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91- 명량, 1. 진정으로 백성을 받든 최고의 지도자 이순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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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현실 불가능한 일을 신화적 또는 전설적 사건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현실 불가능한 일을 해낸 사람을 가리켜 전설적 인물 또는 더 높이면 신화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신화와 전설은 어감부터 다르다.

 

신화는 말 그대로는 신들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신화라고 신들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인간은 신들과 함께 교류하며 살았단다. 때문에 신화에는 신들과 함께 인간들도 등장한다. 신들만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 사람 역시 어떤 이야기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러니까 신화는 곧 신들과 인간들의 교류,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다. 적어도 시기적으로는 인간에게 확실한 기록이 없었던 시대인 선사시대의 이야기들이 신화다.

 

이후에는 확실한 기록이 있는 시대, 즉 역사시대로 접어들면서 신화에 버금가는 이야기들은 기록을 바탕으로 지어내거나 어떤 확인할 수 있는 대상물에 얽힌 지어낸 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이 전설이다. 신화가 선사시대에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면, 전설은 역사시대에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오늘의 영화가 완전히 지어낸 전설이란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전설에 버금갈 만큼 놀라운 사건이란 의미다. 당연히 주인공 이순신은 전설적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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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에 침략을 시도한 왜군, 왜란은 임진년에 시작되었다 하여 임진왜란이라고 한다. 이 영화 <명량>은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이순신 장군이 모함과 미움을 받아 감옥살이를 하다가 백의종군으로 전장에 나서서 치룬 해전이 배경이다. 가장 위대한 해전이라 할 수 있는 해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명량해전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원래 문관출신이다. 그런데 무관이었던 장인의 영향을 받아 무관으로 전향한다. 어쩌면 말로만 한 몫 하려하고, 이 쪽 저 쪽 줄서서 권력을 탐하거나 아니면 분에 넘치는 부를 탐하거나 체통이나 지키려는 문관들에 식상한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문관에서 무관으로 바꾼 장군은 우선 북쪽의 기마민족 여진족을 상대한다. 굉장히 용감하고 재빠른 여진족, 장군은 임지에서 최초로 적장을 사로잡아 무관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문자에만 뛰어난 게 아니라 문관으로서도 훌륭한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런데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이다. 임진왜란 전에 일본은 전국시대라는 대혼란기가 있었다. 그것이 평정되고 통일이 되자 그때 싸웠던 무사들은 할 일이 없었다. 그러자 내부적 결속을 위해서도, 무료해 하는 무사들들 활용하기 위해서도 외부와의 전쟁이 필요했다. 때문에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고, 기세를 몰아 대륙 깊숙이 침투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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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1592년,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조정에서는 위기를 느끼고 왜군을 맞아 싸울 적임자를 찾던 중 장군을 차출한다. 장군은 해군으로 옮기라는 명을 받든다. 수군이 되어서도 장군은 일본군과의 싸움에서 연전연승한다. 일본은 일단 조선을 침공하여 조선 왕을 사로잡으려 한다. 그들은 조선왕을 사로잡아 조선에서 군량미를 비축한 다음, 조선인들을 군사로 추려서 이들을 앞세워 대륙으로 진출할 계획으로, 일진을 조선에 투입한다.

 

왜군의 일진은 그들의 의도대로 조선에 들어오더니, 속도전으로 한성까지 밀고 올라간다. 그러나 이미 조선 왕은 이미 도망친 후다. 그러자 왜군은 당황한다. 당황한다기보다 황당해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일본 사무라이라면 성을 빼앗길라치면 도망치기보다는 할복하거나 그냥 잡혔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 왕은 급한 마음에 백성을 버리고 자취를 감추었으니 황당할밖에.

 

조선 왕을 잡아야 했던 왜는 이제 군량미와 무기 공급을 위해서라도 자기들의 수군이 조서에 들어오도록 해야 했다. 그런데 장군이 그 길목을 잡아 그들을 통과하자 못하게 막는다. 장군은 연전연승으로 이들을 막아낸다. 장군의 뛰어난 전력을 당하지 못한 왜는 전의를 잃고 결국 2년 만에 조선에서 물러난다.

