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47- 어바웃 타임, 시간의 지배를 어떻게 벗어날까

영광도서 0 1,406

시간이라? 시간, 우리 인간은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공간의 지배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대지라는 신에게 발목이 잡혀 벗어나지 못함과 동시에 시간의 신의 지배를 받는다. 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라도 시간과 공간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시간과 공간은 동시성을 갖는다. 시간은 공간에 살고, 공간은 시간이 산다. 또한 존재는 공간과 시간에 산다. 존재와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셋은 실존이다.

 

그런 만큼 인간은 시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공간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리 할 수 없어서 인간은 신을 만들고, 신이 만든 영원이란 공간을 찾아낸다. 그리고 거기에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그것이 종교다. 그러나 만일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롭다면 인간에겐 신도 사후세계도 의미가 없다.

 

765556981_fGxN5bYK_9c18798387531d7087a22   

 

이 영화는 바로 시간으로부터의 자유를 원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태솔로 팀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에게서 놀라운 가문의 비밀을 듣는다. 이 가문엔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미 지난 일이지만, 일정 시간의 삶을 다시 수정하여 살 수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은 좁은 공간, 가령 농짝이나 좁고 폐쇄된 공간에 들어가서 주먹에 힘을 주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

 

그렇게 되돌린 시간 속에서 비록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는 없지만, 여자 친구를 만들 순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원하는 삶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단지 기회만 새로 만들 수 있을 뿐, 그 결과는 그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때문에 아버지는 그에게 원하는 삶을 살려 애쓰라고 한다.

 

765556981_YfqIesOt_f2e6db1b3fc7af0305f8d 

 

그러자 팀은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소박하게도 그 능력으로 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단다. 그의 소박한 여자 친구, 이것이 이 영화의 전체를 이끌고 가는 복선이다. 반신반의한 그가 시험을 해본다.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되돌려 후회스러운 행동을 다시 반복해 본다. 그러자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 즉 자신의 여동생의 친구가 집에 온다. 샬롯이란 여자다. 그녀에게 그는 반한다. 그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 하지만 용기가 없다. 그녀가 떠나기 전날에야 그녀에게 그는 고백을 한다. 그녀는 그에게 마지막 날 고백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며,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그전에 몰래 숨어들어 왔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말에 용기를 얻은 그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좁은 공간에 들어가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 그렇게 그는 잠깐 시간을 되돌리긴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프러포즈는 거부당한다. 그는 그제야 사랑은 아무리 노력해도 억지로 안 되는 것이란 교훈을 얻는다. 아마도 그 서투름 때문에 대부분의 첫사랑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765556981_JfCvuRSL_3ba313e3ed27c6a0feaba 

 

팀은 샬롯에게 프러포즈를 거부당한 후, 그녀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해보고 싶어서 런던으로 간다. 그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팀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나름 마음껏 발휘한다. 하지만 역시 어설픈 대시다. 어색한 웃음을 다시 반복하지만 역시 안 된다. 뜨거웠던 밤은 더욱 뜨겁게 리플레이! 드디어 그는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가 여러 번 리플레이하여 그녀와의 사랑을 완벽하게 해낼수록, 그에 반해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면, 과연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곡절 끝에 그의 사랑은 성공한다.

 

765556981_PS6gCqsX_8f88324b01cc90dbb7d0e 

 

이제는 시간이 앞으로 흘러 그는 메리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그에겐 행복한 일들만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삶이란 그렇게 편안하면 삶이 아니다. 그의 여동생이 남자친구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심지어 교통사고를 당하기가지 한다. 그러자 그는 꼬이고 꼬인 그녀의 삶을 되돌리려한다. 그는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서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그녀를 남자친구로 부터 구하는데, 그가 과ㅣ거로 돌아가서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의 관계를 미리 끊어놓은 것이다. 물론 그의 의도대로 되돌린 과거는 일단 성공한다.

 

여동생의 시간을 되돌려서 수정하고 나니, 동시에 자신의 시간도 되돌아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되돌린 시간에 자신의 아이가 치명적인 병에 걸린 것이다. 그의 모든 과거도 그렇게 되돌아가 다시 써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정상이었던 때로 되돌린다. 그러려니 여동생은 원래대로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한 때로 되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자 그는 시간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깨닫는다. 다른 사람의 삶을 되돌려주려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한다는 깨달음, 시간을 되돌리면 그 결과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두려움, 그 결과의 잔인함 때문에 그는 결국 여동생을 과거의 상황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여동생의 삶은 여동생의 몫이니까.

 

765556981_Mb4snhz8_d80827574a0c0203104b1 

 

이번엔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 흡연이 원인이다. 진즉에 금연을 했으면 될 터이다. 아버지의 시간을 되돌릴까? 하지만 그로 인해 자기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러니 그럴 수도 없다. 아버지, 자애롭고 좋은 아버지, 늘 자기편이었던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가 결혼하기 전에 그에게 따뜻한 조언을 한 아버지, 따뜻한 사람을 만나라던 말씀, 그 말대로 그는 따뜻한 여자를 만나 지금 그는 행복하다. 많은 교훈, 좋은 가르침을 준 아버지를 그는 결국 보낸다. 아버지를 그렇게 보낸 그는 추억 속에서 아버지와 어린 날로 돌아가고 아버지와 함께한다. 떠나면서 아버지가 준 교훈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니, 어제에 잡히지 말고 잊은 듯이 일상처럼 늘 살라’이다. 다음으로 ‘같은 날을 두 번 살아보라’는 것이다. 같은 날을 두 번 살기, 처음엔 짜증을 내야 했던 상황을, 그는 다음에 살 때는 그 상황을 즐긴다.

 

765556981_RMYtmfbJ_7316da6c1ca546c64e9f9   

 

그래 같은 날을 두 번 사는 마음으로 살아야 좋다. 어제의 슬픔을 오늘은 기쁨으로 바꾼다. 어제의 실수는 오늘은 성공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그러니 우리는 사실은 같은 날을 반복하며 사는데도 그것을 수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수정을 하며 살자. 지금 우리는 살아온 어제를 반복하고 있다.

 

아버지를 보내야 한다. 자식으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그것이 시간의 신의 명령이다. 그것을 우리는 순리라 부른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 그 자세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간 일에 대한 수정은 다른 게 없다. 오늘에 충실하며 지난날에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다시 살고 있다. 단지 우리는 이미 지나간 것이라고 치부하고 포기하고 그것을 수정할 생각, 다시 쓰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765556981_X2ugVYPA_67a5372a6cde5eb531785 

 

같은 날을 두 번 살 수는 없지만 그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수정하지 않고도 만족할 만한 삶, 기왕 살아온 삶을 수정하기보다 두 번 살 삶을 산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순간순간을 헛되이 살지 않기, 조금은 신중해지기, 그게 지혜로운 삶이 아니랴. 팀이 아무도 없는 좁은 공간에 들어가 힘을 씀으로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 생각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란 의미겠지. 어찌 돌아갈 수 있으랴. 조금만 생각하면 두 번 반복하는 만큼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지금에 신중하게 충실 하는 것, 그것은 지금 지난 일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 지난날에 잘못한 선택을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을 되돌려 바로 사는 것이 아닐까?

 

765556981_DlC6SOLU_520ea14c62d5879d3033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