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33- 너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

영광도서 0 1,154

어느 업체인가 기억은 안 나는데, 벽에 걸어 놓은 나무판에서 만난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미움은 왜...." 문구, 이 문구처럼 인생은 그다지 긴 것 같지 않아서 정말 사랑할 시간도 모자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미워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밉고, 나보다 잘생긴 사람이 밉고, 나보다 돈 많은 사람이 밉고, 나보다 노력하지 않는데 더 잘나가는 사람이 밉다. 그런 걸 보면 나는 인간성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교회에서 목사님이 열심히 설교를 하다가 교인들을 내려다보면서 "여러분 중에 미워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신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묻는다. 그럼에도 아무 반응이 없자 목사님이 다시 "아무도 안 계십니까? 손들어 보세요." 묻는다.

 

그때 한 할아버지가 손을 든다.

 

목사님이 감격한 목소리로 "할아버님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우리에게 말씀해 주세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나이가 들어서 힘없는 목소리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응...있었는데....다 죽었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미운 사람을 구분지어 헤아려 보니 다행히도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수록 세상은 아주 살만하다. 기운이 솟는다. 세상이 아름답다. 세상 모두가 나를 위해 마련된 공간 같다. 반면 누군가를 미워하면 우선 나 자신이 괴롭다. 세상이 싫다. 사람이 싫다. 사랑할 때 세상과는 변한 게 없으니 확연히 다르다. 이처럼 세상은 그대로여도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세상과 미워할 때의 세상은 아주 다르다. 세상이 좋고 싫음, 사람의 좋고 싫음, 분위기의 좋고 싫음은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니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우리가 사람을 미워할 경우, 그 것은 단지 그의 모습을 빌려서 자신의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것이다.”라고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이 말처럼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나는 나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내 속이 후련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병이 되어 결국 나 자신을 해친다. 미워하면 미워하는 만큼 혈액순환이 덜되고 만병의 근원이 될 수도 있으니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살아야겠다.

 

반면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만큼 세상은 사랑스럽다. 삶이 사랑스럽다. 세상 살맛난다. 기분이 좋다. 그러니 마음도 몸도 건강해서 좋다.

 

"자기를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아보면 남에게 느끼는 질투나 증오는 없어질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을 자기의 처지에 놓아보면 오만이나 자아도취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라는 괴테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도, 미운 짓을 할 수도 있는 존재이다. 완벽한 존재를 꿈꾸기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므로 먼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여 미워하는 일이 없도록 살아야겠다. 먼저 내가 남에게 미움 받을 일을 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신하게 하며 남의 실수는 이해하는 넓은 마음으로 미움을 쌓아두지 않고 사랑만 간직하며 살아야겠다.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왜 미워할 이유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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