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41- 친구 2, 별로 긴장감이 없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

영광도서 0 1,617

액션 영화든, 범죄 영화든 멜로든 러브 스토리가 적절히 깔려 있어야 재미를 더한다. 그런데 이 영화엔 러브 스토리가 끼어들지 않는다. 전작에서 보스의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 사이에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이 영화에서 주요역할을 한다, 이 정도 설정이다. 남자들의 세계는 억세다. 이 억셈 속에 러브스토리가 양념으로 가미되어야 더 재미도 있고, 긴장감도 살아나는데 전편에 비해 재미도 긴장감도 떨어지는 게 흠이다. 그럼에도 주먹 영화니까 액션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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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 그때 동수는 무참하게 자신의 친구에게 잔혹하게 칼에 찔려 죽는다. 동수를 치라고 지시한 사람은 준석이었는데 그는 동수를 죽이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그저 벼 ㅇ 신 정도 만들어서 주먹세계에서 퇴출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지시를 받은 은기가 동수를 죽을 때까지 친 거였다. 주먹 사회에선 죽이지 않는 한 그냥 사건은 묻히고 말기 때문에 일부러 살인 사건으로 만든 거였다.

 

일단 은기는 준석에게서 동수를 치라는 지시를 받았다. 준석은 바로 자기 앞에 있었다. 이 두 사람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는 찬스라고 여겼다. 제 손에 피 안 뭍이고 제거할 절호의 기회였다. 자신이 일단 동수를 죽이면, 살인사건은 일어난 것이고, 그 사건의 책임은 당연히 보스인 준석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계산을 한 은기는 동수를 죽이도록 한 것이다. 차기로 보면 은기는 넘버 3밖에 안 되니 둘을 넘어야 보스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은기는 그때를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사건을 키운 거였다.

 

그 사건으로 준석은 은기의 의도대로 살인교사범으로 잡혀 교도소에 들어갔다. 준석은 그 안에서 성훈을 만났는데, 성훈은 동수의 숨은 아들이었다. 이들이 만난 건 우연이었다. 동수에게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에겐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아버지의 피를 받아 제법 놀 줄 아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이 제법 주먹깨나 쓰면서 하필이면 부산 애들하고 붙었다. 그 부산 애들이 하필이면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 아버지를 죽인 조직 폭력배들이었다. 그 사건으로 교도소에 들어왔는데, 공교롭게 그 안에서 준석을 만난 것이다. 준석과 동수 사이에 얽힌 이야기는 모른 채 성훈은 교도소 안에서 준석과 친하게 지냈다. 준석은 감옥에서 성훈을 잘 보살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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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시간이 흘러 준석이 교도소에서 석방 되어 나온다. 17년 만에 출소한 준석은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과 어느새 조직의 실세로 성장한 은기에게 위기감을 느낀다. 준석은 아버지 철주가 평생을 바쳐 이뤄놓은 조직을 되찾기 위해 흩어진 자신의 세력을 다시 모은다.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젊은 피 성훈을 오른팔로 둔다. 그때 그가 한 말이 "나랑 부산 접수할래?"인데, 성훈은 “담배 떨쳐가 우리 아버지 죽이라고 신호 줬다면서 예?”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친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성훈은 마치 아버지처럼 자신을 챙겨주는 준석을 의지하고 따른다. 그와 함께 부산을 접수할 꿈을 꾼다.

 

은기는 이미 그 동안 자기 터를 단단히 닦아 놓은 터이지만, 그럼에도 준석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이참에 아예 준석을 제거할 계획을 짠다. 제 손에 피 안 뭍이고 자기는 싹 빠지면서 준석을 제거 해야겠다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집어든 카드는 성훈이다. 그래서 은기는 어느 날 성훈을 찾아온다. 그리고는 은기’는 동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동수를 죽이라고 지시한 자가 준석이라고 하니 성훈은 혼란스럽다. “지금 안 하믄 니가 당한다.”이런 식으로 성훈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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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으론 준석을 넘어설 수 없는 은기의 술책이다. 은기는 비열한 짓만 골라한다. 오직 그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온갖 편법과 배신을 밥 먹듯 한다. 그런 사람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술수와 계략, 그리고 반대파에 무척이나 비열하고 잔인하다.

