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53- 인터스텔라-2- 사랑, 시간과 공간을 넘는 5차원의 힘

영광도서 0 1,756

사랑은 그를 너로 만들어준다. 그가 너로 다가올 때 너와 나는 우리로 변한다. 별 것 아닌 듯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신비이며 불가사의하다. 즉 5차원의 문제다. 이 영화에서는 그 또는 그들, 3인칭의 부름이 많이 나온다. 3인칭은 나와 우리라는 인칭을 떠난다. 이를테면 나 또는 우리라는 단어는 1차원이라면 내가 없는 차원은 2차원, 나도 너도 없는 차원이 3차원, 3차원은 우리 밖에 있는 외계다. 3차원을 넘어 5차원까지, 5차원에 이르면 나와 상관없던 모든 것들이 나와 관계를 맺는다.

 

시간의 역설이다. 이 역설을 어떻게 이을까? 역설이란 뒤집으면 결국 그게 그거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역설을 완성하면 나와 상관없는 것이 나의 문제로, 나로 변환하는 셈이다. 이 시간의 방정식을 푸는 방법은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든 풀 수 있는 해법이 있다는 게 전제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다. 다만 풀 줄 모를 뿐이다. 때문에 세상 어떤 문제든 풀고 못 풀고는 해법이 었어서가 아니라 그걸 풀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수백 번 시도해서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는 신념, 그런데 사람들은 그 한 번을 넘지 못한다. 신념이란 그 한 번을 참고 넘는 사람이다. 물론 신념을 갖기란 무척 어렵다.

 

 

765556982_hblSLrQG_011cfe4369bc455cd8e58 

 

 

 

 

신념이 부족한 사람은 그 한 번을 참지 못한다. 우선 시간이 두렵다. 늙음을 두려워한다. 시간이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으니까. 대부분 시간의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논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흘러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늘리거나 줄일 수는 있다. 어차피 흘러갈 시간을 원망만 할 게 아니라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 사 시행착오도 많다. 그렇다고 그 실패나 시행착오가 헛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면 실패할 일, 시행착오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사고들, 실수나 시행착오를 디딤돌로 삼는다면 그 모두는 헛일이 아니다. 나의 시행착오나 실패가 누군가의 디딤돌이 된다면 그건 의미 있다.

 

내가 나에 머무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나의 차원을 넘어설 때 그 이상의 무엇을 이룰 수 있다. 그게 나 자신을 위한 길이고, 너를 위한 길이고, 인류를 위한 길이다. 그 무엇을 위한 신념은 그런 생각 속에서 자란다. 신념은 이제까지 가 보지 않은 곳 너머에 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알지 못하는 세계, 그 세계는 상식 밖의 세계다. 그 세계를 논리만으로 갈 수 있느냐, 머리로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야 한다. 거기엔 신념이 절대적이다.

 

 765556982_mdAJGEKr_661f9bf86fe92acb5cc9e

 

 

 

 

 

진정한 사랑은 먼 것을 가깝게 한다. 유령처럼 느끼던 것을 현실로 바꾸어준다. 사랑은 모든 차원을 넘어선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사랑하는 쿠퍼의 마음, 그 진정한 사랑이 차원을 넘어선다. 시간을 변환하여 시간의 흐름을 무색하게 한다. 과거를 현재로, 미래를 현재로 변환한다.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 미래가 현재와 만난다. 과거라는 유령이, 미래라는 유령이 현실로 다가온다.

 

“유령이 아니었어. 중력이었어. 3차원의 세계에선 그들이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를 선택한 거야. 이거였어. 어린 소녀의 침실, 모든 순간이 무한히 복잡하다. 그들은 무한한 시간과 공간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구속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어떤 특정한 시간을 찾을 수는 없다. 의사소통이 그래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다. 머피에게 말할 방법을 찾아야 해. 내가 이 순간을 맞이한 것처럼, 그건 사랑이다. 브랜디가 옳았어. 머피에 대한 나의 사랑이다. 그게 열쇠야. 말할 수 있는 방법, 그건 시계야.”

 

그런데 지금 아버지 쿠퍼가 유령으로 와 있는 그 방에 머피는 이미 중년이다. 뭔가 해답이 그 방에 있음을 인식한 머피는 그 방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찾을 듯 못 찾을 듯 머피는 방을 나가려 한다. 급한 마음에 쿠퍼는 책을 떨어뜨려 모스부호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STAY 메시지를 보낸다. 어릴 적 머피가 발견했던 메시지와 같은 단어다.

