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4- 브릭맨션, 통제불능범죄구역, 비굴하고 교묘한 권력의 흉계

영광도서 0 1,747

산은 크게 육산과 악산으로 나눈다. 육산은 흙길이어서 풍경을 즐기는 맛은 없지만 걷기에 좋고 사색하기에 좋다. 반면 악산은 멋진 풍경을 즐기는 맛은 있는 반면 긴장하며 걸어야 한다. 때문에 육산 산행을 한 후엔 아기자기한 사색의 잔상이 많이 남고, 악산 산행 후엔 사진이 많이 남는다. 영화도 그런 것 같다. 휴먼 영화나 로맨스 영화는 이러저러한 사연도 많고 느낌도 많지만, 액션 영화는 긴장을 놓지 않고 장면 장면에 몰입하다 보면 영화는 끝난다. 이를테면 휴먼 영화와 로맨스 영화가 육산에 비견된다면, 액션 영화나 범죄 영화는 악산에 비견할 만할 것 같다. 보는 재미와 느끼는 재미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765556981_5NJxKjmW_9bccbdd54daeb77cd61db 

 

브릭맨션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어느 공간이냐가 중요하다기보다 어느 공간에 누가 거주하느냐가 공간의 특징을 드러낸다. 문제의 브릭맨션엔 흑인들이 거주한다. 비교적 가난한 이들이다. 사회의 소외계층이라 할 이들, 이들은 일반 시민들처럼 시의 통제를 받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며 생활한다. 주로 가난한 이들이 이곳에 거주한다. 대부분은 흑인들이다. 잃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 시에서도 보통의 시민들처럼 대하지 못한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길까봐 이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으며 접근하기도 꺼린다. 그러다 보니 시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 제목 그대로 통제가 불가능한 지역이다. 

 

시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대신에 이곳의 대표자라고 할 트레마인이 시장이나 마찬가지로 이곳의 지도자 노릇을 한다. 그의 명령에 따라 브릭맨션의 주민들이 움직인다. 그들은 데미안의 아버지를 죽인 범죄자들이기도 하다. 데미안은 현직 경찰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경찰관이었다. 그의 아버지 역시 경찰관으로 브릭맨션에 거주하는 그들을 체포하러 들어갔다가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백만의 시민을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폭탄이 저들 수중에 들어간 것이다. 이 폭탄, 미사일을 만일 트레마인이 버튼만 누르면 그대로 폭발한다. 48분으로 설정돼 있는 미사일, 그가 버튼을 누른 후 48분 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사일은 폭발하고 말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미안이 나선다. 국가를 위해, 공동체를 위협하는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데미안은 그들을 막겠다는 결심을 한다. 전에 데미안의 아버지는 그들을 잡으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러니 그 원수를 갚아야 한다.

 

765556981_zoxdNeCM_9c14c2ee524a4bccb8233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해서 그는 파트너를 찾는다. 그가 선택한 파트너는 리노다. 하지만 리노는 데미안의 정체를 전혀 모른다. 리노는 브릭맨션 출신이지만 백인이다. 주로 브릭맨션에는 흑인들이 거주하는 데 비해 그는 백인이다. 데미안의 원수 트레마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브릭맨션 주민들, 그곳의 수장 트레마인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데미안이 리로는 파트너로 생각하듯이, 트레마인 역시 리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리노를 잡으려고 트레마인은 리노의 애인 롤라를 납치한다. 그러자 트레마인의 계산대로 리노가 그들 앞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트레마인의 의도와는 달리 리노가 먼저 손을 써서 트레마인을 잡아서 경찰에 넘긴다. 트레마인이 요주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경찰, 그런데 웬걸 경찰은 트레마인을 잡아 대령한 리노를 유치장에 가둔다. 반면 트레마인은 유유히 풀려나간다. 분노해봤자 소용없다. 트레마인과 경찰서장은 같은 팀이기 때문이다.

 

리노를 파트너로 선택한 경찰관 데미안, 그는 리노의 편이 되기 위해 범죄자로 가장하여 리노가 갇힌 유치장에 들어간다. 데미안의 의도대로 두 사람은 같이 이송 당한다. 유능한 경찰관이지만 범죄자로 가장하고 이송 당하는 중인 데미안은 기지를 발휘한다. 그는 리노와 함께 이송 중에 탈출을 시도하여, 리노와 함께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리노는 직감적으로 데미안이 경찰임을 알아차린다. 데미안은 그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트레마인에게 희생당했다는 데미안의 이야기를 들은 리노는 데미안을 돕기로 한다. 트레마인은 이들의 공동의 적인 셈이다. 데미안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리노는 애인 롤라를 구하기 위해 둘이 한 팀이 된다.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 목적은 트레마인을 잡는 것이니 둘의 목표는 같다.

 

765556981_pzWs09Dc_7ca0e521294580069306a 

 

두 사람은 과감하게 그 무시무시한 지역, 통제불능 지역 브릭맨션에 잠입한다. 둘의 목표는 문제의 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임과 동시에 롤라를 구출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여 일단 미사일 발사를 멈추기에 성공한다. 이제 트레마인을 잡기다. 그런데 트레마인은 데미안과 리노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적이다. 악당으로 생각했는데 뭔가 다르다. 

