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20- 이름값하고 사는가?

영광도서 0 1,099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금언이 있다. 사람처럼 이름 짓기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 하긴 첫 인간 아담이 한 일이 작명이긴 하다. 창조자 야훼께서 그에게 짐승들을 데려가서 무엇이라 부르나 보았더니 아담이 생긴 대로 이름을 불렀고 그대로 이름이 되었으니, 사람은 이름 짓기를 무척 좋아하고 즐긴다.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이름은 사람이 지은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식물, 동물, 사물 등 세상 모든 만물의 이름을 생긴 대로, 또는 들은 대로, 본 대로, 느낀 대로 이름을 지었다. 때문에 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을 보면 이미지와 알맞은 형상을 가졌거나 행동을 하거나 그럼직한 구실을 한다. 이러한 만물 전체에서 사람은 그러한 심상을 얻는다. 그러면서 세상 만물은 이름대로 살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렇게 이름을 짓기를 즐긴 사람은 이제 자신의 이름, 자기 종족의 이름을 지으려 한다. 사람이 자기 종족에게 부여한 이름은 세상 만물과는 인식 자체가 다르다. 다른 만물의 이름은 느낌대로 지어주었으나 사람의 이름만큼은 느낌이나 이미지대로 짓지 않는다. 이름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가치를 부여하거나 희망을 얹어 작명한다. 때문에 사람은 이름을 따라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름을 따라 살아간다.

 

다른 존재들은 이름대로 산다. 그러나 인간은 이름을 완성하기 위해 산다. 스스로 지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지어준 이름을 완성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때문에 다른 동물들 또는 식물들, 사물과 같은 만물 모두는 존재 그자체로 이름을 보여주면 살고, 사람은 이름이 지시하는 대로 살려, 그 이름을 남기려 산다. 그만큼 사람은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만물은 이름대로 살고, 사람은 이름처럼 살려 한다.

 

선친은 이름대로 살라고 이름을 지어준다. 이름값하고 살라고 지어준 것이다. 그런데 용하게도 어떤 이름을 가진 사람과 이름의 이미지는 맞는 듯하다. 이름이 사람을 따르는 것인지, 사람이 제 이름을 따르는 것인지,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사는 것처럼, 사람도 부르는 대로 학습을 하여 이름 따라 사는 것은 아닐까?

 

사람, 다른 동물에겐 이름대로 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고, 사람에겐 각자 이름값하고 살라고 지어준다. 이름 함부로 짓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이, 미래가 담긴 이름이기 때문에 최대한의 영감으로, 최대의 희망을 담아 이름을 지어준다. 내가 내 이름을 짓는 게 아니라 선친들이 애써 지어준 이름, 이름값하고 살라고 지어준 이름,[ 나는 이름값하고 살고 있을까? 그대는 이름값하고 살려고 노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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