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97- 허큘리스,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난 위대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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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인간 중 가장 완벽한 인물로 알려진 헤라클레스, 그 영웅을 다룬 영화라 보고 싶었다. 헤라클레스를 영화로 만든 경우는 제법 있다. 얼마 전에도 나왔었다. 그때는 별로였기에 이번 영화 역시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신화란 그저 이야기에 그치고 말면 괴기스럽고 그저 막장드라마 같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리스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야기인 즉,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 남편은 전쟁터에 있다. 그런데 제우스가 남편의 모습을 입고 알크메네에게 접근한다. 제우스와 알크메네는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이렇게 하여 제우스와 인간 여자 알크메네 사이에서 아이는 잉태하지만, 암피트리온 부부는 그 아이가 당연히 자신들의 아이로 안다. 이런 곡절을 안고 태어난 아이 이름은 헤라클레스, 헤라의 영광이란 의미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여신은 남편의 아들 헤라클레스를 미워한다. 헤라클레스를 괴롭히기 위해, 아니면 차라리 그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열두 가지 과업을 준다.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무척 힘겨운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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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가 지시한 열두 과업, 이 과업의 집행을 감시하는 책임을 맡은 왕은 에우리스테우스로 그는 헤라클레스보다 3개월 먼저 탄생한다. 원래는 헤라클레스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잉태되었으나 칠삭둥이로 세상에 온 덕분에 헤라클레스보다 형인 셈이다. 원래는 순리대로 태어날 예정이었으나 헤라가 자신의 딸이자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를 부추겨 그를 일찍 세상에 나오게 한 덕분에 에우리스테우스는 소아시아 권력을 차지한다. 

 

이유인 즉 신탁에 이르기를 페르세우스의 후손 중에서 헤라의 권역인 소아시아의 전체권력을 차지할 인물이 나오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그 대상은 헤라클레스였다. 이를 알아차린 헤라는 그 자리를 남편이 바람 피워 낳은 자식 헤라클레스에게 넘어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었다. 이를 막기 위해 헤라는 페르세우스 후손 중에서 그 무렵에 잉태된 씨앗들을 보았다. 그 결과 에우리스테우스가 있었다. 헤라는 출산의 여신을 시켜서 헤라클레스의 탄생은 늦추거나 죽게 만들고, 에우리스테우스는 최대한 빨리 탄생하도록 지시했다.

 

원래는 헤라클레스가 소아시아 지배권을 얻을 예정이었으나 헤라의 조작으로 에우리스테우스가 소아시아 전체의 왕이 되었고, 그가 헤라클레스의 주인이 되어 헤라클레스의 과업을 집행하고, 감독하고 그 결과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헤라클레스가 평생을 과업으로 고통을 겪게 하는 과정에 이르게 하기 위해 헤라는 또한 전제조건을 만들었으니,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미치게 만들고, 광기에 빠진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죽인다는 게 보편적 그리스신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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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에선 에우리스테우스가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와 아이들을 죽이게 만든 사람은 바로 에우리스테우스다. 에우리스테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술을 권하면서 술에 광기에 빠지게 만드는 약을 탄다. 그 죄책감을 고스란히 안은 헤라클레스는 12가지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거쳐서 그리스 인들이 가장 우러러보는 영웅으로 성장하는데 이 영화에선 이름도 허큘리스로 영어식이다. 

 

허큘리스의 길, 그는 우선 돈을 위해 싸우는 용병으로 전쟁터를 누빈다. 그는 이 세상에 온 이상 그냥 인간이다. 그는 워낙 뛰어난 실력을 갖춘지라 사람들은 그가 필시 제우스의 아들로 믿는다. 네메안의 사자를 맨손으로 물리치는 업적을 쌓아 전설적인 인물로 성장한 그는 지옥의 개들을 맨 손으로 사로잡는 과업도 완수한다. 때문에 그는 전설적인 인물이 된다. 그는 충실한 추종자들과 방랑하며 용병으로 돈을 벌며 살아간다. 그의 명성을 들은 이웃나라 트라키아의 왕과 공주는 죽음의 군단이라 불리는 강력한 군사들을 물리쳐주기를 요청한다. 허큘리스는 이제 전설처럼 이야기되는 자신의 활약상을 증명하고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을 진정한 남자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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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 전쟁에서 그는 대단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물리친 적, 죽음의 군단이 정의의 편이었다. 그가 싸운 편은 알고 보니 불의의 편이었다. 오히려 그의 행동은 정의에 반한 행위였다. 트라키아 왕이 자기의 권력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자기 아들을 죽이고 손자까지 없애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일어난 것이 죽음의 군단이었는데, 허큘리스는 그들을 물리친 것이었다. 

