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51- 카트, 낙숫물은 바위를 뚫을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

영광도서 0 1,829

“회사가 잘 되면 저희도 잘 될 줄 알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해고 되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를 비롯, 싱글맘 혜미, 청소원 순례, 순박한 아줌마 옥순, 88만원 세대 미진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서로 힘을 합친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들의 뜨거운 싸움이다!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객님.”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손님들의 불만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의 직원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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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뭔가 보상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죠. 난 언제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모범생

 

이었거든. 회사는 일을 잘 못하면 나이 많은 순으로 자르겠다고 으름장까지 놨어요.

 

그때 왜 우리가 이렇게 일해야 하는지 궁금했어요.”

 

“손님에게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라고 말해야 하죠. 힘들고 긴 싸움을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인간답게 일하고 싶어요.”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진짜 나는 파리 목숨보다 못한 존재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때는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눈코 뜰 새 없이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나도 잘 될 줄 알았는데… 말을 안 하고 묵묵히 일만 하니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바보로 알았단 거예요. 모여서 이렇게 소리를 내야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열악한 환경에서 반찬값이라도 보태겠다고 대형마트에 나오는 이들, 아니다. 그들은 반찬값 벌려고 나온 이들이 아니다. 그런 아줌마들이라면 이런 데 오지 않는다. 이들은 생활비를 벌겠다고 온 거다. 반찬값 벌이와 생활비 벌이는 천지 차이다. 반찬은 더러 없어도 그런 대로 살만하다. 하지만 생활비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만큼 이들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이들은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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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소망이라면 비정규 딱지를 떼고 정규직으로 가는 것, 아니 그게 아니라도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라도 안심하고 회사에 다니며 생활비를 버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라면 소망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보장 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의 생활은 절박하다. 내가 일하지 않으면 자녀들이 학교에 잘 다닐 수 없다. 급식비도 내지 못한다. 전기가 끊긴다. 먹을거리가 없다.

 

그런데 이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단다. 정규직 보장,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이제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일어선다. 평소 찍혔던 아줌마도, 늘 모범상을 받았던 아줌마도 같은 처지다. 이들이 일어섰다. 그러자 교묘히 파고들며 이들 사이를 벌리려는 회사, 그 앞잡이로 완장을 차고 설치는 직원들. 피폐해지는 생활, 가정마저 등을 돌리는 일, 그럼에도 이들의 힘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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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손을 보탤 때 이들은 살아갈 수 있다. 그래 끝까지 가자.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데, 모두 낙숫물이 되어 저 굳을 대로 굳은, 저 웅장한 바위에 부딪쳐 보자. 그런데 힘겹다. 저 바위 뒤에는 더 강한 법률이 있다. 더 강한 도구들이 있다. 돈이 그들을 지켜주고 법이 그들을 지켜주고 국가 기관들이 저들을 지켜주고 언론이 저들의 말만을 듣고 있다.

 

달리 방법이 없다. 낙숫물이 떨어질 바위, 그 바위에 떨어질 수도 없다. 이 영화가 그런 것을, 그 아픔을 이야기한다. 외로운 이들만의 싸움, 그 싸움의 끝은 결국 낙숫물은 바위를 뚫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남기고, 이들을 앞장서서 싸웠던 이들은 시베리아 같은 벌판으로 나 앉아야 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그나마 더러는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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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떤 철학이 들어 있거나 하는 심각한 영화는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단면을 솔직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것, 거기에 의미가 있다. 함께 들여다보고 생각해 볼 의미가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때로는 갑질하는 자일 수도 있고, 을의 입장에서 당할 수도 있다. 얄팍한 거짓말에, 사탕발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수도 있고,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정의를 등질 수도 있다.

 

이건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 자신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속담,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이 말이 그토록 슬픈 말일 줄은 몰랐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좋은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놈의 낙숫물은 너무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낙숫물의 신화를 믿어야 할까? 아니면 일찌감치 적당히 타협하며 나만이라도 살 길을 찾아야 할까? 어느 사회이든 크건 작건 세상의 축소판이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인간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 속을 알 수 없다. 그 행동을 알 수 없다. 속이고 속으면서도, 속고도, 다시는 속지 않으리라 다짐을 해도 또 속거나 속아주거나 하면서 살아야 하는 곳이 우리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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