침한 딜런은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최종 증언에서 그는 내용을 바꾼다. 윌리엄은 자신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덕분에 윌리엄은 석방된다. 그리고 윌리엄과 베라는 이들을 떠난다. 아직 윌리엄과 딜런의 앙금은 남아 있다. 때문에 둘은 상큼한 이별을 못한다. 서로 외면한 연적으로 헤어진다. 막상 떠나면서 오히려 베라와 캐틀린은 아쉬워한다. 한때 캐틀린은 베라에 열등감을 갖고 있었으나 헤어지면서 돌아보니 그녀와 함께 울고 웃던 일들만 떠오른다.

 

서로 말한다.

 

"배라 외로워 마!"

 

"케이틀린 외로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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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두 사람은 진하게 스킨십을 했다. 두 여자의 스킨 십, 실제로 서로 사랑한 건 두 사람이다. 베라와 캐틀린, 동성이지만 둘은 서로 사랑한다. 돌아보니 외로울 때 두 여자는 한 자리에 눕고 부둥켜안았다. 함께 바다에서 즐겼고 산책을 즐겼다. 그러니까 이들은 서로 사랑한 거였다. 남자, 그들은 그녀들에겐 단지 섹스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들 여자는 외로웠던 거였다. 베라와 캐틀린, 베라와 딜런, 베라와 윌리엄, 묘하게 얽힌 네 사람 사이의 미묘한 사랑, 그럼에도 진정으로 사랑한 건 베라와 캐틀린 두 사람의 동성애였다는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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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황,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법적으로 동성애가 용인되지 않아도 남성은 동성애에 별 지장이 없었다. 다만 여성은 제약이 많았다. 때문에 여자는 외로웠다. 외로움의 근원, 그것은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척해야 했고,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는 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 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원래 인간은 지금의 모습과 달리, 남자와 남자가 한 몸, 여자와 여자가 한 몸, 그리고 여자와 남자가 한 몸인 세 유형이었다고 한다. 이들을 제우스가 둘로 나누었으니, 그 다음부터 인간은 서로 반쪽을 찾기에 골몰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호모, 레즈비언과 일반적인 사랑, 이 세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는 두 유형은 인정하지 않으니, 통상적인 사랑을 하면서 진정한 사랑은 감추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추어보면, 호모나 레즈비언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호모나 레즈비언은 피상적으로 일반적 사랑을 따르며 즐겁지 않다. 실제로 이들의 사랑은 같은 동성이기 때문이다. 무미건조한 섹스의 계속, 그래서 그들은 외롭다. 진정한 사랑이 없는 섹스와 결혼, 그렇다면 결혼한 유부남, 유부녀, 이들 세 쌍 중 한 쌍은 평균적으로 외로움을 감내하며 살 수도 있겠다. 지금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어떠한가, 영화는 이렇게 묻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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