 

은기의 말을 따르면 지금 따르는 보스 준석은 아버지를 찌르라고 지시한 원수다. 그러니까 그는 원수와 손을 잡은 셈이다. 그 말을 듣자 성훈은 분노가 치밀지만, 준석에겐 뭔가 사정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보니, 은기는 비열한 놈이다. 지금 손잡은 보스보다 더 안 좋은 놈이다. 성훈은 은기의 술책과 비열함을 알아차리고는 비열한 술책을 부린 은기를 철저히 응징한다. 이걸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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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주먹 영화가 그렇듯 비열한 자는 처음엔 당연히 잘 나간다. 하지만 결국 끝내 망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반전이랄 게 별로 없다. 교훈도 뻔하다. 구태연 하다. 잔꾀를 부리는 자 제 꾀에 넘어가 ㄷ ㅞ진다. 그만큼 결말이 뻔한 영화라 긴장감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주먹영화의 원칙은 의리다. 야망은 있어도 그건 정정당당해야 하고, 절대로 배신을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보스가 되려면 온당한 방법이어야 한다. 주먹세계의 원칙을 지키며 그 자리에 올라야 한다. ‘그것이 사내가 할 일이다. 그래야 주먹이다. 그렇지 않으면 양아치다. 따라서 준석은 주먹이고, 은기는 양아치다. 고로 이들이 속한 세계는 주먹세계이니까 은기는 패배자가 되고 만다.’ 이것이 주먹 세계의 원칙이다. 이 영화는 이걸 고수한다.

 

세 번째는 믿을 놈을 가려 믿어야 한다. “지금 안 하믄 니가 당한다.” 이렇게' 부추기는 놈치고 믿을 놈 없다. 그 놈을 의심해야 한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 척하는 놈을 조심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친한 척하려는 놈, 지금 상황을 호도하고, 이간질 하는 놈을 조심해야 한다. 주먹 영화는 대부분 그런 놈 꼭 등장한다. 그런 놈의 의도는 불손하다. 고로 그런 놈에게 잘못 얽히면 엉뚱한 사람을 피해주고, 자기의 진정한 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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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주먹 영화의 남자, 특히 보스가 되려면 대차야 한다. 이들의 사투리를 빌려 정리하면 “그렇지 남자라면 좀 대차야 하는 기라. 그래야 하고말고. 그리고 남의 말 함부로 믿지 말고 진정한 니 편 내 편을 잘 알아차려야 한데이. 그렇지 않으면 정작 니를 도와줄 사람을, 애매한 사람을 넘길 수 있데이. 비열한 놈들이 말은 그럴 듯하게 하니까 그걸 조심해야 한데이. 한 번 더 확인하고 행동하거래이. 알긋제.”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한 영화라 기대를 많이 했으나 썩 만족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전형적인 주먹세계를 다룬 영화의 정성을 그대로 답습한 영화라 새로울 것은 별로 없다. 교훈이라면 의리를 중요시하는 주먹 세계의 원리와 우리 사는 사회는 다를 바 없다. 의리를 따지는 그들의 세계에도 비열한 인간이 있고, 권모술수가 있다는 점은 새겨둘 만하다. 우리 사회도 다를 바 없으니까. 주먹 세계도 결국 사회의 축소판이니까. 다만 영화의 결말은 비열한 놈은 반드시 응징을 당한다는 것, 권모술수는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난다는 것, 그런데 실제 우리 사는 사회에선 오히려 그런 것들은 그대로 수면 아래에 숨어 있고, 위선자들이 오히려 정의의 사도인 양 설치는 세상이란 점에서는 주먹 세계만도 못한 게 우리 사회 아닐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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