 

쿠퍼는 5차원의 공간에서 황사가 불 때 이진법으로 좌표를 표시한다. 그 당시 쿠퍼는 자신만이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딸 머피가 선택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765556982_9vBu0w7i_a2410af5b5ee550c06812 

 

 

 

 

지구는 대기오염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받는다. 모두 마을을 떠났다. 머피는 아버지를 용서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나사로 들어가 아버지를 추적하면서 이제 떠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는 것을 깨닫는. 그래서 그녀는 오빠의 식구들을 떠나게 하려 한다. 하지만 쿠퍼의 아들 톰은 떠나려 하지 않는다. 아버지 쿠퍼를 놓아드리겠다 면서도 그는 믿는다. 아버지가 돌아오실 거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떠나지 못한다. 그 집, 옥수수 농사를 짓는 그 집을 차마 못 떠난다. 모래바람이 가득한 그 곳을.

 

가족들이 모래바람으로 건강을 해치는 걸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톰, 머피는 할 수 없이 톰을 떠나게 하려고 톰의 옥수수농장에 불을 지른다. 톰이 옥수수농장의 불을 끄러 간 사이 톰의 가족들만이라도 데리고 떠나려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잊은 것이 있어서 찾아들어간 자신의 어릴 적 방에서 머피는 아빠 쿠퍼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다. 너무 먼 공간에서 둘은 마음을 통해 공간을 좁힌 것이다. 5차원의 세계다. 5차원 속에 있는 쿠퍼는 떠나기 전 머피에게 선물했던 손목시계에 어른 머피에게 중력방정식을 풀 수 있는 블랙홀 데이터를 모스부호로 전송한다. 시계가 자주 등장한 이유였다.

 

이제 어른이 된 머피는 그걸 알아낸다. 중력방정식을 풀어낸다.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플랜A 계획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중력방정식을 풀어 중력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수수께끼, 즉 공간의 비밀이 풀리면서 쿠퍼는 5차원 큐브가 닫히면서 5차원 블랙홀 속에서 나온다. 그는 우주를 떠돌다가 토성 옆에서 다른 우주선에 의해 발견되어 살아난 것이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머피의 능력으로 지구를 구한 때다. 중력을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우리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다.

 

 

765556982_pruSOKsY_a7339d9c1c5f0ba005654 

 

 

 

 

그럼에도 인류는 해결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 시간이라는 것, 때문에 딸 머피와 쿠퍼 사이는 역전이다. 시간을 벗어난 공간에 있던 쿠퍼는 중년 그대로다. 그런데 머피는 이미 거동 불편한 할머니다.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는 있어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쿠퍼와 머피는 만난다. 이제 머피는 124세다. 그제야 이들은 안다. 쿠퍼가 바로 머피의 유령이었다는 걸. 머피의 어린 시절 그 방에 있던 유령이 시간을 넘어선 아빠였음을. 머피는 알고 있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아빠가 돌아오리라는 걸, 왜냐하면 약속했으니까.

 

그게 지식과 부모 사이일 거다. 머피는 말한다. 아니 124세의 늙은 머피가 중년의 아빠 쿠퍼에게 말한다. "어떤 부모도 자식 죽는 걸 볼 필요가 없어요. 지켜볼 자식들이 있으니까요. 아빠는 이제 가세요. 브렌드에게, 그녀가 기다리고 있어요. 우주 어딘가 낯선 곳에서, 혼자서 낯선 하계에서, 아마도 지금은 새로운 인류의 터전에서 새로운 태양의 빛을 받으면서 긴 잠을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딸 머피는 이세 시간을 거스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인류 대대로 물려받아 살 수 있는 새로운 대지를 마련한다. 그녀의 아버지, 청춘의 쿠퍼는 새로운 만남을 찾아 떠날 것이다. 우주를 함께 다니며 키웠던 사랑의 완성을 향해. 사랑만이 영원하니까. 그 사랑이 떠난 흔적 위에서 새로운 생명을 또 이어가게 할 테니까. 자식에 대한 사랑, 그리고 새로운 이성을 향한 사랑의 확인으로 영화는 끝난다.

