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31- 원더우먼, 그리스신화 속 아마존 히로인 영화로 나오다

영광도서 0 1,084

액션영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이다. 대부분 남성은 강하고 여성은 부드러운 것으로 우리는 인식한다. 그리고 그것은 문학이나 영화에 그대로 이식된다. 대표적으로 배트맨의 히어로가 남성이고, 람보, 007도 남성이다. 제목 자체가 뜻 자체가 끝판 왕이랄 수 있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역시 남자다. 여자는 주인공의 보조역할을 하는 게 대부분의 작품, 특히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 <원더우먼>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남성 못지않은 대단한 액션을 보여주는 주인공이 여자다. 기존의 영화와 달리 여성이 주인공이고, 남성이 보조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미래를 미리 앞당겨 보는 듯한 영화랄까, 비록 육체적으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여성중심으로 변하는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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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족 아마존은 색다른 인종이다. 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들 족속엔 아이는 없다. 인간세상의 평화를 유지하는 소명을 안고 나온 이들이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제우스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전쟁에서 패한 아레스가 사라지고 난 후, 제우스에 의해 태어난 종족이다. 이들은 제우스 신을 신봉하며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다. 

 

이들의 족장 히폴리테를 비롯한 여성족인 이들은 항상 인류의 평화를 위해, 거창하게는 인류평화를 위하지는 않더라도 종족의 평화를 위해, 혹시 외부의 침입으로 있을 수도 있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에 늘 무예를 닦는다. 이들 중에 가장 강한 족장 히폴리테는 최고의 무예의 고수다. 그녀에겐 어린 딸이 있는데, 그 딸의 이름이 다이애나다.

 

그녀는 다이애나에게만큼은 전쟁연습이든 무예든 시키고 싶지 않다. 유일한 아이인 다이애나는 어마의 뜻과는 달리 글공부도 글공부지만 무예를 더 좋아한다. 보아하니 다이애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 몰래 슬쩍슬쩍 배우는 데도 무척이나 싸움을 잘한다. 타고난 싸움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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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국 히폴리테는 딸이 무술을 배우는 것을 알고는 부하들을 나무란다. 그럼에도 부하들은 그녀를 간곡히 설득한다. 다이애나의 비상한 능력을 오히려 키워주어야 한다고. 결국 설득에 넘어간 족장은 이왕이면 아주 혹독하고 강하게 훈련시키라고 한다. 최고의 전사가 되면 이제까지 누구도 손에 넣지 못한 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대단한 능력의 보유자 히폴리테도 손에 넣지 못한 검, 다이애나는 그 검의 주인이 되려 한다. 

 

이제 다이애나가 성인이 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통과의례, 실전 이상을 넘는 대련, 무술의 고수들과의 대련에서 다이애나는 한 번도 패하지 않는다. 여럿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능히 물리친다. 그러자 엄마 히폴리테도 그녀에게 도전한다.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히폴리테, 그녀 역시 다이애나에게 패한다. 아마존 족의 최고의 전사가 된 다이애나, 그리고 얼마간 아마존 나라는 평화롭다. 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이들 역시 다른 인간 세상과 접할 수 없다. 그들만의 왕국이다.

 

그런 어느 날 낯선 인간들이 바닷길로 몰려온다. 한 사람은 쫓기고, 큰 배에 탄 남성들은 한 남자를 추격한다. 마침 바닷가에 갔다가 이들의 소란을 감지한 다이애나는 그들을 지켜보다가 한 남자를 구한다. 그 남자는 바로 스티브 트레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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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들의 침입을 안 아마존 여성들이 출동한다. 그들은 독일군이다. 그들은 신식무기를 갖추고 낯선 여인들을 우습게 알고 마구 총을 쏘아댄다. 반면 아마존 여성들은 날렵한 몸동작을 갖추었으나 무기라곤 활이다. 그럼에도 최종 승자는 아마존족이다.

 

아마존족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남성인 트레버를 죽이려 하나, 다이애나는 그가 악한 존재가 아니라며 극구 변호하여 살려준다. 여러 언어에 능통한 다이애나만이 그와 소통할 수 있는데, 알고 보니 인간 세상에 전쟁이 일어났음을, 그 전쟁을 주도하는 건 독일군임을 듣고는 아마존 여성들은 죽은 걸로 알고 있던 아레스가 살아 있음을, 살아서 전쟁을 부추기고 있음을 직감한다.

