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32-한 번도 안 해 본 여자, 남녀관계에 대한 솔직한 내심을 들여다본 영화
인간이 남자와 여자로 세성을 사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 실제로 세상은 남녀관계엔 금기사항이 아주 많다. 남녀 간의 벌어지는 일들은 거의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설령 부부관계라 해도 남이 보아선 안 된다. 어쩌면 인간이 종족 보존을 위해선 당연한 행위이고, 부끄러울 일이 아님에도 인간은 이를 부끄러워하고 은밀히 행한다. 이는 인간이 동물들과 구별되면서부터이다. 그래서 자유롭게 놓아준 개들이 거리에서 행위하는 것을 안 좋게 불경스럽게 여겨 욕을 한다.
아주 오랜 옛날 인간은 개와 다를 바 없이, 여타의 동물과 다를 바 없이 그렇게 행위를 하며 지내왔을 터이다. 그때는 바로 순수행위였기 때문이다. 성이 환희나 쾌락의 대상이 아니라 종족보존을 위한 행위, 그 이상을 약간 웃도는 정도, 때문에 그냥 본능이지, 그다지 쾌락이 아닌 정도였을 터다. 인간은 이처럼 어떤 일이 즐거움을 주는 순간부터 그 일을 은밀하게 행하려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은밀함, 그래서 금기가 되는 게 성이다.
우리나라 첫 키스 평균 연령은 18세, 첫 섹스는 25세라는데, 이 노처녀는 33세, 그런데 아직 키스 한 번 제대로 못해봤다는 권말희, 그녀의 아버지는 존경 받는 통계학과 교수이다. 지금은 정년퇴직했지만 사회적으로도 유명하며, 존경을 받는 학자다. 그녀에게 엄마가 없는 탓에,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엄격하면서도 그녀를 끔찍하게 챙긴다. 아버지의 기대만큼이나 그녀는 딸로 치건 사회인으로 치건 아주 모범생이다.
권말희, 그녀에게 호감이 가는 남자가 생겼다. 그녀의 후배인 무용과 교수인데, 은근히 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다. 그런데 용기도 안 나고, 연애를 할 줄도 모른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귀가 시간까지 일일이 챙긴다. 그러니 그 남자와 가까이 지낼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그녀의 친구 홍세영, 그녀는 권말희와는 완전 딴판이다. 주로 남자 누드를 그리는 미술학원 선생인 홍세영은 남자의 누드를 정물로 생각한단다. 그녀는 그야말로 걸레란 소문이 날 정도로 성에 관한한 터부가 없다. 그렇다고 그녀가 아무 남자와 즐기지는 않는다. 그녀는 나름 잠을 잘 남자에 대한 기준이 있다. 때문에 그녀는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며 접근하는 미술학원 원생은 멀리한다.
그녀는 비 호감 남자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중요하다면서 접근하는 남자,
2. 명품, 승용차, 스펙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생각하는 속물,
3. 고상한 외모를 무기로 그것을 내보이려 할수록 내면은 비어있는 법이라는 것이다.
반면 말희가 지방 세미나 때문에 하룻밤을 외박하고 와야 한다고 하자, 권교수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말희는 간신히 허락을 받아 지방에 간다. 세미나는 예상 외로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이상한 집안 분위기, 묘한 소리, 그녀가 살그머니 아버지의 방을 엿본다. 순간,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묘령의 처녀와 열심히 관계 중이다. 그 장면을 보자 그녀는 아버지에게 극심히 실망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관계하다 복상사로 사망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주려고, 그런 사실을 감추려 모든 증거물을 없앤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아버지가 많은 여자들을 불러들여 그런 생활을 해온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그런 모든 증거물들을 모두 없애고는 경찰의 부검요청을 애써 무마 한다
얼마 후 그녀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도 묘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번엔 그녀의 친구 홍세영이 다른 남자와 관계한다. 꼼짝 없이 들킨 홍세영은 그녀에게 여봐란 듯이 떳떳하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그녀에게 아버지의 유서를 들이댄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그 집을 주기로 했다는 유서다. 평소에 녹음해 둔 것과 친필 유서까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녀의 친구인 세영도 그녀의 아버지와 그렇고 그런 상대였던 셈이다. 기막힐 노릇이다.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그 집을 공동소유로 하기로 서약한다.
