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29- 살인자, 인간의 잔인함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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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도 나름 등급이 있다. 가끔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는 영화가 있다. 그런 영화일수록 지극히 자극적이거나 잔인하다. 타당성은 둘째 치고, 구성도 어색하다. 말이 안 되는 영화인 듯 하면서 한 번 보면 끝까지 보게 만들긴 한다. 저예산 영화든 졸속적으로 만들었든 영화는 영화다. 물론 이해는 한다. 영화를 만들고 싶으나 자금의 문제긴 하다. 어쩌면 돈이란 모두에게 필요악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펼치고 싶은 재능도 펼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리뷰를 쓸 가치의 문제를 떠나서 이런 영화도 있다는 것을 기억 정도 하려고 한다. 아무리 험해도 인간의 생각에서 나온 작품이고,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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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는 아내,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주협은 분노에 치를 떨며, 그 자리에서 그 남자는 물론 아내까지도 잔인하다 못해 무참하다 할 정도로 무참하게 칼로 찔러 살해한다. 그리고는 연쇄살인마라는 정체를 숨기고 시골 마을에 숨어서 조용히 살아간다. 조용한 마을에서 개 농장을 하며 살아가는 그를 운명은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하필이면 운명이 거기서 꼬인다.

 

그 마을에 새로 전학 온 소녀 때문이다. 그 소녀가 주협이 시체를 처리하는 걸 목격한 소녀라니, 그런데다 아들은 그 소녀에게 관심을 갖는다. 점차 둘은 친구로 사귄다. 주협의 입장에선 기막힐 노릇이다. 그나마 그가 마음을 다잡고 착실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아들 때문이었는데, 하필 그의 유일한 희망이자 낙인 아들의 여자 친구가 자신의 끔찍한 비밀을 아는 그 소녀라니.

 

그의 아들은 그 소녀를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용기를 내어 그녀를 괴롭히는 불량학생들에게 덤벼들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가 쓰던 칼을 들고 다니다 아이를 찌르기까지 한다. 그 일 이후로 그는 자신의 아들의 여자 친구가 자기가 살인자라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소녀를 없애기로 결심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낌새를 눈치 챈다. 소년은 어느 날 아버지가 개를 죽이는 모습을 목격하고 두려워한다. 게다가 강가에 있던 두 연인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도 목격한다. 아버지의 잔인한 모습을 목격한 소년은 이제 자칫 아버지가 자기 여자 친구를 해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소녀를 구할 궁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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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소년은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면 아들도 아버지를 닮아 나쁜 사람이 되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소년은 궁금증을 자신의 여선생한테 묻는다. 여선생은 소년에게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거란다. 그 말에 절망한 소년은 기회를 엿보던 어느 날 여선생을 미행한다. 그러다 으슥한 곳에 여선생과 자신밖에 없게 되자, 들고 간 칼로 여선생의 목을 긋는다. 그리고는 허겁지겁 선생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빨아먹는다. 소년은 다름 아닌 착한 여선생의 피를 마시면 자기도 착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마침 그의 그런 모습을 발견한 소녀는 소년을 도와 선생의 시체를 숲으로 끌어다 놓고 함께 도망을 친다.

 

소녀 역시 환경이 영 불편한 상황이다. 소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한 채, 소녀의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고 있고, 소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살긴 하지만, 소녀를 돌보기는커녕 매일 알코올중독에 빠져 있다. 그러니 소녀에겐 부모는 있으나 마나를 넘어 없느니만 못하다.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와 마주치면 “너네 엄마”라고 호칭한다.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에게 “너네 아빠라”고 한다.

 

동병상련의 소년과 소녀, 둘은 소년의 아버지를 피해 둘은 도망을 친다. 이들을 발견한 아버지가 따라온다. 결국 잡힌 둘은 꼼짝없이 잡히고 만다. 소년은 아버지에게 무수한 매를 맞고 쓰러진다. 소년은 쓰러진 채 괴로워하는 중에, 소년의 아버지는 이번엔 소녀를 죽이려 한다. 그러자 죽을힘을 다해 자리를 털고 일어난 소년은 칼을 들고 아버지에게 다가선다. 아버지는 설마 한다. 하지만 소년은 주저 없이 칼로 아버지를 푹 찌른다. 그렇게 아버지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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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이 안 되는 영화다. 아이를 등장시켜 아버지를 죽이게 만드는 장면은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글쎄, 정신분석학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여주려 한다고 변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아닌 것 같다. 그저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주려는 의도라고밖에.

 

제목마저도 끔찍한 영화, 장면 하나 하나, 내용 하나 하나 끔찍하다. 여타의 동물과 달리 인간은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짐승들 중에 가장 잔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어떤 동물도 따르지 못할 만큼 고상하기도 하고, 모든 짐승 중 가장 추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아름답기도 하다. 그러니까 잔인한 사람이 있으면 고상한 사람이 있고, 추한 사람이 있으면 아주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 그러니 세상에 모든 일, 상상하는 모든 인간상을 그린다 해도 물론 개연성은 있다. 그렇게 인정한다 해도, 인간의 욕망이란 그 끝을 모른다 해도, 그 무의식은 아무도 모른다 해도, 이 영화는 너무 지나치게 잔인하다. 이런 영화는 보고 나면 늘 찜찜하다. 적나라한 인간의 욕망, 인간의 잔인성은 끝이 없다 해도 너무 비약이 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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