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95- 미안하다 사랑한다, 중국에서 그대로 리메이크한 영화

영광도서 0 1,605

우리나라 드라마 중 아주 인기 있었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다. 내용이 거의 같다. 다만 연기자들이 중국인들로 바뀌었다는 것, 중국말이라는 것, 그럼에도 재미는 있었다.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할까? 서로 태어난 날은 다르지만,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거의 같은 시간에 거의 같은 장소에서 죽는다는 원리, 인연이라고 해도 좋다. 사랑 때문에 죽든, 사랑을 위해 죽든, 누구나 젊을 때이든 어느 때이든 사랑에 빠지면 누군가를 죽을 만큼 사랑해보고 싶은 꿈이라면 꿈, 사랑이라면 사랑, 그런 사랑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게 아닐까? 이 영화는 그걸 보여준다. 마지막 대사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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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운명적 복수극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어린 시절 호주에 입양된 후 다시 양부모에게서도 버림받아 거리의 아이로 자란 들개 같은 남자 차무혁. 그러다 우연히 은채를 만나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은채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무혁과 지영은 호주에 사는 한인교포 커플이다. 둘은 동거를 한다. 그런데 지영은 마피아 제이슨을 만나 결혼하려 한다. 사랑보다 돈 때문이다. 결혼식장에서 제이슨을 제거하려는 총격이 벌어졌을 때 무혁은 지영을 보호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는다. 수술 후 다행히 그는 깨어나긴 하지만 머릿속에 총알은 그대로 남아 있다. 때문에 시한부판정을 받는다.

 

맬버른 거리를 떠돌던 그를 보살펴주었던 첫사랑은 자신에게서 떠나가라고 그를 떠민다. 낳아주기만 했지 비정하게 그를 내팽개쳤던 고국으로 돌아가라 한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출생에 얽힌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알아간다.

 

그는 지영에게서 거금을 받고 가족을 찾아 한국에 온다. 그는 한국에 와서 가족을 찾으러 다닌다. 애써 그가 찾은 엄마는 오돌희, 그녀는 인기가수 최윤의 엄마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잘살고 있는 엄마에게 복수를 하려고 우선 최윤에게 접근한다. 자신이 이제껏 겪은 고통을 엄마도 겪게 하려고 아픔을 주려한다. 일단 최윤의 매니저로 일하게 되는 데 성공한 그는 최윤의 여친 강민주를 가로챈다. 그렇게 해서 최윤과 강민주를 헤어지게 만든다.

 

그가 강민주를 사랑한 건 진실로 사랑한 게 아니라 복수를 위한 것인데, 이번엔 실제로 송은채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은채는 윤과 한집에 살며 윤의 코디를 맡은 아가씨, 무혁의 복수는 점점 더 자신의 엄마 오돌희를 겨냥한다. 공교롭게도 윤에겐 심장병이 있는데, 심장병은 악화된다. 그일 때문에 무혁의 집에 들린다. 오돌희는 무혁의 머리에 총알 박힌 엑스레이 사진을 본다. 오들희는 선물을 가져왔는데, 그 중 심장병 약도 있다. 알고 보니 무혁이 죽으면 무혁의 심장을 받아 윤을 치료하려는 것, 이 사실을 안 무혁은 분노를 참지 못한다. 당황한 오들희에게 무혁은 장기 기증서를 주며 자기가 죽으면 윤에게 심장을 주겠다고 받아친다. 오들희는 죄책감에 사죄하며 오열을 한다. 무혁이 자리를 뜨며 혼잣말로 “어머니! 그 가증스런 눈물은 아껴두세요. 나중에 필요할 테니”라고 읊조린다.

 

 

 

POSTER 

 

 

 

윤의 연인 은채는 무혁이 시한부 삶을 살고 있음을 알자, 이제까지 그에게 차갑게 대한 것이 미안하다. 한편으로는 연민이 인다. 미안함과 연민이 섞인 사랑으로 은채, 그런데 은채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또 있으니 윤이다. 은채에겐 소중한 남자 윤이 있다. 그녀는 윤을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하지만 가까이서 쳐다볼 수밖에 없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언제가 윤이 철들면 자기 곁에 늘 은채가 있었음을 알게 되리라 생각하고 그녀는 기다리기로 한다. 그런데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 무혁, 윤의 매니저란다. 거칠 것 없는 무혁, 안하무인의 그 남자. 볼수록 꼴불견이지만 왠지 자꾸 그 남자에게 시선이 간다.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윤은 무혁이 자신의 형이란 말을 듣는다. 그간 있었던 일들이 복수를 위한 무혁의 계획이란 것도 들은 윤은 무혁을 다시 만나 얘기한다. 윤 자신은 사실인 즉 오돌희의 친아들이 아니란 것, 무혁을 잊지 못한 오돌희가 그를 물혁 대신 데려다 키웠다는 것을 밝힌다. 그만큼 오돌희는 무혁을 잊지 못했다는 것, 그런 걸 보면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무혁을 버렸을 것임을 이야기한다.

 

무혁은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오들희의 매니저인 은채 아빠를 만난다. 무혁은 은채 아빠로부터 몰랐던 오돌희의 비밀을 듣는다. 오들희는 유부남과 불륜을 저질렀는데, 그 사이에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채 아빠는 오들희와 공모하여 자신이 내다버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들희는 애들이 죽은 줄 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무혁은 은채 아빠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한다.