아버지의 성관계, 홍세영의 성 유희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세영에게 자기도 그것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세영에게 남자를 공략하는 법을 배운다.
세영이 말희에게 가르치는 솔직담백한 성담론이다.
이를테면 ‘남자가 연애를 잘하면 카사노바 능력자, 여자가 잘하면 창녀일 뿐이다. 섹시한 여자는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자 남자들의 공략대상이다. 가족이 아닌 이상 반영구적으로 필요한 남자는 성을 원하는 남자가 편리하다. 아랫도리 욕구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충성하는 남자다. 남자를 사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로또를 산 사람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연해를 못하는 여자의 유형은 1. 공주형, 예쁘지도 않으면서 예쁜 줄로 착각하고 남자가 다 알아주길 바라는 유형. 2. 꿈꾸는 형, 백마 탄 남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여자, 그런 여자는 재취 얻어서 가기 딱 좋은 타잎. 3. 붕대과: 상처 받을까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란다.
그러면서 “남자는 자기 애인은 정숙했으면 하고 다른 여자들은 헤펐으면 한다. 섹시한 여자란 헤픈 게 아니라 몸매에 자신이 있는 거다. 남자의 성적 판타지와 여자의 사랑받고 싶은 판타지의 교집합이 섹스다. 남자의 에로틱 판타지와 여자의 로맨틱 판타지가 만나서 처음엔 스릴러가 되고 나중엔 호러가 되는 게 결혼이다.”라고 세영은 말희에게 줄줄 읊어준다.
세영의 코치를 받은 그녀는 서서히 연애에 접근하긴 한다. 그런데 세영이 어느 날 공동소유로 하겠다던 집을 포기하고 캐나다로 떠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영은 사실을 고백한다. 세영의 아버지는 말희 아버지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것을. 때문에 세영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말희의 아버지는 친구를 위해 친구의 딸 세영을 친딸처럼 보살펴 주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다. 아무리 그녀의 아버지가 색골이라도 친구의 딸을 성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니. 그제야 말희는 아버지와 세영의 관계의 순수함을 알고, 친구와의 오해를 푼다.
한 번도 안 해 본 여자 권말희는 동공이 확장되고 눈앞에 별이 반짝거리고, 하늘에 붕 뜬 기분으로 통제할 수 없는 기분을 맛본다. 솔직한 와이 담을 통해 적나라한 남녀의 심리를 잠깐 엿보는 재미있는 그런 영화다.
은밀한 공간을 좋아하는 성, 은밀히 살아 움직이기는 좋아하는 성, 그래서 성은 은밀히 숨어산다. 숨어 살다보니 오해 받을 일도 많고, 뜻밖의 사건도 많은 게 성이다. 숨어 살아야 하는 성이란 유기체는 그래서 이해하기 힘들고, 오해 받기도 쉽다. 하여 이런 저런 사건을 많이도 일으킨다. 때문에 잘못 알려진 성의 상식도 많고 왜곡된 지식도 많다. 그러다 보니 성담론은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론도 많다.
은밀함을 좋아하는 성은 이처럼 아주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정확히 목격할 수도 없이 일어나니, 그때마다 심리는 각자 다르니, 남녀 간의 성을 딱히 이렇다고 정의할 수 없으니 이론도 많고, 오해도 많다.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모두 믿을 건 못된다. 내 사랑은 내 사랑법이고, 네 사랑은 네 사랑법이다. 한 상황으로 그의 모두를 판단해서도 안 되는 게, 이 사람과의 관계는 이러하지만 저 사람과의 관계는 저러하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건 바이 건 달리 바라보고 달리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안다. 어둠 속에 일어나는 일들은 거의 동색인 것 같지만 실상은 모두 다르다. 성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