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52- 인터스텔라-1- 시간과 공간 사이의 존재의 의미

영광도서 0 1,871

존재는 모두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그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할 수 있다면, 영원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은 물론 공간을 지배할 수 없다. 아무리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도 시간이 없다면 공간은 의미가 없다. 또한 시간이 있다고 해도 공간이 없다면 시간은 무의미하다. 그러니까 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인터스텔라, 이 영화는 시간, 공간, 그리고 존재의 생존, 존재의 절대요건인 생존욕구를 다룬다. 멸망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 지구별, 그럼에도 인류란 종족을 보존하려면 어떤 방법이든 찾아야 한다. 시간을 넘어서고 공간을 넘어서서 나는 설령 희생하더라도 나의 가족을 살리는 일, 그것이 인류를 살리는 가장 기본단위이다. 진정한 가족사랑, 거기엔 나의 영원을 원하는 사랑이 숨어 있다. 그 마음 하나하나가 인류 사랑으로 이어질 때 인류는 살아남는다. 이 지구를 잃는다 해도. 그 어딘가에 있을 새로운 공간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아주 머언 먼 새로운 땅이 있을 테니까.

 

'아버지는 농부였다'는 대사의 반복으로 시작하여, ‘그 답은 거기에 있었으며, 아버지는 농사를 지을 것이다’로 피날레로 끝나는 이 영화는 그 원대한 시간과 공간을 다룬다. 1차원, 2.3.4차원을 넘어선 5차원의 발견, 그게 무엇일까?

 

 

765556982_1sar8cH7_1bc2fdd05e8a47397fda1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쿠퍼의 딸 머피 방에 있는 책장에 꽂힌 책들이 갑자기 이유 없이 떨어진다. 머피는 아버지 쿠퍼에게 유령이 자신에게 말을 건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쿠퍼는 과학적으론 유령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준다. 단 그는 딸에게 떨어진 책들을 관찰하고 규칙을 찾아내면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거란다. 머피가 찾아낸 정답은 ‘STAY’, ‘머물러’, ‘가지 마’. 세상에 우연은 없다. 우연인 것 같은 것의 정답을 찾으면 거기 인연이 있다.

 

쿠퍼는 심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모래바람(황사)이 딸 쿠퍼의 방에 모래바람 때문에 쌓인 모래들이 2진법의 모양을 하고 있는 걸 알아내고 그 모래들을 보고 좌표를 발견한다. 그는 그 좌표를 따라간다. 그가 발견한 곳은 해체되었다던 NASA, 비밀리에 결성된 NASA기지다.

 

식량난과 대기 오염으로 희망이 사라진 지구, 아버지 쿠퍼는 인류의 새 터전을 찾아 떠나는 대원으로 합류하여 지구를 떠난다. 가족들을 위해서이며, 가족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그의 꿈은 어쩌면 소박하다. 가족을 위해서니까. 인류가 정착할 행성을 찾아나서는 일이지만 그는 무엇보다 가족을 위해서라고.

 

딸 머피는 아버지에게 애절하게 가지 말라며 애원한다. 그럼에도 그는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 그 길은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주로 향한다. 그는 분명 지구를 구원할 새로운 땅이 있을 거라는 믿음, 그 공고한 믿음 그 신념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난다.

 

아버지 쿠퍼, 그는 아들 톰에게 “너는 훌륭한 농부가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이어서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라고 다독여 었다.

 

765556982_HPcE9iXA_0878f8cce243d29e1469f 

 

 

 

 

 

그는 어린 딸 머피에겐 “우주의 시간은 지구와는 달라. 아빠가 돌아왔을 때쯤 머피는 지금 아빠 나이가 되어있을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었다. 어린 머피에겐 진한 상처로 남았다. 떠나면 그녀는 아빠를 미워할 거라고 했음에도 아빠는 떠났다. "영원히 사랑해"란 말을 남긴 채.

 

그럼에도 그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지 못하고 떠났다. 그는 인류를 위해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아버지가 떠나곤 소식이 없다. 어느 순간 연결이 끊긴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세계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가 다가온다. 인류는 지난 20세기에 범한 잘못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NASA도 해체되고 만다.

 

아버지를 비롯한 지구인들이 시작한 우주 탐험, 인류가 살아야 할 새로운 별을 찾아 떠난 우주탐험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건 마치 망망대해에 좌표 없이 떠도는 아주 작은 요트에 불과할 테니까. 존 브랜드 박사의 연구로 쿠퍼는 대원들과 플랜A와 플랜B 계획을 갖고 우주의 광활한 바다로 떠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요트 선수들 중엔 수영 못하는 사람도 있대. 배가 뒤집히면 그냥 끝장이지. 우린 탐험가야. 이건 우리의 배고."

 

플랜A, 인간이 살기 적합한 행성을 찾아서 인류를 이주시킨다.

 

플랜B, 인간이 살기에 적당한 행성을 찾은 후 냉동상태의 수정란을 가지고 행성에서 인류를 재건한다.

 

하지만 플랜B는 단지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차선책이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모두 죽음을 맞이할 테니까.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플랜A를 성공해야 한다. 쿠퍼는 인류의 멸종을 막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는 오직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다. 따라서 그는 살아남는 최후의 인류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플랜 A를 성공시키려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인류를 이전시킬 행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인류의 멸종만을 막는 일뿐이라는 것을 그도 안다. 그럼에도 그는 믿는다. 가족을 살릴 수 있다는 신념, 세상의 모든 언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언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765556982_EKoDFGB4_085172f515ad6b6944321 

 

 

 

 

쿠퍼는 그 신념 하나로 가족을 살리려고 토성 옆에 있는 웜홀 속으로 들어간다. 죽음을 두려워 않는다. 토성 근처의 미스터리한 웜홀을 지나 그들이 첫 번째로 희망을 갖고 도착한 곳은 온통 물로 가득한 행성이다. 산인 줄 알았는데 산이 움직인다. 알고 보니 산이 아니라 파도다. 거대한 파도. 우주 속 미아의 위기, 결국 한 명의 동료를 잃는다. 온통 물로 가득한 이 행성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같은 시간이다. 그러니 여기서 이미 지구에서는 23년 4개월 8일이나 지난 것이다.