 

전쟁을 미워하고 아레스의 재림을 방관할 수 없는 평화유지군인 이들은 아레스가 나타날 것을 염려한다.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트레버, 전쟁이 일어나는 곳엔 반드시 아레스가 있음을 아는 이들 아마존, 당연히 다이애나가 아레스를 찾아 처치하겠다고 나선다. 히폴리테는 극구 만류하지만 다이애나는 기어코 가겠다고 한다. 더는 말릴 수 없자 다이애나가 그를 따라가는 것을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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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으로 떠나기 전, 아니 인간 세상이라기보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세상으로 떠나기 전 다이애나는 평화를 위한 검을 얻기 위해 도전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 검의 주인이 되어 그 검을 가지고 아마존을 떠난다.

 

배를 타고 오랜 항해 끝에 도착한 남성 주도의 세상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다이애나는 재미있는 체험을 한다. 그녀에게 재미가 아니라 그녀를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제공한다. 여성들은 금기, 여성들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전쟁터에 기어이 트레버와 함께 다이애나는 참전한다. 남장을 한 다이애나는 전장에서 아레스를 만난다. 다름 아닌 전쟁을 부추긴 독일군의 원흉이 바로 아레스다. 이 전쟁은 다이애나와 아레스와의 싸움이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영적인 싸움이라 할까, 그 싸움에서 다이애나는 악전고투 끝에 파괴하고 전쟁을 끝낸다. 그녀가 종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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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그리스신화의 아마존 족을 알아야 한다. 세상에 평화가 깨지고 전쟁이 일어나는 건 남자들 때문이라고 믿는 종족이 있었으니 아마존족이다. 이 종족은 여성들만의 종족으로, 이들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아주 치열한 훈련으로 전투력을 키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혹독하게 활 쏘는 훈련을 비롯한 칼 쓰는 법을 배운다. 이때 활을 쏘려면 활시위를 당길 때 가슴이 거추장스러워서 어렸을 때 아이의 한쪽 가슴을 불로 지져서 자라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이 여인들은 한쪽 가슴이 없다. 가슴이란 말이 헬라어로 아마존인데, 아마조네스, 즉 가슴이 없는 뜻이란 의미로 아마존족이라 부른다.

 

이들은 여성들만이라 아이를 생산할 수 없어 종족 유지를 위할 때만 원정을 나간다. 남성들과 여성들이 섞여 사는 나라로 들어간 이들은 거기에서 강한 남성들을 잡아와 씨를 받은 후엔 처단하여 불화의 불씨를 제거한다. 그래서 오직 그들 종족엔 남자란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주변 나라들은 강한 전투력을 가진 이들 여성 종족을 두려워한다.

 

이들 나라에 들어간 영웅이라면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를 들 수 있고, 태세우스는 아마존 출신 여성과 결혼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존 여성들이 남성들의 세상에 나온 사례로는 트로이전쟁 당시 트로이를 돕기 위해 나선 때다. 이때 아마존 족장은 아킬레우스와 대결하다 전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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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 신화를 배경으로 남성 주도의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세상, 외부와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세상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남성들과의 우연한 연결로 세상과 연결되는데, 이 역시 트로이 전쟁에 개입하는 경우와 흡사하다. 전쟁을 일으킨 원인이 어디 있든 그리스군의 트로이 침입, 이를 돕기 위한 아마존 족, 이번엔 다이애나 혼자 원정에 나선 것이다.

 

물론 신화에선 아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는 아레스가 제우스에 맛서는 존재, 제우스는 평화를 유지하려 하고, 아레스는 전쟁을 부추기려는 신으로 등장하는 게 다르다. 그럼에도 모든 모티브는 그리스신화에서 따왔다.

 

제목 자체가 <원더 우먼>, 날아가는 여자이듯이 여성 중심 사회의 도래를 예감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세상의 평화를 원하는 여성들, 전쟁을 일으키는 남성들,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여성을 긍정적으로, 남성을 부정적으로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세상에 문제를 일으켜 혼란스럽게 한 남성들만의 전장터를 평정하는 여전사의 늠름한 모습이 이채롭다.

 

어쩌면 세상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종족은 남성족으로 아레스의 후손들이라면, 이를 평정하고 평화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종족은 아마존족, 여성은 제우스의 후손이란 설정이다. 히어로들의 세상이 히로인들의 세상으로 바뀔 때 세상은 평화를 유지하며 전쟁 없는 세상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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