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22- 그리움의 정의
그리다, 그리다, 어떤 필기나나 색연필 없이 마음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다가 완성할 수 없는 그림을 나는 그리움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 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이란 노래에서 그리지 못한 아니면 일부러 그리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여백으로 남겨놓은 그 무엇을 그리움이라 부른다. 따라서 그리움은 존재하지 않거나 적어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사람을 향한 부재의 아쉬움을 말한다.
부재의 아쉬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존재는 많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부존재는 이미 관계를 맺었던, 그래서 익숙한 존재에 한정한다. 물론 관계를 맺었던 존재는 여전히 많다. 그러니까 관계를 맺었던 존재라고 모두 그리움의 대상은 아니다. 좋은 관계를 맺었거나 좋은 인상을 아직도 간직한 누군가만이 그 대상이다.
그러면 그리움은 이전에 관계를 맺은 사람들 중에 좋은 인상으로 남은 누군가이자, 지금은 부재한 존재를 향한 마음의 여백이다. 그 부재를 해결할 수 없어서 지금 만나고 싶으나 만날 수 없어서 마음으로라도 그 사람을 그려보지만 그려낼 수 없는 아쉬움을 그리움이라 부른다.
때로 그리운 대상은 함부로 공개할 수 없이 사적으로만 기억하거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상이다. 때문에 대상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대상이므로 님이라 부른다. 여기서 님은 어떤 존재를 높이거나 예의상 명사 또는 이름 뒤에 붙이는 님과는 달리 ‘남’ 한 글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움, 나는 적어도 지금 옆에 없는 님을 생각한다. 그 님을 보고 싶다. 보고 싶은 님을 마음에 그려본다. 그런데 그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완성하면 마음에서 떠날까 아쉬움에 거기까지 그린다. 그리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겨둔다. 이러한 마음의 울림을 나는 그리움이라 부른다. 따라서 그리움에는 부재한 님, 보고 싶음, 적어도 만날 수 없음, 아쉬움이란 단어들이 아리게 따라다닌다. 나는 오늘 네가 보고 싶다. 그런데 나는 너를 만날 수 없다. 너를 누구라고 말할 수도 없다. 너의 자리를 비우고 그 대신에 님이란 말로 너를 부른다. 고로 나는 네가 그립다. 나는 오늘 너를 그리워한다.
그리움! 부재한 엄마의 존재처럼 그리움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