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00- 엔들리스 러브,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이 사랑

영광도서 0 1,433

사랑은 약이다. 아니 병이다. 그래 상처다. 그러니까 사랑은 병도 주고 약도 준다. 때문에 사랑으로 얻은 병은 사랑으로, 사랑에 긁힌 상처는 사랑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 사랑으로 멍든 가슴을 보듬을 수 있는 것도 사랑뿐이다. 사랑은 사랑으로 생긴 모든 병을 고쳐주는 약이려니와, 병이 아닌 다른 것도 치료하거나 고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명약이다.

 

그럼에도 사랑은 때로 아픔을 준다. 슬픔을 준다. 상처를 준다. 상처를 준다고 두려워만 할 이유는 없다. 사랑은 곧 삶이고, 죽음이기도 하니까. 아프고 또 아파도 평생 사랑하며 살면 그 상처는 아물고 늘 생동감 있는 삶을 선물해 줄 것이다. 다만 사랑을 집착과 구분하는 지혜만 있다면, 영화와 같은 사랑, 소설과 같은 사랑, 그것이 나의 사랑이라는 착각만 갖지 않는다면, 사랑은 타고나거나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거나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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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들리스 러브, 즉 끝없는 사랑 또는 영원한 사랑이다. 데이빗이 여자 친구 아버지에게 항변한다.

 

"사랑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저는 알아요. 사랑이 있는 삶은 어떻고, 사랑이 없는 삶은 어떤지 알아요.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어요. "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사랑, 데이빗은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사랑을 잃고 고교 시절을 보낸다. 그의 아픈 삶에, 그의 아픈 사랑의 상처에 약이 될 만한 일은 없을까?

 

있다. 제이드, 그의 앞에 나타난 여자 제이드, 그녀는 오빠를 잃었다. 무척 사랑했던 오빠의 죽음을 가슴에 안고 살았다. 고교시절 내내 그녀는 친구도 없이 그렇게 살았다. 얼음공주란 별명을 얻었을 만큼.

 

그 얼음공주의 마음이 녹는다. 진실한 데이빗의 사랑 앞에,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데이빗의 사랑에 얼음이 녹아내린다. 닫힌 마음이 열린다. 그러자 두 사람은 그 어떤 사랑보다 진지하고 그 어떤 사랑보다 뜨거운 사랑을 한다. 하지만 세상에 그 어느 사랑이 쉬운 사랑이 있으랴. 찬바람 비바람, 고통스러운 장애물 없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랑이 있으랴. 곡절이 많은 만큼 사랑은 더 공고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법이지.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운 여자, 게다가 돈까지 많은 부모를 가진 여자, 그 녀가 데이빗과 어울릴까. 공주와 하인쯤이나 되는 어울리지 않는 환경,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전과기록이 있겠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겠다, 그러니 그는 그녀와 어울릴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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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아버지도 그러했다. 데이빗의 어머니는 상류층 여자였고, 데이빗의 아버지는 그저 평범한 남자였다. 결혼은 했으나 사랑은 없었던 그런 관계였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의 불륜으로 데이빗과 그의 아버지인 두 남자를 두고 떠나버렸다. 그 일로 데이빗은 전과기록까지 얻었다.

 

그때부터 비뚤어져서 온갖 말썽을 부리던 데이빗은 제이드를 만나 마음을 다잡고 바르게 살려한다.

 

둘은 서로를 간절히 원한다. 그가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는 자제한다. 그는 그녀를 무척 사랑한단다. 그는 너무나 원하면 무엇이든 기다릴 수 있다면서 그녀를 향한 욕망을 자제한다. 그의 진실을 아는 제이드는 “기다리지 않아도 돼, 첫 경험을 너와 하고 하고 싶어.”라며 그를 받아들인다.

