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2- 토르, 천둥의 신: 비주얼, 액션 등 볼만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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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북유럽의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들 신의 특징을 따오긴 했지만 고스란히 신의 세계가 아니라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들과의 교감이란 발상이 무척 재미있다. 그리스 신화의 재미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북유럽 신화도 그에 못지않은 재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이다. 일단 비주얼이 볼만하다. 상상에서나 볼 수 있는 건축물들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보면 과연 신들이 살고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기발한 상상력이 멋지다. 신이 늙어간다는 발상, 그래서 신들의 왕의 자리를 후계자에게 물려준다는 상상은 신의 세계를 인간의 세계로 끌어내렸다는 점도 대단한 발상이다. 신들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신도 인간과 같은 감정의 소유자라는 것, 신들도 정권투쟁에 있어서는 인간의 권모술수와 별다를 게 없다는 설정은 더 이상 그들은 신이 아니라 인간화된 존재일 뿐이다. 그러한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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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 번개, 바람, 비의 신으로, 영어의 목요일인 ‘Thursday’는 토르(Thor)의 이름에서 유래하여 ‘토르의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놀라운 능력을 지닌 해머 ‘묠니르’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그 어떤 상대라도 제압하는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어 그의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두려워한다는 내용이 전해져 내려오는 가장 강한 파워의 신이다. 이 신이 바로 주인공이다.

 

토르의 아버지 오딘이 통치하는 아스가르드는 신들의 세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아스가르드’ 왕국은 눈부신 황금빛으로 감싸여 있으며 오딘의 강력한 지도력을 대변하는 화려하면서도 질서정연한 공간으로 거대한 장관을 이룬다. 신들의 호위대 ‘헤임달’이 지키고 있는 아스가르드의 입구 관측대가 위치한 공간은 마치 우주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반면 오딘에게 패배한 뒤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적의를 품고 살아가는 얼음의 제국인 ‘요툰하임’은 차갑고 어두우며 거친 폐허의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신들의 왕 오딘은 얼음의 나라, 폭력을 일삼는 요툰하임을 쳐부수고 평화를 지켜내긴 했지만 와중에 오딘도 한쪽 눈을 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후손 어린 아이를 데려다 키웠으니 토르의 동생 로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신은 오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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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은 이제 나이가 들어 후계를 세울 생각이다. 그 후계자는 당연히 막강한 무기를 지난 천둥의 신 토르이다. 그는 오딘의 장남인데다 가장 강한 카리스마가 있다. 북유럽 신화 속 최강의 신 ‘토르’ < 천둥의 신>은 해머라는 막강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는 신의 힘을 지닌 해머 ‘묠니르’를 통해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의로운 일에만 쓰여야 하며 가치 있고 정의로운 자만이 움직일 수 있는 묠니르는 토르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무기로, 토르에게 신의 힘을 주는 매개체이자 신의 후계자인 토르에게만 허락된 신비로운 능력의 해머이다. 그것을 가진 그에겐 세상 무서울 게 없다. 감히 신들의 왕 아버지 앞에서도 당당하다.

 

오딘의 아들인 ‘토르’의 왕위 계승식이 있던 날, 요툰하임의 지배자인 ‘라우페이’는 신들간의 평화 협정을 위반하고 아스가르드를 침입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왕위에 오르지 못한 토르는 분노와 모욕감에 복수를 계획하고 요툰하임을 공격한다. 그는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그는 동생과 동료들을 이끌고 파괴를 일삼는 ‘요툰하임’을 공략하러 나선다. 라우페이가 평화협정을 깨고 아스가르드를 쳐들어왔을까? 무모한 줄 알면서도 말이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 배후에는 토르의 동생 로키의 흉계가 있었다. 그는 토르가 왕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비밀 통로로 적을 침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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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에 불타는 토르를 따라 그의 동료들은 용감하게 요툰하임으로 쳐들어 간다. 물론 로키도 함께 이다.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는 행동을 하는 토르는 아직 좌우분별을 할 줄 모른다. 왕이 되기엔 함량미달인 셈이다. 결국 막강한 요툰하임의 군대에 포위된 토르는 위기에 몰린다. 그 전쟁에서 실패하고를 간신히 살아 돌아온 그는 아버지 오딘의 분노 앞에 모든 것을 박탈당한다. 오딘은 토르의 오만하고 경솔한 행동에 분노해 그의 신으로서의 능력과 해머 ‘묠니르’를 박탈한 채 인간 세계 ‘미스가르드’로 추방한 것이다.

