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59- 제보자, 진실과 국익 중에 무엇이 우선인가?

영광도서 0 1,765

기회주의자들은 목소리 큰 쪽으로, 표가 많은 쪽을 편든다. 그렇게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의 진실이 따로 존재한다. 서로 다른 진실. 그리고 그 진실들이 기 싸움을 한다. 최후의 승리를 얻는 게 진실이니까. 그러다 그 진실이 밝혀지면, 우리 모두 패자다. 참 서글픈 현실이다.

 

그런 거대한 힘을 뚫고 진실을 알리기란 참 어렵다. 국민이라도 제 자리를 지키면 진실을 밝히기 쉬울 텐데. 목소리를 높이며 달려드는 대중의 왜곡된 힘 앞에선 진실은 국익이란 포장 아래로 숨는다. 우리 편이란 편 가르기 아래로 숨는다. 그것을 이용하여 여론은 조작되고, 그것을 믿고 싶어 하는 우리 편 사람들은 패를 가르고, 그렇게 진실공방만 가열된다.

 

765556982_hj29bimu_9db9c2c6bb22c287c2d4a 

 

 

 

 

 

"제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이유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희대의 사기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사기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기를 친 장본인은 이미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장벽을 친 권력이 되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의 한 마디에 생존의 위협을 느겼다. 언론도 그의 발아래 있었다. 그의 뒤에는 든든한 권력이 뒤를 받쳤다. 그의 앞뒤좌우로는 든든한 철옹성과도 같은 더 무지무지한 힘이 둘러싸고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바로 권력 위에 있는 국민들의 힘이다. 그런데 그게 사기였다. 그 사기극의 전말이 밝혀진 것은 익명의 제보자의 제보 덕분이었다.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의 연구결과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을 무렵, PD추적 ‘윤민철’ PD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 아무런 증거도 없습니다. 그래도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얼마 전까지 ‘이장환’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한 ‘심민호’ 팀장이 ‘윤민철’ PD에게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줄기세포 실험 과정에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위를 제보한다. 양심선언이랄까. 처음엔 관심조차 없었으나 그게 진실이라는 예감에 윤 피디는 그것을 취재하기로 한다. 취재를 할수록 심증은 굳어간다. 그는 다짐한다. "이 방송 꼭 내보낼 겁니다."

 

제보자의 증언 하나만을 믿고 사건에 뛰어든 ‘윤민철’ PD는 ‘이장환’ 박사를 비판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여론과 언론의 거센 항의에 한계를 느낀다. 결국 방송은 나가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국민은 이장환 박사를 믿고 있다.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것을 국민은 믿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까 윤 피디가 진실을 말하면 말할수록 그는 음해세력으로 낙인만 찍힌다.

 

765556982_Tpl0j1I4_d7ff061417fd569bad2e0 

 

 

 

 

 

그럼에도 진실은 진실이다. 그는 묻는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 진실이라고 숨겨야 하는가, 진실과 국익 중에 무엇이 우선이냐고, 그 대답은 명증하다. 궁극적으로는 진실이 국익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줄기 세포는 없다. 복제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진실을 밝히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같은 언론 밥을 먹고 있는 동업자들도 그들의 적이다. 그들을 비난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방송국의 명운이 달렸으니 보도를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더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장환 박사가 찾아와 비밀 거래를 하려 한다. 그러자 확신이 선다. 거래를 원한다는 건 약점을 잡혔다는 의미니까. 윤 피디는 이 박사의 제안은 단호히 거절하고 방송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박사의 말대로 윤 피디는 방송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인터넷에 흘러든 그들의 취재물의 결과는 완전히 뒤집힌다.

 

사기를 부풀려준 방송들, 언론으로 여론몰이를 하는데 일조한 방송들,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방송들, 그들이 뿌린 씨앗의 싹을 자르기란 그만큼 어렵다. 여론몰이에 앞장서는 언론, 이박사의 사기 쇼에 동참하여 콩고물이나 얻어먹는 학자들, 지원금을 엄청 대주었다가 완전 사기를 당한 정부가 합심하여 그것을 덮으려 한다. 게다가 국민들, 이 박사를 영웅으로 믿는 국민들이 떼를 지어 윤 피디 일당을 비난한다.

 

 

765556982_PikIJ9lX_7743edbe4e22c5246b02c 

 

 

 

 

그러나 진실은 진실이다. 그럼에도 제보자의 제보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이 믿는 사실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기를 칠 수 있는 환경이다. 사기를 치는 그 팀에는 연구원 숫자보다 홍보팀 숫자가 더 많단다. 연구소인데. 참 이상하지. 그럼에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면, 아니, 찾는다 해도 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방송을 못하게 하면 어떻게 진실을 밝힐 것인가. 국민들은 말한다. "나라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데, 저런 방송을 해서 자기들의 영웅을 음해하냐"고. 때문에 윤 피디는 자조한다. "저 사람들 무서워지네. 난 진실만 얘기하면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방송은 나간다. 방송이 나가면 진실은 밝혀지고, 진실이 제자리를 찾을 줄 알았으나 상황은 정반대로 흐른다. 오히려 모든 상황은 거짓의 편에 선다. 그 방송은 공공의 적이고 만다. 그럼에도 시간은 진실의 편이다. 진정한 진실이 왜곡된 진실을 이긴다. 때로 시간은 걸리더라도, 고통은 따르더라도, 서서히 진실은 승리의 옷자락을 아주 천천히 편다.

 

방송이 나가고 모든 것이 밝혀지자 체념한 이 박사는 자인한다. 하나가 커지니까 그에 따라, 기대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까 너무 멀리 왔다고, 그러자 멈출 수 없었다고.

 

결과적으로 하나를 보여주면 둘을 원하는 여론, 국민, 나라. 그런 것들이 결국 멈춰야 할 때를 놓치게 한 것이다. 공정과 진실을 모토로 하는 방송, 그럼에도 얼마나 우리는 왜곡된 방송을 들으며 살고 있을까?

 

 

765556982_PjX5JRhS_b238c4d77e2f0261db8ac 

   

 

 

 

국민이 자칫 여론몰이에 앞장서서 진실을 막고 있는 경우도 왜 없겠는가? 그것을 이용하는 무리들, 그들은 권력이며, 언론이며, 우리 국민 자신이다.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우리들 스스로도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자신들이 믿고 싶은 진실을 아예 정한다. 그리고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도장을 찍는다. 때문에 상대방이 진실이어도 그것은 무조건 거짓이다.

 

진정한 진실과 왜곡된 진실, 때로는 왜곡된 진실이 진정한 진실보다 더 진실 같다. 그 진실에 우리는 곧잘 속는다. 영리한 권력은 그걸 이용한다. 그걸 언론이 뒷받침한다. 그러면 그렇게 잘 포장된 진실 앞에 국민 역시 그걸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더구나 이제껏 내가 편든, 우리 편이라면 그건 무조건 진실이다.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도 우리는 그걸 믿지 않으려 한나. 아니 믿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 번은 묻어두고 믿어준다. 다시 한 번 믿어준다. 그러다 세 번 네 번이면 그제야 편들기를 멈춘다. 그만큼 우리는 어리석다. 그래서 이용을 당한다. 영리한 권력은 그걸 이용한다. 우리 대중은 그만큼 영리하지 않다. 확증편향, 우리 편이란 의식 때문에 우리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어리석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믿는 진실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 편이란 가면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증편향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왜곡된 진실마저 진실로 믿는 것은 아닌지. 이 영화는 국민이 얼마나 깨어 있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