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0- 폼페이 최후의 날, 인간의 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

영광도서 0 1,499

신의 분노, 자연의 분노를 우리는 신의 분노라 부른다. 인간은 자연의 분노를 달랠 수 없다. 막을 수 없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지금도 지구상에 인간은 아주 치명적인 폭탄을 만들어내려 애쓴다. 대량살상 무기들이다. 하지만 그런 무기들도 자연의 분노 앞에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이 넘지 못할 무엇은 계속 있게 마련이다. 자연은, 아니 신은 끝까지 인간에게 정복당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할 뿐이고, 그러면 그럴수록 잔인하달까, 위대하달까, 그 한계를 알 수 없는 자연의 힘, 신의 힘 앞에 경이로움을 느낄 뿐이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 불과 18시간 만에 화려한 도시 하나를 완전히 묻어 버림으로써 도시와 시민 모두를 생매장시킨 대 화산폭발, 79년 8월 24일 폭발한 베수비오 화산은 재와 부석을 초당 1.5톤의 속도로 대기 중에 쏟아냈다고 한다. 그 기둥의 높이는 21마일, 동풍을 타고 폼페이 상공으로 펴져나가 수 시간 만에, 도시는 화산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또한 화쇄난류에 의해 발생한 해일로 폼페이는 묻혀 버렸고 시민들 역시 그 안에 갇혀 사라지고 말았다. 인간의 용광로보다 훨씬 강한 열로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불에 타 죽거나 질식사했다. 베수비오 화산에서 분출된 뜨거운 바람은 시속 450마일로 불었으며, 그 온도는 화씨 1830에 달하여, 아무도 탈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항구 도시이자 로마 귀족들의 휴양 도시로, 사치와 향락이 끊이지 않았다는 도시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졌다가, 1592년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굴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그 깊이는 4미터에 달했다는 것이다. 즉 화산재가 4미터나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밑에 인간화석들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죽음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어머니, 입을 틀어막은 채 움츠린 소년, 연기를 피해 고개를 숙인 남자, 그리고 서로의 품에서 죽어간 연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발견했으니 이 영화는 서로 끌어안고 그대로 인간화석이 된 한 쌍을 소재로 만든 것이라 한다. 

켈트족의 유일한 생존자, 마일로, 켈트 족이 로마군에 의해 잔인하게 몰살당할 때 어린 마일로는 살아남는다. 그는 로마로 끌려가 노예로 살지만 검투사로 변하여 살아남는다. 로마 황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검 승부를 하여 살아남는 자는 살려준다. 그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최고의 검투사로 우뚝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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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폼페이로 간다. 그가 살았던 고향으로 간다. 비록 노예의 몸이지만, 그는 자유를 원한다. 자유를 원하는 그가 우연이라면 우연이다. 폼페이 군주의 딸 카시아, 그녀는 치근대는 로마의 의원 코르부스를 피하기 위해서 로마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 행로에서 둘이 마주친다. 노예의 신분으로 폼페이로 끌려가던 마일로와 로마로 돌아가려는 자유인 카시아, 두 사람의 눈이 우연히 마주친다. 마차가 진창에 빠지면서 말이 쓰러지자 그 말을 일으켜야 한다. 그 일을 하는 마일로와 그녀의 시선이 겹친다. 서로의 호감을 느낀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인력에 끌린다.

카시아를 마음에 둔 로마 의원의 방문, 을의 입장에 있는 폼페이의 군주는 그를 정성껏 맞이한다. 그의 의도는 카이사를 자기의 여자로 만드는 것. 로마 의원의 등장으로 죽음의 위험에 처한 마일로, 그리고 그와 같은 처지인 검투사들은 사슬에 묶인 채 폼페이 주둔 로마군과 결투를 벌여야 한다. 그들과 싸워서 이긴다면 그들에게 자유를 주겠단다. 검투사들 중 최고의 검투사인 마일로는 자유를 꿈꾼다. 그는 로마의 약속을 믿는다. 그와 동료 검투사들은 마음을 합쳐 적들과 대항한다. 용맹과 기지, 그리고 실력으로 두 사람은 살아남는다. 그런데 로마군은 약속을 어기고 살아남은 그들을 죽이려고 활을 겨눈다. 의원 코스부스는 이 두 사람을 죽이려 한다. 죽음의 위기에서 카시아가 나서서 이들을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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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 마일로는 의원을 향해 창을 던지지만 실패한다. 그 대신 의원의 심복인 로마 최고의 장수와 대결을 그는 벌인다. 둘이 대결을 벌이는 중에 지진이 나면서 화산 폭발이 시작된다. 경기장이 갈라지면서 이들의 싸움도 중단되고 피난하기에 급급하다. 반면 그 일로 인해 로마군에 끌려가 집에 감금당한 카시아, 그녀의 집 역시 화산폭발의 영향을 받는다. 그 바람에 카시아의 부모도 무너진 더미에 깔린다. 함께 깔린 로마 의원을 죽이려다 실패한 그녀의 부모는 그대로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 시간 검투사들 중 생존자 두 사람, 마일로와 흑인 검투사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마일로는 기꺼이 카시아를 찾으러 나서려한다. 그를 말리는 흑인 검투사에게 “넌 자유를 얻었지만 나의 자유는 카시아야!”라며 함께 도망치기를 거절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그녀를 찾아간다. 가까스로 그녀를 구한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산으로 도망칠 생각으로 운동장으로 가다가 의원 일당을 만난다. 