 

덕분에 전라좌수사로 수군으로 출발한 장군은 전라. 충청. 경상도의 수군의 총책임자 수군통제사로 진급한다. 장군의 덕망과 리더십으로, 그의 휘하의 수군뿐 아니라 인근 백성들도 그를 무척 따른다. 장군은 만백성의 신망을 얻는다. 반면 조선의 왕 선조는 신망이 땅에 떨어진다. 그러자 선조는 장군을 두려워하며 시기하기 시작한다. 마침 선조의 아들 광해가 군을 지휘하며 무과를 치루기 위해 병사들을 추려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 장군은 지금은 전시라 그럴 수 없다며, 대신 현장에서 직접 무과를 봐서 군사를 뽑겠다고 하여 미움을 얻는다. 게다가 마침 조선에서 물러났던 왜군이 3년 만에 다시 침략해 온다는 첩보를 듣고 선조는 장군에게 나가 싸울 것을 명하나, 장군은 그럴 리가 없다며 명령을 받들지 않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왜가 실제로 침략한 것이다. 꼬투리가 잡힌 장군은 선조 앞에 끌려가 모진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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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목숨은 건진 장군은 백의종군으로 수군으로 돌아온다. 이전 해전에서 장군은 항상 병력의 우위를 가지고 기습으로 적을 물리쳤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 그 반대의 여건, 즉 적보다 병력의 열세인 상화에서 적과 전쟁을 벌여야 했다. 왜냐하면 장군이 감옥에 있을 때 수군통제사로 온 원균이 조선해군의 선박을 대부분 적에게 잃었기 때문이었다. 장군의 후임으로 수군통제사를 맡은 원균은 처음엔 큰소리를 치며 전선에 나섰으나 지레 겁을 먹고 출전조차 꺼렸다.

 

그러자 육군이며 원균의 상사인 권율 장군은 원균의 졸렬함을 책한다. 그제야 마지못해 왜와의 해전에 나선 원균은 그 첫 해전에서 160척의 선박 중 148척을 잃고 만다. 다급해진 나머지, 원균을 대신할 적임자가 없자, 조정에선 할 수 없이 장군을 석방하되 백의종군의 조건으로 수군에 복귀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전세는 기울 대로 기울어 문제가 이만저만 아니다. 적에 비해 아주 극한 열세를 극복해야만 한다. 그게 미안했던지 선조는 권율 장군과 힘을 합해 육군으로 싸워줄 것을 부탁한다. 선조에게 원망이 있을 법도 한데, 장군은 오히려 선조를 위로하며 "신에게는 아직 배가 열두 척이 남아 있나이다."라는 명언, 후세에 길이길이 회자되는 명언을 남긴다. 영화 <명랑>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신에게는 아직 배가 열두 척이 남아 있나이다.”

 

정유년, 모든 것이 비관적이다. 그렇게 애써 키웠던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 뿐, 전쟁에 나갈 생각조차 못한다. 장군은 느낀다. 이제 그에게 힘이 될 것은 자신을 던져서 사기를 올리는 것, 백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열세를 극복하고 적에게 승리하기, 방법은 없다. 제 3의 방법은 백성의 힘을 얻든 빌리든 해야 한다.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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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두려움은 아무리 적보다 유리한 상황이어도 심리적인 열세로 변해, 백전백패하게 한다. 반면 용기는 비록 적보다 불리한 상황이라도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장군은 전쟁은 피상적인 조건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문제임을 보여준 산 중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백성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덕과 지혜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단순히 백성을 선동하고 이용하려는 얄팍한 술수가 아니라 장군은 무엇보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백성을 받드는 마음을 지닌 충신이며 진실한 인간이었다. 

 

비록 나라는 나를 버려도 나는 나라를 버리지 않는다는 충의 마음이다. 아무리 임금이 잘못되었어도 나라의 주인은 군주가 아니라 백성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관리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목민관의 자세다. 그러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면 충이 따르고 그 충에는 의가 따르니, 그 의를 실천하려면 신념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싸움이 헛된 것이 아니라 의미 있으며 가치 있다는 신념이 있다면 용기는 그 신념에서 나온다. 그렇게 얻은 용기야 말로 두려움을 이겨낼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배가 시켜준다. 백성을 선동하여 내 편으로 만들기보다, 속내와는 달리 겉으로만 위하는 척하여 백성의 지지를 얻으려하기보다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지도자가 우리나라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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