 

데미안과 리노는 트레마인의 진실을 알고는 그들의 진정한 적은 트레마인이 아니라 다른 존재임을 알아차린다. 진실인 즉 대단한 위협으로 생각한 그 미사일은 일부러 시당국이 브릭맨션 주민들에게 빼앗겨 준 것이었다. 일부러 빼앗기고는 브릭맨션 주민들이 탈취한 것으로 가장한 것이었다. 만일 트레마인이 미사일 버튼을 누르면 다름 아닌 브릭맨션 전체가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시당국에선 골치 아픈 브릭맨션을 한 방에 날려버리려는 교묘한 흉계였다. 알고 보니 데미안의 아버지를 살해한 건 트레마인이 아니라 시 당국에서 희생시킨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데미안 역시 시 당국이 브릭맨션을 없애는 데 희생양으로 버리는 카드로 쓰려는 게 진실이었다. 데미안, 그리고 리노는 이제 진정한 적은 트레마인이 아니라 시당국임을 알아차린다.

 

765556981_cs7X6JID_554227e992d88a1e108cf 

 

진실은 브릭맨션을 통제하기 어려우니까 아예 없애 버리고, 그곳을 재개발하려 꾸민 것이었다. 이를테면 미사일을 탈취 당한 것처럼 꾸며서, 미사일이 그들 손에 넘어가도록 흘린 것이다. 그리고 트레마인이 정말 시를 날려버릴 각오를 하여 미사일을 폭발하게 하기를 바란 것이다. 응당 그렇게 되리라 그들은 믿었다. 만일 트레마인이 미사일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그 미사일은 시가지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브릭맨션을 날려버리게 끔 설계한 거였다. 세 사람은 암호를 풀면서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세 사람은 브릭맨션의 주민들을 대동하고 시청을 기습한다. 이들이 가져간 미사일은 사실은 원거리로 날아가도록 설계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폭발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미사일을 가지고 시장 앞에 까지 간다. 시장이 보는 앞에서 세 사람은 미사일 폭파 암호를 누르려 한다. 다급해진 시장은 세 사람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의도를 사실대로 털어 놓는다. 브릭맨션은 통제하기 어려워 골칫거리기 때문에 폭발 시키려 했다고 고백한다. 다수의 안녕을 위해서 골치 아픈 브릭맨션 지역 주민들을 모두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실시간으로 외부로 중계되는 중이다. 왜냐하면 이걸 예상한 데미안 팀이 외부로 중계되도록 미리 장치를 해 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추악한 시장의 흉계는 모두 공개되고, 범죄자로 전락한 시장은 교도소에 들어간다.

 

문제가 해결되자, 브릭맨션 출신 리노는 브릭맨션의 보안관으로 지낸다. 데미안은 이들과 친구로 평화롭게 지낸다. 데미안과 리노 덕분에 브릭맨션은 통제불능 지역이 아니라, 흑인과 백인이 서로 교류하며 평화로운 지역으로 어울려 사는 지역으로 변한다. 진정한 평화지역이다.

 

765556981_cSTHQpbW_6afa566ba54f596aaf2eb 

 

대부분 액션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 볼만한 광경을 보듯 긴장감에 싸여 장면들을 따라가노라면 영화의 절정에 이르고 결말이다. 마치 악산에 오르듯이. 그만큼 진지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으나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아주 볼만한 영화일 것이다. 액션다운 액션, 액션으로는 최고다.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다. 정통적인 허리우드식 권선징악 형 영화인데다 해피엔딩이라 보고 나서도 후련하다. 

 

물론 액션이 전부는 아니다.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나름 좋다. 우선 보다 쉽게 권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인들의 습성을 읽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 또는 사회 소외자들처럼 사회에 불만이 있다고 여기면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갖는 정치인들의 습성이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골치 아픈 이들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사회적으로도 거부감을 갖게 만들기 쉬운 이들이 그런 이들이다. 그러한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 이를테면 사회적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말로는 그럴듯한 허울로 서민을 위한다, 약자를 위한다지만 속내로는 어떻게 이용할까,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까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들의 기본속성이랄까, 추악한 면이랄까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교묘하게 이용하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집단, 그렇게 이용한들 문제가 되지 않을 집단, 그런 프레임으로 그들을 억압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추악한 권력, 그 때문에 소시민은 이유도 모르고 희생당한다. 추악한 권력이 얼마나 교묘하게 사람을 이용하는지를 맛볼 수도 있다.

 

765556981_Y0ERLIqQ_f9224e8b102959b8a412f 

 

이처럼 권력은 같은 편이 같은 편을 공격하게 만들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으로 둘러치기 한다. 교묘한 권력, 권력은 골치 아픈 서민들, 권력에 불만을 가질 이들의 공경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돌리게 만들어 이용한다. 흑인은 원래 이런 습성을 갖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백인들로 하여금 흑인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겠다는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흑인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대중은 들으려고도 믿으려고도 하지 않게 구조를 만든다. 그래서 자신들이 받아야 할 공격을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통치 대상이 서로 싸우게 만들어 쉽게 지배한다. 편을 가르는 것이다. 그 중에 다수의 편에 서면 그만큼의 지지를 얻으면서 보다 쉬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권력 아래 있는 시민 모두는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다. 그들의 편인 사람들도, 그들이 적대시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이용물이다. 때문에 우리가 어떤 정치집단의 편이 되든 우리는 자연 이용당하는 셈이다. 그러니 우리는 누구 편일 것이 아니라 중간에 서야 추악한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처럼 추악한 정치인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메시지를 이 영화에서 읽을 수 있다면, 눈도 즐겁고 손해 본 느낌이 없을 괜찮은 영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