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25-폼페이 최후의 날, 자연재해를 넘은 찡한 러브스토리!-2

영광도서 0 1,494

신의 분노, 자연의 분노를 우리는 신의 분노라 부른다. 인간이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인간은 자연의 분노를 달랠 수 없다. 막을 수 없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자연의 분노를 달래려고, 분노하기 전에 분노하지 않도록 나름 방지를 함에도 자연은 가끔 인간세상을 뒤집어 놓거나 끔찍한 벌을 내리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자연의 분노를 넘을 듯한, 스스로를 망하게 하고도 남을 무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지만, 지구를 확 날려버릴 만한 끔찍하고 아주 치명적인 폭탄을 만드는 놈들도 있지만, 그들이 만든 대량살상 무기들보다 신의 분노는 더 막강하다. 그런 무기들도 자연의 분노 앞에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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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화산 폭발의 조짐으로 시작한다. 다른 동물들은 이상한 느낌을 감지하고 반응을 보인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 와중에도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싸움에 골몰한다. 자유를 원하는 한 남자, 이 남자의 자유는 사랑하는 여자다. 그는 켈트족의 유일한 생존자로 이름은 마일로다. 켈트 족이 로마군에게 잔인하게 몰살당할 때 어린 마일로는 살아남았다. 그는 로마로 끌려가 노예의 처지로 전락했다가 검투사가 되었다.

 

검투사는 이름은 그럴 듯하지만, 로마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그들은 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진검승부를 벌인다. 진검승부에서 그들은 서로 적이 아니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패자는 죽을 수밖에 없고, 승자만 살아남는다. 그것이 검투사의 운명이다. 그들은 로마 시민을 위해, 로마 황제를 즐겁게 하기 위해,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검 승부를 하여 살아남는 자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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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검투사 마일로 그는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최고의 검투사가 된 그가 폼페이로 간다. 그가 어렸을 적 살았던 고향이다. 그가 지금은 노예의 몸이 되어 고향으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검투사로 경기를 하기 위해, 다시 살아남는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 고향으로 간다. 유쾌한 귀향이 아닌 서글픈 귀향이다. 우연이라면 우연이다. 때마침 폼페이 군주의 딸 카시아는 로마에 있다가 폼페이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녀는 치근대는 로마의 의원 코르부스를 피하기 위해서 폼페이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 행로에서 노예로 끌려가던 마일로와 그녀가 우연히 서로 눈으로 만났다. 우연처럼 그녀가 탄 마차가 진창에 빠졌고, 그 바람에 마차를 끌던 말이 쓰러졌고. 마일로는 그 말을 일으키려 나섰다. 바로 그때 마일로와 그녀의 시선이 겹쳤다. 그 순간 둘은 호감을 느꼈다.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끌림, 숙명적인 하나의 운명인 듯 끌렸는데,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로마의 의원 코르부스가 폼페이까지 그녀를 따라온다. 을의 입장인 카시아의 아버지 폼페이의 군주는 그를 정성껏 맞이한다. 의원은 카이사를 자기의 여자로 만들려 한다. 때문에 마일로는 죽음의 위험에 처한다. 그와 같은 처지인 검투사들은 사슬에 묶인 채 폼페이 군과 결투를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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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검투사가 되면 자유를 얻는다고 믿었던 그들, 그리고 마일로는 최고의 검투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유를 얻지 못했다. 그가 꿈꿨던 자유, 그는 로마의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유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서로가 같은 처지면서도 상대와 겨뤄 죽거나 죽이거나 해야 한다. 그렇게 검투사들은 우리에 갇힌 짐승들처럼 갇혀 있다가 구경거리로 전락하여 서로 칼을 겨누며 싸우다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남는다. 적일 이유가 없는 그들, 동료를 죽이며 살아남은 그들, 그제야 그들은 안다. 결국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은 다시 최후의 일전을 벌여야 한다. 로마 군과의 대결이다. 이들은 소수고 최고를 자랑하는 완전무장의 로마군은 다수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자유를 주겠단다. 객관적으로는 승리는 불가능하다. 결국 이들을 모두 죽이려는 수작이다. 더구나 마일로에게 마음을 둔 공주를 아는 까닭에 의원은 이번 기회에 이들을 모두 없애려 한다. 마일로와 동료들은 자신들의 숙명을 아는 이상, 로마군을 상대로 싸울 작전을 짠다. 생존을 위한 싸움, 마음을 합쳐 적들과 대항한다. 용맹과 기지, 그리고 실력으로 로마군을 모두 죽이고 최후로 두 사람만 살아남는다. 마일로와 동료만 살아남은 것이다.

 

시합은 시합이고 패한 로마군, 이들을 구경하던 로마군이 두 사람을 죽이려 한다. 활을 겨누는 로마군인들, 의원이 이 두 사람을 죽이려 한다. 그러자 카시아가 나서서 이들을 살려준다. 마일로는 의원을 향해 창을 던졌으나 실패한다. 그럼에도 마일로는 살아남았으나 의원의 심복인 로마 최고의 장수와 대결을 벌여야 한다. 다른 한편, 카시아는 로마군에 끌려가 집에 감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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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많은 관객이 모인 가운데 마일로와 의원의 호위 무사가 대결을 벌인다. 로마군의 명예를 건 최고의 무사와 마일로의 대결, 초긴장의 상황이다. 밀고 밀리는 일전일퇴, 죽느냐 죽이느냐의 대결을 벌이는 싸움, 이때 땅이 흔들린다. 지축이 흔들린다. 지진이 나면서 화산 폭발이 시작된다. 경기장이 갈라지면서 이들의 싸움도 중단되고 피난하기에 급급하다. 카시아의 부모도 무너진 잔해더미에 깔린다. 함께 깔린 로마 의원을 죽이려다 실패한 그녀의 부모는 그대로 죽임을 당하고 만다.