 

그 비밀을 모르고 엄마에게 복수하려 했던 것을 그는 후회한다. 마침 윤의 짐을 챙기러 집에 온 오들희는 “내가 죄가 많아서 자식들이 죄를 받나보다.”라고 말한다. 무혁은 배고프다며 막무가내로 그녀에게 “밥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렇게라도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무혁, 오들희는 밥이 없으니까 대신 라면을 끓여준다. 무혁은 감정이 북받쳐 라면을 다 먹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다.

 

“배고프다며 달래놓고 다 안 먹고 남겨놨네. 예뻐해 줄래야 해줄 수가 없어.”라며 오들희는 라면그릇을 씻다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그것을 감추려 “갑자기 내가 왜 이러지?”라며 애써 눈물을 감춘다. 그때 무혁은 문밖에서 큰절을 올린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무혁은 이제 죽을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그는 서경과 같이 사는 노인에게 책을 출판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노인은 기자출신이었다. 그는 오들희의 과거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다. 오들희를 지켜 보면 살았던 노인, 그는 오들희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다. 오들희가 사랑한 남자, 그 남자의 아내는 노인의 누이동생이었던 것, 노인의 여동생은 오들희와 바람을 핀 남편 때문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고, 그 복수를 위해 오들희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정체를 밝히며 그녀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시한부 삶의 무혁은 은채를 사랑한다.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은채는 오열하며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해!”

 

무혁은 마지막 통화를 뒤로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코피를 쏟는다. 그러다 결국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1년 후, 은채 아빠와 노인이 같이 앉아 최윤의 노래를 들으며 얘기한다.

 

은채 아빠가 노인에게 “왜 책을 안 내셨어요?” 라고 묻자, 노인은 무혁이한테 쪽팔려서 안냈어.“라고 답한다.

 

윤의 콘서트 현장, 은채를 기다리지만. 은채는 무혁을 처음 만났던 과거를 회상하며 호주에 있다. 무력과 그녀가 불량배들을 피해 같이 잤던 장소다. 그리고 무혁의 묘지, 팩스 한 장이 날아든다. 멜버른 묘지에서 한국인 추정 여자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다.

 

은채도 무혁을 따라 세상을 떠난 것이다.

 

“미안해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예요. 당신곁으로....”

 

마지막 대사는 찡하다.

 

"아저씬 한다고 하고 지킨 게 뭐가 있어. 제발 가지 마, 아저씨. 혼자 남기지 말아줘. 어떻게 해 아저씨 가면 난, 아저씨한테 한국 드라마 보게 하는 게 아닌데, 모두 병으로 죽으니까. 쓸데없이 난리치고 작별하고 아저씨는 왜 쓸데없는 것만 배워? 사실 무서웠어요. 이제 매일 아침 아저씨를 볼 수 없다는 거 생각만 해도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요. 아저씨한테 아침 해주는 거 좋아하고 잔소리하는 것도. 아저씨가 내 머리 찌르며 돌대가리란 것도 좋았어요.

 

아저씨가 없으면 밖에서 누가 째려보더라도 무섭다고요.

 

그냥 아저씨가 보고 싶어서 괜찮은지 보러 왔어요.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그냥 아저씨만 살아 있어라. 아저씨 삶 속에 내가 있든 없든 상관없어. 날 그리워하며 죽어보라느니 차라리 날 잊고 사는 걸 받아들일래요. 내 마음 속엔 늘 아저씨가 있으니까. 한 마디 더할 테니 화내지 마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조금만 더 있어요. 아저씨 옆에서 충전할 수 있게요. 아저씨도 날 사랑하죠."

 

우연히 만나서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주었던 남자, 그가 죽는다. 진실을 알게 된 여자, 그녀는 그의 무덤에 꽃다발을 놓아두고 그녀는 거기 길게 눕는다. 그녀도 함께 죽는 걸까, 그와의 빠른 재회를 위해, 아니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지상에서의 일을 모두 잊기 전에 빨리 그를 따라 가야 할까? 그를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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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라는 게 대부분 그렇듯이 우연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 이를테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흠이라면 흠이다. 또한 구성이 거의 상투적이다. 반전을 주는 것이라든가, 부모를 모르는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필연은 우연을 따라서 만나게 되어 있다는 동양적인 인연설이 그대로 답습된다. 그렇게 얽히고설키는 관계, 그렇게 되찾아지는 관계가 현실에서 얼마나 있으려나.

 

그럼에도 재미는 쏠쏠하다. 그게 드라마라면 편히 볼 수 있다. 타당석이고 구성이고 그런 걸 떠나서 감성으로 접근한 영화라고 할까, 아니 태동이 드라마니 당연하다 여기면 좋다. 이 영화를 본 사람 치고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 없을 테니까. 지순한 사랑이랄까, 진실한 사랑이랄까, 어지러운 세상, 믿을 것이라곤 없는 세상에 그래도 믿어봄직한 것이 있다면 사랑이라고 정의하게 하는 영화니까. 사랑이란 게 그런 거 아닐까? 미안하지만 사랑하는 것, 못해줘서 미안하고, 헤아려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주니 고맙고, 미안함, 고마움이 혼재된 것이 사랑이겠지.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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