 

제이드를 받아들은 데이빗은 자연스럽게 제이드의 집을 드나든다. 그의 소탈하고 진실하고 낭만적인 모습에 제이드의 엄마는 그를 마음에 들어 한다. 아들로 인해 잃었던 웃음을 그로 인해 찾았다며,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딸이 기쁨을 얻었다면서 그녀는 그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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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역시 두 남녀의 애틋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지켜보며 새로운 갈망을 느낀다. 다시 사랑하고 픈 갈망을 얻는다. 남편과의 애틋했던 사랑을 다시 찾으려 한다. 그 이유만으로도 그녀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한다. 또한 데이빗의 아버지 역시 아들이 당당하기를,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데이빗의 아버지 또한 아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그런데 제이드의 아버지가 변변치 않은 그를 꼬투리 잡아 딸에게서 떼어놓으려 한다. 딸에게는 자애로운 아빠며, 아내에겐 다정한 남편인 제이드의 아버지, 그가 둘의 사랑을 막는다. 

 

딸을 사랑하는데, 왜 제이드의 아버지는 딸의 사랑을 막는 것일까? 그는 위선자였다. 그에겐 사실 다른 연인, 숨겨놓은 연인이 있었다. 그에겐 늘 가까이에 정부를 두고 있었다. 그 정부와의 불륜 장면을 데이빗에게 들키고 말았다. 데이빗은 그것을 알면서도 제이드에게 말하지 않고 그의 불륜 사실을 눈감아주었다. 그때문에 제이드의 아버지에겐 데이빗은 눈엣가시다. 그래서 그를 막는다.

 

데이빗의 아버지와 제이드의 어머니는 이들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고, 완고한 데이빗의 아버지는 이들의 사랑을 강경하게 막는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멀리 헤어진다. 그럼에도 그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데이빗은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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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이드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단다. 고민하는 데이빗을 아버지가 그를 부추긴다. 데이빗이 법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위해 싸우는 걸 두려워하는 거라고. 만일 그 사랑이 한순간 피었다 지는 우연한 사랑이라면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기억될 것이고,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지만. 그러면서 데이빗에게 그만큼 그녀를 사랑하냐고 묻는다. 그는 그만큼 사랑한단다.

 

“그러면 싸워, 걘 너를 사랑했고, 나 같은 실수하지 마. 사랑해, 그럼 싸워. 내가 응원해 줄게.”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데비빗은 제이드의 엄마의 도움을 받아 그녀를 다시 만나는 작전을 펼친다. 제이드의 아버지 몰래 만난 데이빗은 제이드에게 고백한다. 그녀를 운명처럼 사랑한다고. 그녀도 그에게 말한다. 남자친구를 만났지만 데이빗을 만날 때 같지는 않다고. 두 사람은 몰래 떠나기로 한다.

 

제이드의 아버지는 아내와 딸로부터 버림을 받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마침 화재사건을 당한 제이드의 집, 데이빗은 목숨을 걸고 화재진화를 하여 그의 가족을 구한다. 그때부터 제이드의 아버지는 데이빗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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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사랑, 모든 걸 걸고 지켜야 할 사랑, 그것을 우리는 끝없는 사랑이라 한다. 운명적인 사랑이라 한다. 세상을 살면서 그런 운명 같은 사랑, 피할 수 없는 사랑, 그 사랑은 누구에게나 스쳐가거나 머문다. 단지 그 사랑에 눈을 감았고, 그냥 흘려보냈을 뿐이다. 그 사랑은 뒤늦게 찾아왔을 수도 있고, 관습으로 눈을 가리고 찾아왔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그 사랑은 암시를 줄 것이다. 그 사랑,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면, 그건 행운이다. 그 행운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 어떻게 싸워가야 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사랑 그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랑하느냐가 문제다. 나의 사랑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면, 나의 사랑을 무조건 운명적인 사랑으로 착각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사랑이다. 사랑은 어떤 곳에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아름답지만 사람에 달려 있다. 사랑의 방법. 사람이 진실의 아름다운 만큼 아름답다.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면,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랑이라면 사랑은 아름답다. 그 조건에 충족한 사랑으로 얻는 고뇌, 사랑 때문에 우는 울음, 사랑으로 얻는 멍도 아름답다. 사랑하는 눈은 아름답다. 사랑의 몸짓은 황홀하다. 사랑은 아름다운 모든 것의 원형이다. 고로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사랑하되, 나도 상대도 좋은 사랑, 주변을 어지럽히지 않는 사랑을 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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