 

마일로와 그의 동료 흑인 검투사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그런데 마일로는 동료에게 카시아를 찾으러 가겠단다. 그를 말리는 흑인 검투사에게 그는 말한다. “넌 이제 자유를 얻었지만 나의 자유는 카시아야!”라며 거절한다. 그를 말릴 수 없으니 혼자 떠날 수도 있지만 생사를 함께 나눈 동료는 떠나지 않고 그를 따른다. 두 사람을 그녀를 찾아간다. 가까스로 그녀를 구한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산으로 도망칠 생각으로 운동장으로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다시 의원 일당과 마주친다. 의원은 카시아를 강제로 전차에 태워 달아난다. 그리고 그들을 의원의 심복이 막아선다. 흑인 검투사가 그 심복과 맞상대하겠다며, 마일로에게 카이사를 따라가라며 재촉한다. 친구의 사랑을 위해 희생을 각오한 검투사는 로마 제일의 장수와의 맞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그는 가까스로 놈을 처치하고 자유를 얻는다. 그는 “신들이시여, 죽음을 앞둔 자들이 경의를 표합니다. 나는 자유인이다.”라고 외치지만, 화산폭발까지 그는 피하지 못한다. 그는 자유인으로 최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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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살아남은 이는 의원과 카시아, 그리고 추격하는 마일로뿐이다. 마일로는 악착같이 말을 달려 두 사람을 따라잡는다. 그는 의원과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의원이 넘어진 사이에 카시아는 의원을 사슬로 손을 묶어 버린다. 그를 버려두고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산으로 달아난다. 하지만 더 이상 두 사람이 말을 타고 달아나기엔 불가능하다. 마일로는 말에 그녀를 타라고 권하며 이제부터는 혼자 가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고, 그가 타고 가라고 넘겨준 말을 가도록 버려둔다. 그 대신 그녀는 그에게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도망 치면셔 보내고 싶지는 않아.”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서로를 포옹한다. 그리고 입을 맞춘다. 그들의 속으로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거운 사랑만큼이나 뜨거운 화산의 불꽃이 이들을 덮쳐온다. 그 화산 불에 그대로 묻힌 두 사람, 그들은 입 맞추며 서 있는 모습 그대로 굳어 돌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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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앞에 인간, 신 앞에 인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또한 화산 폭발 장면, 지진 장면이 아주 실감난다.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 불과 18시간 만에 화려한 도시 하나를 완전히 묻어 버린 자연의 분노, 거기에 살던 이들을 모두 생매장시킨 화산폭발.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대해 무지한가를 돌아보게 한다. 말과 같은 말을 못하는 동물들도 종말을 느끼는데 인간은 그저 오늘도 어제처럼 이어지겠지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닥쳐온 재난 앞에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만다. 사실은 어느 순간 닥쳐온 것이 아니라 조짐이 있었으나 인간은 오만하여 그것을 무시한다. 물론 그것을 알아차린다 해도 그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만큼 인간은 자연의 분노 앞엔 무기력하다. 그럼에도 오만한 인간은 자연의 분노를 그냥 어떻게 지나가겠지 안일에 빠진다.

 

물론 인간도 인간 나름이지만, 천사에서 악마까지의 본성을 가진 인간은 종류도 여럿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최후의 순간까지 자기의 욕심을 위해 티격태격한다. 만물의 영장으로 자처하지만 다른 동물보다 미련하고 어리석다. 아니 오만하여 어리석다. 게다가 잔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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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괴로움쯤은, 죽음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들도 많으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것처럼 잔인한 놈들, 그것이 강자의 논리다. 스스로 강자임을 자처하는 인간들, 그들은 그것을 자신이 가진 힘이라 여긴다. 당연한 권리라 여긴다. 그것이 자기답다 여기고 강자가 누리는 특권이라 여긴다. 죽음 앞에서도 자기의 본성을 바꾸지 못하는 악인들 얼마든 있다. 그런 오만한 인간들이 자연의 분노 앞에서는 마치 작은 일개미들처럼 처연하게 죽어간다. 아주 맥없이. 신 앞에서는 아주 보잘것없는 미물에 불과한 인간들이 약자를 괴롭히던 인간들이 개미보다 맥없이 신의 분노 속으로 사그라져 재가 된다.

 

자연재해의 두려움, 그 안에 사랑의 위대한 힘이 이 영화의 백미라면 백미일까. 마일로는 영웅이라면 영웅,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이다. 비록 자연재해로 모든 것은 사라졌지만 그의 사랑은 살아 있으니까. 불행한 운명을 맞은 마일로, 어쩌다 만난 사랑 앞에 그는 목숨을 걸었다. 노예로 전락한 이후 평생을 자유를 얻기 위해 생사를 건 싸움을 해야 했던 그의 자유, 혼자만의 자유는 무의미하다. 그 자유를 가지고 함께할 그 무엇이 있을 때 자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자유는 무익하다. 때문에 마일로는 자유를 가지고 누릴 대상으로 사랑을 택했다. 마일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자유는 카시아였다. 또한 제도와 위선으로 부터 자유를 얻은 카시아의 자유는 마일로였다. 사랑은 위대하다. 두 사람은 비록 죽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히 살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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