 

 

765556982_Cue2Itis_181f4c0651a87148b1f8c 

 

 

 

 

이론, 현실에만 집착한다면 더 이상의 전진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 바로 사랑의 발로이다. 불가능한 사이를 좁혀 하나 되게 하는 힘, 서로 관계없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유대를 맺게 하는 힘, 그건 사랑이다. 사랑은 이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즉 5차원의 시계다. 인류의 영원은 블랙홀을 발견하면 가능한데, 그 블랙홀의 세계는 다름 아닌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영화는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쿠퍼는 사랑은 우리 인간이 발명한 것이 아니지만 관찰이 가능한 강력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 존재의 의미는 사랑이다. 사랑의 의미는 사회적 효율을 위해 사회적 유대감과 육아에서 비롯된다고. 죽은 사람을 사랑한들 무슨 소용이냐 묻지만 우리 인간은 이해 못하는 뭔가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건 바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차원이 존재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러 왔다.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니까.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쿠퍼는 어린 딸과 아들을 사랑했고, 그 차원을 넘어 이미 자신보다 늙은 딸을 딸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머피 또한 자신보다 한창 어린 아버지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것, 그게 사랑이다. "우리에겐 애정이 있다. 가족이 없어도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자 하는 그 열망은 대단하다. 감정은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다."

 

 

765556982_Ys2vFbaM_1d9b2f1d9e4b0ad6024f0 

 

 

 

 

그 사랑이다. 인류를 구원하는 힘,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 그러면 사랑은 본능을 넘어서는 3차원, 4차원, 5차원을 이어주는 고상한 것인데, 그것조차 출발은 바로 생존본능에서 온다. 생존본능이야말로 영감의 원천이니까. 그것이 곧 열쇠다. 쿠퍼는 죽음의 위기 속으로 치닫는다. 그 죽음 앞에서 간절히 떠오르는 그림, 아버지의 생존본능의 힘은 자식이다. 자식이 떠오른다. 죽음을 맞는 순간, 악착 같이 살고 싶다. 자식들을 위해서,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흔들린다. 가물가물함 속에서도 보이는 것 자식들, 그 사랑의 위대한 힘이 수수께끼를 푸는 원동력이다. 사랑은 모든 법칙을 넘어선 것이다. 관성의 법칙처럼 제 자리에 서려는 것, 이를테면 위험하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상태서 벗어나기다. 그래 맞는 말이다. 인류를 위한다는 놈들, 국가를 위한다는 놈들 대부분은 사실은 저 자신을 위한 그런 이기적인 놈들이 대부분이다. 쿠퍼는 솔직하다. 가족을 위한 사랑은 국가를 위한 사랑이 되고 인류를 위한 사랑이 되는 것이다.

 

"노인들이여,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저무는 하루에 소리쳐 저항하시오. 분노하고 분노하시오. 사라지는 벷에거 분노하시오."

 

뉴튼의 제 3법칙,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버려야 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뭔가를 버리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그렇게 자기를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 그 안에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이 신념을 키운다. 신념이란 사랑이란 씨앗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쿠퍼는 그걸 깨닫는다. 사랑이란 중력과 같은 것이란 것을, 공간과 공간을 순간 이동할 수 있는 것,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것, 과거와 현재를, 현재와 미래를 순간 이동하여 일치를 이루게 하는 것, 그것은 곧 사랑의 원리라는 것, 곧 중력이라는 것을.

 

 

765556982_u2C3spjw_32ae0776acec56f73b729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시간이란 것, 공간이란 것, 그 한계 속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며 보아야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과학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나오는 중력이란 3차원을 넘어서는 5차원의 문제니까. 이 영화를 공상과학 영화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차원으로 환원하자. 그 5차원의 세계는 바로 사랑이라고. 모든 차원을 뛰어넘는 사랑, 좁게는 남녀의 사랑, 좀 넓게는 가족의 사랑, 보다 넓게는 인류의 사랑, 그것이다.

 

모든 해결의 열쇠는 사랑이다. 인류의 종말을 막는 것은 3차원으로는 부족하다. 5차원의 세계, 과거를 사랑하고, 미래를 사랑하고, 현재를 사랑하여 그 3차원을 한 곳에 모으는 것, 그게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사랑밖에는. 너는 나의 사랑이다. 너의 과거도 너의 미래도 너의 현재도 나는 사랑한다. 그게 5차원이며 인류의 영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