 

진실을 알고 난 허큘리스는 전력상으로는 트라키아 왕에게 비하면 중과부적이지만 그들에게 도전한다. 트라키아 왕과 이를 지원한 에우리스테우스와 용감하게 맞선다. 허큘리스는 중과부적의 싸움에서 일단 트라키아 왕에게 동료들과 함께 잡힌다. 그리고 단단한 사슬에 얽어 매인다. 그 상황에서 왕의 불의를 그대로 지켜봐야 한다. 그가 돕겠다고 나섰던 어린 왕자가 죽을 위험에 처한다. 그가 도우려 했던 트라키아 공주가 단두대에서 죽기 일보직전이다. 그럼에도 허큘리스는 사슬에 매여 있다. 허큘리스는 사슬을 끊기 위해 온힘을 쓴다. 정의를 위한 몸부림 드디어 사슬이 끊긴다. 그리고 그가 그 상황을 돌려놓는다. 트라키아 공주를 구하고, 불창을 맞아 죽을 거라던 동료, 그 동료의 숙명을 바꾼다. 최종 승리는 허쿨리스가 차지한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환영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다.

 

승리를 거둔 허큘리스는 보무당당하게 트라키아에 입성한다. 성에서는 헤라 여신상이 그를 지긋이 내려다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하여 마지막 순간에 거대한 헤라 여신상을 쓰러뜨려 적을 물리치는 무기로 삼는다. 그 거대한 헤라 여신상은 헤라클레스의 힘에 의해 쓰러진다. 헤라 여신상은 헤라클레스를 그때까지 추적하던 적을 덮친다. 그렇게 적은 섬멸당하고, 헤라클레스는 완전한 승리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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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옥죄고 있던 헤라 여신, 그리고 그 헤라 여신상의 박살의 상징을 영화는 풀어낸다. 우리 모두는 그런 말이 없는 우상을 모시고 살고 있다. 그것이 항상 징크스로 우리를 옥죈다. 그것은 사실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하는 힘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 콤플렉스로 안고 산다. 징크스로 안고 산다. 그것이 공고화되면 실체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마치 허큘리스의 꿈에 현실보다 더 실감나게 나타나 괴롭히는 환영들처럼. 우리는 그런 실체 없는 환영을 부숴야 한다. 그 실체 없는 우상을 깨고 그 옥죈 감옥에서, 얽어맨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슬에 매인 허큘리스, 그 사슬은 다름 아닌 허상이 만들어 놓은 사슬이다. 그 사슬을 그는 이제 혼자 힘으로 끊어야 한다. 그래야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고, 불의로 이룬 세상을 정의로 바로 잡을 수 있고, 동료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 이는 허큘리스의 피상적인 감옥에서 벗어나기이다. 진정한 능력은 신념에서 나온다. 정의를 위한 몸부림 드디어 사슬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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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거대한 헤라 여신상을 쓰러뜨려 적을 물리치는 무기로 삼은 것, 그것은 진정한 자신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 자신을 옥죈 사슬을 끊는 일이 피상적인 감옥에서의 해방이라면, 헤라 여신상을 무너뜨리기는 마음의 감옥에서의 해방이다. 즉 자신 안에 자리 잡은 우상 부수기이다. 우리는 이러한 자신 스스로 만든 콤플렉스와 징크스를 벗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안고 살던 트라우마를 벗어야 한다. 그것은 실체가 아니다. 스스로 만든 우상이다. 세상에 운명이란, 징크스란 없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콤플렉스, 트라우마, 징크스다. 그런 마음의 감옥에서 나와야 한다. 

 

진정한 영웅, 아니 진정한 인간은 정의롭게 살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불의에 맞서는 존재다. 이와 더불어 마음의 허상을 만들어 스스로 구속당하지 않는 존재다. 이를테면 육체의 감옥과 마음의 감옥에 갇히지 않는 존재다. 이 세상에는 이런 믿을 수 있는 영웅이 필요하다. 나 자신이 그 영웅이라 믿으면 내가 영웅이다. 영웅,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 자신의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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