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7- 타임 투 킬, 정의를 지키는 진정한 용기

영광도서 0 1,645

모든 동물의 습성이란 습성, 모든 식물의 삶의 모양, 이를테면 자연의 모든 삶의 모습들과 행태를 모두 안고 사는 동물이 있다면, 그건 인간이다. 인간은 아주 다양한 모습의 삶을 드러낸다. 도무지 단순하지 않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별로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조상 대대로의 모습, 별로 진화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은 아주 잘 발달한 감정으로 다양한 삶을 만들며 산다. 때문에 인간의 삶은 아주 다양하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모양도 다양하고, 더구나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아주 다양하다. 여타의 다른 동물들은 힘을 말한다면 그저 단순하다. 양육강식이거나 태생적이자 대대로 이어온 기준 그 하나다.

 

그러나 인간은 기 기준이 시대마다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르고 취향에 따라 다르다. 기준이 다른 데서 오는 판단 기준, 누가 주류냐에 따라 그것은 고집되고, 그러면서 편견에 빠진다. 그 편견은 사회를 지배하고, 그 편견의 희생양은 사회적 약자다. 수많은 예들이 있지만 가장 극명하게 사회문제를 일으켰고 지금도 그 여진이 남아 있다면 인종차별이다. 이 영화 <타임 투 킬>을 같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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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작은 도시. 백주 대낮에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찌든 백인 건달 두 명에게 무참하게 성폭행을 당하고 처절하게 버림받는다. 만신창이가 된 딸,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까?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 그 인간들을 법정에 세운들 그 벌로 만족할 수 없다. 그러니 법에, 권력에 자신을 대신해서 복수해주기를 바란다는 건 참을 수 없다. 가장 사랑하는 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원한을 무엇으로 달랠까?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던 변호사 제이크에게 딸의 아버지 칼은 그들을 스스로 처치할 것임을 암시한다. 그 말을 확인하니 사실이다. 마침 법정 청소부로 일하는 칼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두하는 범인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그가 쏜 총에 맞아 범인 두 사람이 죽는다. 그 옆에 있던 칼의 이웃도 총에 맞아 다리를 다친다.

 

딸의 복수이지만 살인죄를 범한 칼은 이제 사형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는 흑인이다. 재판이 시작되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판치는 곳에서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흑인이란 편견, 불공정한 재판, 이를 이겨내기 위해 인권단체에서 나선다. 교회에서 모금운동을 한다. 변호사를 사기 위해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 인권단체나 교회의 목사도 애써 모금한 돈을 정직하게 칼을 위해서 쓰려는 게 아니다. 이를 알아차린 칼은 그들이 선임한 변호사를 거부하고 제이크에게 변호를 부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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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를 맡은 제이크,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 그럼에도 그는 변호를 결심한다. 그가 칼을 위해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 하자 아니나 다를까 백인들이 분연히 일어선다. 흑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그들은 제이크를 돕는 비서도 폭행한다. 그럴수록 제이크의 인기는 높아간다. 박해를 받는, 그러면서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변호사로 명성을 얻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백인들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백인들의 위협에 위기를 느낀 제이크는 아내와 딸을 외가로 보낸다. 홀로 남아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제이크, 아내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명예 때문에 칼을 변호하려는 줄로 안다. 때문에 그는 가정에서도 위기를 맞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딸이 그러한 폭행을 당했다면 칼처럼 나서지 않았겠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를 도우려는 법학도 엘렌이 많은 도움을 준다. 재치 있고 똑똑한 엘렌의 도움으로 재판과정에서 그는 유리한 국면을 맞는다. 다만 함께 일하면서 그는 엘렌과 가까워진다는 것, 백인들의 위협의 농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삶에 위기라면 위기다. 뿐만 아니라 예전과 달리 특별한 마음을 품은 엘렌에게 일이 생긴다. 그에 맞서 KKK단이 엘렌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엘렌 없이 그는 홀로 싸워야 한다. 게다가 그들과 한 통속이라 할 노련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버클리 검사에 맞서야 한다. 재판장마저도 백인이니 그의 편은 아무도 없다. 그가 마지막으로 호소할 곳은 배심원단이다. 하지만 배심원들도 백인이 거의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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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마지막 변론에 나선다.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가 모두를 눈을 감게 한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하는 과정을, 그러고도 모자라 그 소녀를 아주 잔인하게 장난을 하고 끝내는 다리 밑에 버리는 과정을. 그리고 그는 말미에 그 소녀는 백인입니다 라고 마친다. 

 

이를테면 그 소녀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그녀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백인들에게 양심의 호소를 하는 것이다. 만일 배심원들의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아비의 입장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를.

 

그리고 배심원들의 평결, 칼은 무죄로 석방된다. 제이크, 정의를 위해, 자기 딸을 생각하며 끝까지 그 재판을 위해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싸웠던 제이크는 그를 이해한 아내와 재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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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적 약자라면 몰라도 사회적 주류에 속한다면 나는 하등 어려울 일, 억울할 일이 없다. 그냥 그대로 살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산다면 사회엔 항상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 고통을 겪는 사람은 늘어만 갈 것이다. 그럼에도 그냥 눈 감고 살면 나는 편하다. 다른 불이익을 얻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인간은 인간이다.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그 점에서 인간이 짐승보다 낫다. 그렇지 않은 인간의 본질, 본능으로만 따지면 인간은 짐승보다 하 못한 존재이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짐승보다 나은 삶을 산다는 것,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정의를 위한 일은 힘들다. 나를 때로 희생하고 때로 포기해야 가능하다. 게다가 심한 고통이나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같은 인간끼리 말이다. 그렇게 이루어내는 것, 그것을 우리는 정의라고 부른다.

 

정의, 그걸 감내하면서 지켜온 사람들, 그들에 의해 사회적 편견이 줄어들었고, 억울한 이들이, 아니 인간취급 받지 못하던 이들, 다른 말로 종족들로 인간 속에 편입되었다. 백인들, 그들은 흑인은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으며, 흑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보았다. 어떤 색깔의 인간이든 인간은 신 앞에 동등한 것이거늘. 정의, 편견이 판치는 곳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또한 인종차별이 얼마나 짐승만도 못한 짓인지, 그런 편견을 갖는 순간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이 영화는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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