 

"부모가 되면 이거 하나는 확실해지죠. 내 자식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그런데 세상이 망한다고 말 할 수 없잖아요?"

 

쿠퍼는 그 말과 함께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다시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난다. 선택한 세 곳의 행성 중 한 곳은 물로 가득한 행성으로 부적절하다. 이제 남은 별은 두 곳, 그 중에 한 곳밖에 못 갈 형편이다. 만 박사, 그는 이미 플랜A를 위해 오래 전에 떠난 인물이다. 그는 지구로 보고를 보냈었다. 사람이 숨쉬기도 괜찮고 그런 땅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은 만 박사가 있다는 행성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한 만 박사의 행성은 얼음으로 가득 찬 행성이다. 낮 67시간은 춥고 밤 67시간은 더 추운 행성이다. 이 곳 또한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절했다. 만 박사는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을 구조하러 오게 하려고 보낸 보고였다. 그는 오직 자신이 살기 위해 삶의 여건이 충분한 곳이라고 보고를 보낸 것이었다. 덕분에 그는 냉동에서 깨어나긴 했다. 그는 젊음 그대로 있긴 하지만 인류의 나이로는 엄청난 나이일 것이었. 그는 알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사기극을 벌인 거였다.

 

처음부터 플랜A는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쿠퍼는 신념이 있었다. 플랜A를 실현 할 수 있을 거라는 신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난 만 박사는 그걸 부정했다. 객관적으로는 만 박사의 생각이 옳았다.

 

그렇게 살아난 만 박사는 자신만이라도 살기 위해 쿠퍼가 타고 온 인듀어런스호를 갖고 홀로 임무수행 플랜B를 시행하겠다며 떠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우주선을 잘 못 만져 폭발하고 우주에서의 죽음을 맞이한다.

 

 

765556982_JW1SHuLI_7fdf041e70120c9fae560 

 

 

 

 

쿠퍼의 동료 브랜드 박사의 딸은 사랑을 잃고 그 사랑을 못 잊어 우주로 왔다. 쿠퍼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족 사랑으로 우주로 나섰고, 브랜드 박사의 딸은 사랑을 못 잊어 우주로 왔다. 사랑을 잃은 사람과 사랑을 지키기 위한 두 사람, 그들의 끌림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사랑의 부재를 다른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들의 사랑의 싹틈,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이어간다.

 

쿠퍼 일행은 우주에서 브랜드 박사의 부음을 듣는다. 그 사이 이미 중년의 나이의 머피와 톰, 원망도 사그라지면서 이제는 아버지가 그립다. 게다가 아버지와 통하던 메시지도 끊겨서 그 소식을 알 수 없다. 그들이 받는 메시지는 사실은 아주 오래 전의 메시지다. 공간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주 오랜 후에야 그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해도 실제로는 그 메시지가 오는 시간 중에 죽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우주는 광활하다. 실시간 메시지가 아니라 아주 오래 전의 메시지가 지구에 도달하는 것이다.

 

톰은 "이제 그만 아버지를 놓아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아버지를 포기한다. 아버지 쿠퍼에게 유일하게 꾸준한 영상메시지를 보내던 톰마저 아버지를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연락이 끊긴 아버지 쿠퍼를 놓아주겠다는 것이다. 수신은 되지만 아버지에게 발신을 할 수 없다. 혹여 그 메시지를 들으면 다행이다.

 

쿠퍼에겐 이제 지구로 돌아갈 연료도, 나머지 남은 행성 한 곳으로 갈 연료도 남아 있지 않다. 그나마 그게 마지막 희망의 행성이다. 때문에 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을 이용한 역추진으로 감행할 계획을 세운다. 블랙홀과 최대한 가까이 근접하기, 그것은 무모한 일이다. 죽음을 각오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자녀들은 늙어서 죽을 테니까. 쿠퍼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다. 죽기로 떠난 그는 아멜리아 홀로 애드먼즈의 행성에 도착한다. 그리고 우주선의 무게를 줄여 가속을 한다.

 

 

765556982_Xwxz2Eto_02e9dbb36114ecdf979ad 

 

 

 

 

 

 

쿠퍼와 함께 했던 로봇들은 어딘지 모를 블랙홀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블랙홀 속에서 맞이한 4차원을 넘은 5차원의 공간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곳, 그곳은 바로 어린 딸 머피의 모든 생활이 담겨 있는 방이다. 이처럼 시간을 넘어서고 공간을 넘어선다. 어린 딸 머피와 대화를 나누었던 방, 유령이야기를 했던 방, 그 방이다. 쿠퍼는 진정 유령이었다. 이전 머피가 어렸을 때의 그 유령, 책장을 떨어뜨렸던 그 유령, 그러니까 아주 오래 전의 그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힘, 그것은 무엇일까? 시간은 상대적이다. 늘어나고 줄어든다. 그게 시간이다. 물론 그 시간은 심리적인 시간이다. 시간이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다곤 해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 시간의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중력뿐이다. 중력, 그건 사랑과 같은 것이다. 모든 언어를 초월하는 것, 불가능을 넘어서는 것, 그건 사랑이다. 고로 사랑과 중력은 동의어다.

 

사랑의 비밀, 이들은 서로 만날 수 있을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