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23- 내가 사람인 이유

영광도서 0 1,034

사람은 짐승보다 추하다, 잔인하다, 치사하다, 이 말은 맞다. 그렇다면 사람은 짐승만도 못하다. 사람은 짐승보다 아름답다, 선하다, 배려한다, 이 말도 맞다. 그렇다면 사람은 짐승보다 고상하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다면 논리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이 모두를 포함하는 존재다. 이는 사람이라 할 때는 피상적인 것을 말함이 아니라 사람의 내적인 면, 내면세계를 이른다.

 

사람의 겉모습은 오히려 다른 짐승들보다 단순하다. 완전한 나체로 보면 아주 단순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유사하다. 이와는 달리 내면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는 외적인 면을 말함이 아니라 내적인 면을 말한다. 그만큼 사람의 내면은 아주 복잡하다. 이처럼 복잡하다는 의미는 사람의 내면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변해도 수시로, 아주 다양하게 변한다는 의미다.

 

변한다, 변한다는 건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란 의미이지만, 반면 개조가 가능하다, 학습이 가능하다, 세뇌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존재,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기보다, 스스로 선택하며 살기보다 의존적으로 사는 이들의 의외로 많다. 이를테면 다른 이가 선택해준 삶에 만족하는 사람, 다른 이가 지시해준 대로 따라 사는 게 편안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럴 수 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는 번거로움이나 불편함보다 남이 지시한 것을 따르며 살면 단순해서 좋을 수 있다. 그것이 비록 편안하고 신경 쓸 일이 없어 좋다고 하더라도, 그건 사람의 삶이 아니라 짐승의 삶이다. 노예의 삶이다. 길들여진 삶이다.

 

그보다는 좀 불편하더라도,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며 살겠다, 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비록 실패하는 삶을 살더라도 내가 선택하며 산다, 내가 내 삶을 결정한다, 나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다, 그 마음으로 삶이 짐승을 넘은 존재가 아닐까? 선하냐 아름다우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 사람과 짐승의 경계이다.

 

나는 나를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내 자유의지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내 삶을 결정하며 살기 때문이다. 비록 별 볼일 없는 삶이면 어떤가.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것을. 폭넓은 사람의 스펙트럼, 그 중에 내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건, 나는 너에게 순종할 수도 있지만, 또한 나는 너를 거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지유의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짐승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 그러면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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