 

형을 위하는 척 했지만 실상은 로키의 속셈은 달리 있었던 것이다. 토르는 미스가르드 즉 지구로 추방당한다. 그는 이제 인간에 비해서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지만 신이 아니기에 신과는 대적이 안 되는 인간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 지구인이 되었다.

 

천체의 이상현상을 연구하던 과학자 ‘제인’ 일행은 거대한 섬광의 흔적을 쫓던 중, 그 현장 한가운데서 지구에 떨어진 토르와 맞닥뜨린다. 힘의 원천인 해머 ‘묠니르’도 잃어버린 채 하루아침에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토르. 지구에서 처음 만난 제인 일행과 함께하며 점차 인간 세계에 적응해 간다.

 

한편 아스가르드의 오딘은 기력이 쇠하여 자리에 눕는다. 토르가 차지할 수 있었던 왕의 자리를 노리는 로키는 요툰하임과 내통하여 오딘을 제거하려 한다. 또한 장차 화근이 될 수도 있을 토르를 없앨 생각까지 한다. 토르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의 동지들은 로키의 낌새를 알아채고 토르를 구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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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는 자신의 분신을 만들 수 있는 신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 로키는 토르의 무기를 빼앗으려고 미스가르드로 온다. 거기에서 형을 만나지만 그의 목적은 토르의 무기를 탈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땅속에 박힌 토르의 해머는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꼼짝도 않는다. 아직은 로키는 그 해머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르를 구하러 떠난 동지들이 지구에 왔을 때 로키는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형 토르를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 강력한 파괴력의 ‘디스트로이어’를 지구로 보내 공격을 명한다. 하지만 토르는 묠니르 없이는 신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자 자신의 존재 때문에 지구에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알아차린 토르는 로키의 공격을 막기 위한 결전에 나선다. 그는 제인을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디스트로이어와 맞선다. 드디어 그는 인간세계에서 진정 왕이 될 수 있는 품격을 갖춘다.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왕의 품격을 갖추고, 자신의 무기를 다시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로키가 보낸 반역자를 쳐부순 그는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로키는 토르와 그의 동료들의 입국을 막으려고 아스가르드의 통로를 막아버린다. 이때 이들의 애타는 소리를 듣고 문지기가 얼음 속에서 깨어나 문을 연다. 이들이 돌아가 로키를 무찌르고 정상화를 시키지만 이제는 지구와 아스가르드는 다리가 끊겨 더 이상 교류는 불가능하다. 단지 마음의 눈을 통해서만 교감할 뿐이다. 신들은 신의 나라에 살고 인간은 인간의 나라에 산다. 다만 신과 인간은 마음의 눈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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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없는 신은 존재의미가 있을까? 다시 말해 누군가의 기억에 내가 없다면 그에게 나는 빈 존재이다. 신 역시 인간이 인식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믿지 않는다면, 인간이 기억하지 않는다면 신은 존재할까? 때문에 세상엔 누가 기억하느냐에 따라 다른 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누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않든,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존재하는 신, 그 신만이 진정한 신일 것이다. 그리스신화의 신들이나 북유럽 신들이 실제 신이 아니듯이, 진정한 신은 따로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신화 속 신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의 진실, 우리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신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한 모든 것은 언젠가는 모두 현실이 되듯이, 우리가 신들과 인간이 교류할 것이란 상상, 그것 또한 현실이다. 피상적으로가 아닌 심리적으로 우리는 신과 교류하고 있으니까. 레오날드 다빈치가 상상했던 비행기는 그가 살다간 지 500년이 채 안되어 현실이 되었고, 우주여행을 꿈꾸던 일들도 현실이 되었듯이, 우리가 고유한 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세계도 이젠 인간의 영역에 속한다. 우리가 지정하는 신의 영역은 우리의 눈높이에 불과하다. 인간을 다스리는 신의 영역은 그 이상의 요원한 세계에 있을 테지만 우리 상상의 한계이다. 우리가 설정한 신들의 나라, 신들의 생활, 그건 언젠가 우리 인간의 삶 자체가 될 날도 올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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