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1- 토르: 다크 월드, 현대인을 만나러 지구에 온 북유럽 신들
신화, 수천 년의 간극을 넘어 신화 속 인물들이 우리에게로 왔다. 북유럽 신화의 인물들을 그대로 따왔다. 유럽의 신화의 신들은 다른 신화의 신들과 달리 인간과 교류하고 싶어 한다. 이를테면 멀리 하늘에 나 앉아서 폼을 재며 인간들의 대접이나 받다가 맘에 안 들면 아주 무시무시한 벌을 내리거나 인류를 멸종이라도 시킬 듯 대단한 재앙을 내리는 신들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에게 와서 인간들과 연애도 하고, 싸우면서 인간과의 공존을 원한다. 흔히 종교적인 신들, 이를테면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의 신은 숭배의 대상인데 반해, 북유럽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 이집트 신화 등의 신들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이 신들은 인간과 공존하며, 인간보다 아주 월등하지도 않다.
북유럽신화, 신과 인간의 교류, 해서 유럽의 신화들은 재밌다. 신들의 제왕 오딘은 아스가르드를 다스린다. 그의 두 아들 토르는 강력한 망치란 무기를 갖고 있다. 인품으로 봐도 충분히 왕이 될 자질이 있다. 정의감도 있고, 힘도 있고, 지혜도 있다. 왕으로서, 훌륭한 왕으로서 갖출 건 다 갖췄다.
로키, 이 신은 신품도 그렇다. 꾀가 많다. 약삭빠르다. 그런데 야는 누구보다 왕이 되고 싶어 안달이다. 그러다 결국 지하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어 이를 간다. 어벤저스 뉴욕 사건으로 지구를 위협한 죄로 그는 감옥에 갇힌 것이다. 때문에 그는 자기 아버지까지도 복수의 대상으로 삼는다. 형은 권력을 다투는 사이니까 형을 없애야 속편하다.
한 놈은 왕이 될 자질을 갖췄으나 왕이 되기보다는 사랑을 택하려한다. 그는 신이 아닌 인간 여자를 사랑한다. 자신은 신인지라 5000년이나 살 수 있다. 반면 인간은 백 년도 못 산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 여자와 사랑하고 싶어 한다. 지구에 왔다가 한 여자, 우주학 박사인 제인을 사랑한다. 물론 인간인 줄 알고 사랑에 빠졌으나 토르는 자신의 나라의 안위를 위해 하늘로 떠난다.
그 남자를 사랑한, 아니 신을 사랑한 제인은 우연히 태초부터 존재해왔던 어둠의 종족 ‘다크 엘프’의 무기 ‘에테르’를 얻는다. 에테르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이테르로 밝은 대기를 의미하는 신이다. 그녀 속에 들어 있는 에테르란 아주 강력한 무기다. 그 무기를 차지하려는 다크엘프족, 이들이 그 무기를 갖는다면 토르가 속한 나라 아스가르드로는 큰 위기에 처한다. 그러니까 아스가르드 왕이나 토르는 이를 막아야 한다.
한 놈은 왕이 되고 싶어서 안달하다 실수를 저질러 옥에 갇혔다. 이 둘의 갈등을 본격화시켜야 할 거다. 모든 소설이나 영화가 그렇듯이 그런 갈등 요소가 결국 형제간에 치열한 이러 저러한 싸움을 일으킬 것이란 예감을 하게 한다. 다음에는 이들 형제간을 영원히 갈라놓거나 화해하게 하거나 하는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종족이 바로 그 에테르를 노리는 어둠의 종족 다크엘프 족이다.
태초부터 있었던 강력한 무기 에테르, ‘다크엘프’의 리더 ‘말레키스’는 ‘에테르’를 되찾기 위해 제인과 아스가르드를 공격한다.
토르는 사랑하는 여인 제인을 지켜야 하고, 또한 동시에 아스가르드 왕국을 지켜야 한다. 해서 그는 로키에게 위험한 동맹을 제안한다. 아무리 야심이 많고 위험한 인물이지만 지금 그 다크엘프족에 맞서려면 그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두 영웅이 다크엘프족과 싸움에 나선다. 그 위험한 동맹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면 형제간의 화해요. 깨지면 형제간에 더럽고 치사한 싸움이 벌어질 터다. 다행히 여자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서 희망이 보인다. 왜냐고? 형제간에, 또는 부자간에 여자를 놓고 싸움을 벌이면 고대로부터 신화든 뭐든 비극으로 끝나더라니까.
결과는 빤하지 뭐. 형제는 그 일로 공고해지는 우애를 확인한다. 그럼에도 공동의 적은 다크 엘프니까. 일단 그놈들에게 한 놈이 엉겨 붙을 것 같지만 역시 고대로부터 이어오는 관념은 피는 물보다 진한 것 아니겠냐고.
동생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크 엘프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해서 제인을 비롯한 지구를 구한다. 그리고 귀환한다. 아버지의 명을 어긴 것에 대해 처벌을 요청한다. 아버지는 그를 용서한다. 당연히 너는 나보다 욍이 될 자격이 있다. 그러니 용서한다. 그렇게 수순이 맞게 돼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럼에도 이 영웅, 토르는 멋있어야 한다. 그가 그대로 왕이 되면 보통의 존재다. 헌데 이 녀석 왕이란 권력이 아닌 사랑을 선택하니 멋지다. 박수, 짝짝짝. 남들이 하는 길대로 가면 매력 없잖아. 그 대단한 자리를 버릴 수 있는 남자가 더 멋지지. 그걸 차지하는 사람보다.
한 놈은 왕이 되고 싶어했으나 자질이 안 된다. 한 놈은 왕이 될 자질은 충분하나 왕이 되고 싶지 않다. 그는 왕이 되기를 포기한단다. 다행이다. 왕은 자질은 안 되어도 되고 싶어 하는 놈이 되는 거니까. 그래야 싸움이 안 벌어지지. 다크 엘프와의 싸움에서 죽은 줄 알았던 동생 놈, 고놈이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토르를 대하고 있었던 겨. 해서 동생은 왕이 되고, 토르는 사랑 찾아 지구로 다시 내려오는 것이다. 뭐 이런 결말. 괜찮다.
신화의 신들이 인간들과 연애한다, 인간들과 싸운다, 그런 면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나 다를 바가 없다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영생불사의 몸인 반면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인간보다는 훨씬 오래 살긴 하지만 유한자라는 점, 여전히 권력다툼을 하는 중이란 면에서는 다르다. 이들 신들은 보다 인간적이다. 이들의 세상은 인간 세상에 가깝다.
신이란 존재는 인간이 올려 보내는 제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신들에겐 인간이 꼭 필요하다. 인간이 없으면 신들끼리 무슨 재미로 살 텐가. 물론 인간 또한 신이 없으면 어찌 사냐고. 문제는 많이 일어나지, 고 놈의 문제 풀 길은 없지. 문제투성이인 인간이 누구한테 의지하겠냐고. 그러니까 인간에겐 신이 필요하다. 신화의 인물들을 지금을 사는 현대인의 지구로 초대한 아이디어 괜찮다. 그럼에도 신들의 이미지는 그대로 따오려고 노력했으니 신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볼만한 영화다. 물론 액션, 그리고 환상적인 비주얼,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