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15- 같으면서 아주 다른 인간인 너와 나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 심리적으로 다른 건 둘째 치고 생리적으로도 남녀는 아주 다르다. 여자는 난자를 200만 개를 갖고 나와서 평생 500개 정도를 생성하고 끝인 반면, 남자는 매번 새로운 정자를 생산한다. 성행위시 일억에서 육억 개까지의 정자를 배출하고, 배출된 정자는 그룹을 지어 난자의 집으로 노를 젓는다. 한 시간에 고작 2-3cm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생명체들은 나름 20여 개씩 한 그룹을 지어 서로 협력하여 혼돈의 바다를 헤쳐 나간다. 25cm 가깝지만 머나먼 길, 그나마 아버지의 통로의 길이가 절반을 줄여주고, 그 추진력의 도움을 받으며 기를 쓴다. 그 수많은 정자들 중 하나만 난자를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당연히 가장 빠르고 건강한 정자일 가능성이 높다. 수억의 정자 중 하나가 한 생명을 만들어 살고 나머지는 죽음을 맞는다.
이처럼 한 생명의 탄생은 반쪽의 암수가 결합하여 온전한 생명체로 거듭나는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치열한 경쟁 끝에 태어난 생명체, 아주 숭고하고 신비롭다. 그만큼 생명은 소중하다. 수억 분의 경쟁을 거친 유일한 생명체, 나머지는 도중에 죽거나 삼 일이면 죽어서 사라진다. 그 다음엔 새로운 정자가 무수히 탄생한다. 그리고 또 어차피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또 죽는다. 이처럼 생리적으로 남자는 차고 넘치는 씨앗들이라 아낄 이유가 없다. 때문에 남자는 이미 생리적으로 정자, 즉 생명의 씨를 아끼려 하기보다 어딘가에 심으려 한다. 어떻게든 어차피 죽을 씨앗이란 본능 때문에 생리적으로 남자는 성에 대한 인식이 가볍다. 가벼울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다.
때문에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해야 할 이유다. 교육은 본능을 한꺼번에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지만 서서히 바꿀 수 있다. 인간은 교육이 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학습이 뛰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통제로 성의 가벼움과 방랑기를 조정할 수 있다. 본능은 바뀌지 않으나 인격은 성숙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규범화하여 의도적으로 학습시킨 결과물이 금기요 규범이다. 규범에 아주 충실한 슈퍼에고, 탈 규범을 내세우는 이드, 이를 조정하는 에고의 싸움과 협상이 한 존재의 성격을 형성하고, 그 존재들의 미묘한 차이들이 수많은 유형의 사랑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