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17- 비밀을 안고 사는 사람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소설 <사양>에서 다른 동물은 갖지 못했으나 인간만이 가진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그것은 비밀이란다. 다른 동물은 갖지 못하나 인간은 비밀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비밀,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알리지 않고 숨기는 일 또는 알려서는 안 되는 일”을 이른다. 누군가 뭔가 집히는 것이 있어서 진실이냐고 물으면, 진실임에도 때로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고, 진실은 아니지만 시침을 떼고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 그런 것이 비밀이다. 비밀을 지키려는 의도 때문에 때로는 진실 대신 거짓이, 진실 대신에 침묵이 따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진실은 항상 선이고, 거짓은 항상 악도 아니다. 때로는 진실이 거짓보다 추악하고, 거짓이 진실보다 아름다울 수도 있다.
다만 비밀은 인간이 거짓을 표방할 수 있고, 그만큼 자기감정을 속일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란 것을 보여준다. 인간인 이상 대부분은 어떤 비밀이든 안고 산다. 어떤 사람은 많은 비밀을 안고 살고, 어떤 사람은 별 비밀 없이 산다. 비밀이 많은 사람, 비밀이 적은 사람, 이렇게 가른다면 자연히 비밀이 많은 사람은 사회의 모범생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비밀이 적은 사람은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너무 순진해서 비밀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유인 즉, 사람들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자신의 내심이나 감출 수밖에 없는 것을 털어놓는다. 비밀을 잘 지켜준다, 잘 들어준다, 믿을 만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비밀을 털어 놓는다. 또한 누군가 지켜 달라 하지 않아도 어쩌다 목격한 일을 알림으로써 누군가에게 해가 된다 판단하면 그는 그것을 발설하지 않는다. 이처럼 남이 지켜주기 바라는 비밀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지켜야 좋다 판단한 비밀이 있다. 따라서 비밀이 많은 사람은 인정받는 사람이다.
반면 듣는 즉시 비밀을 지켜주지 않는 사람, 이런 저런 것 안 따지고 남에게 해가 되든 그렇지 않든 가리지 않는 사람에겐 비밀이 쌓이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내심을 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밀이 거의 없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잘 살지 못한 사람을 이른다.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주변을 위해 비밀을 지키는 사람은 그 비밀로 스스로 괴로움을 앓는다. 진지한 사람일수록 비밀은 많게 마련이고 마음은 거북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남에게 진지하게 보이는 사람일수록 마음을 앓는다.
반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훌훌 털고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겐 때로 피해를 주더라도 그 스스로는 마음 아플 일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무지하여, 마음이 가난한 사람, 순수하여, 순진하여 마음에 무엇을 쌓아두지 않는 사람은 마음앓이를 할 일이 없다. 때문에 본능대로 사는 사람은 순진한 사람이거나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인간답다는 것은 비밀을 감출 줄 아는 사람, 가면을 쓸 줄 아는 사람, 위선적인 사람을 이른다. 그러니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본능을 적당히 따라 살 것이냐, 가면을 쓰고 인간답게 살 것이냐, 각자의 선택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