의원은 기회를 노려 카시아를 강제로 전차에 태운다. 그의 심복 흑인 검투사가 마일로와 동려ㅛ 검투사를 맞상대한다. 그 와중에 의원은 카시아를 납치하다시피 하여 달라난다. 치열한 대결 로마 제일의 장수와의 맞대결, 그를 가까스로 처치한 그들, 흑인 검투사가 “신들이시여, 죽음을 앞둔 자들이 경의를 표합니다. 나는 자유인이다.”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는 죽는다. 그렇게 그는 자유인으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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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살아남은 이는 의원과 카시아, 그리고 이들을 추격하는 마일로, 결국 둘을 따라잡은 마일로와 달아나기만 하던 의원이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의원이 넘어진 사이에 카시아는 의원을 사슬로 손을 묶어 버린다. 그를 버려두고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산으로 달아난다. 하지만 더 이상 두 사람이 말을 타고 달아나기엔 불가능하다. 마일로는 말에 그녀를 타라고 권하며 이제부터는 혼자 가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혼자 가게 보내 벌힌다. 그녀 역시 그의 옆에 남는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도망치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

두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서로를 포옹한다. 그리고 입을 맞춘다. 그들의 속으로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거운 사랑만큼이나 뜨거운 화산의 불꽃이 이들을 덮쳐온다. 그 화산 불에 그대로 묻혀버린 그들의 흔적은 입 맞추며 서 있는 모습 그대로 굳어 화석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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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가,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대해 무지한가? 말을 비롯한 가축은 물론 말을 못하는 동물들이 먼저 종말을 느낀다. 인간은 그저 오늘도 어제처럼 이어지겠지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닥쳐온 재난 앞에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만다. 사실은 어느 순간 닥쳐온 것이 아니라 조짐이건만 인간은 오만하여 그것을 무시한다. 물론 알아도 그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지만. 그런 소동의 와중에도, 종말이 오는 와중에도, 자기의 욕심을 위해 티격태격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정말 어리석다. 잔인하다. 자기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괴로움쯤은, 죽음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것을 그들은 힘으로 여긴다. 그것이 자기답다 여기고 강자가 누리는 특권이라 여긴다. 죽음 앞에서도 자기의 본성을 바꾸지 못한다. 그러한 악인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얼마나, 어떻게 깨달음을 줘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오만한 인간들, 신 앞에서는 아주 보잘것없는 미물에 불과한 인간들이 약자를 괴롭힌다. 자연의 분노 앞에서는 마치 작은 일개미들처럼 처연하게 죽어간다. 아주 맥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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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 이 영화는 재난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자유가 들어 있다. 검투사가 원하는 지유는 신분의 자유다. 흑인 검투사는 그 자유를 쟁취하는 순간 죽었다. 그러면 그의 인생은 해피엔딩인 셈이다. 마일로의 자유는 노예에서의 해방이기도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자유를 원한다. 사랑에 빠진 그의 자유는 여자다. 그가 말한 대로 그는 원하는 여자 카시아를 얻지 못하는 한 그는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그는 카시아를 구하려 한다. 인간은 원한다. 자유를 원한다. 한 남자의 자유는 사랑하는 여자다. 그는 그가 원하는 여자 카시아와 최후를 장식한다. 죽는 순간에 그 사랑을 이루고 영원히 석화되었으니 그 역시 해피엔딩이다.

로마 시민인 여자 카시아, 그녀의 자유는 제도와 위선으로 부터의 자유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해야 자유민일 텐데, 그녀가 속한 로마에서 여자에겐 선택의 자유가 없다. 그런 제도로부터 그녀는 자유를 원한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 어느 남자에게 자신을 위탁해야 하는 위선, 그녀는 이처럼 제도와 위선에서 자유를 얻으려 한다. 결국 그녀 역시 신분을 넘는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다. 위선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다. 그러니 그녀 역시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 역시 재난 영화이긴 하지만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자연 앞에 인간, 신 앞에 인간, 인간의 진정한 자유는 사랑이다. 죽어도 살아도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이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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