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35- 가장 보편적인 욕을 말하다
세상에, 아니 우리말에서 가장 흔한 욕의 대상은 개다. 생활하면서 하루에도 꽤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물론 내가 누군가에게 듣는 말은 아니지만, 지나치면서 흔히 엿들을 수 있는 욕, 그 욕 속에 들어 있는 대상은 거의 개란 단어다. 만일 개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처럼 정교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개들이 들고 일어나 모욕한다고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만큼 욕을 할 때 우리는 개를 들먹인다. 1. 개거시기, 2. 개 같은 거시기, 3. 개만도 못한 거시기,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은 개와 당사자를 동일시한 욕이다. 따지고 보면 개와 동일시할 만큼 훌륭한 인간도 많지 않다. 이는 개에 대한 모욕이다. 만일 개들 중에 인간이란 개가 있다면 그는 완전히 왕따 당할 것이다. 적어도 개는 인간처럼 신뢰를 깨거나 배반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개가 그들 속에 있다면 그는 완전한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다.
2는 개와 완전히 동일시하지 않으나 개와 같은 행동을 한다는 의미의 욕이다. 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런 대로 사귈만한 사람이다. 아니 개가 어때서? 이전에 똥개들이 길거리에서 지들끼리 종족보존을 위한 행위를 했다고 그런 욕을 한다고? 그럼 개가 어디서 그런 행위를 하겠나? 인간은 그렇게 안하나? 안 보는 데서, 숨어서 그보다 더 추잡한 일을 하면서 겉으로만 점잖은 척할 뿐이다. 숨어서 그런 짓을 하느냐 드러내놓고 그런 짓을 하느냐의 차이일 뿐 본성으로만 따진다면 인간은 개처럼만, 개 같은 마음만 갖고 산다면 괜찮은 존재이다.
3은 욕다운 욕이다. 개만도 못하다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으니 적어도 개를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의미니까. 하긴 내가 나를 들여다봐도 나는 개만도 못한 존재인 것이 맞다. 이렇게 생각하니 개를 들먹이며 나를 욕한다 해도 괜찮다. 내가 개보다 나은 게 무엇이 있나, 물론 있긴 있다. 평균으로 따지면 나는 개만도 못하지만, 어쩌다 몇 가지는 개보다 나은 면이 있긴 있다. 본능적인 사랑 말고 그 이상을 넘는 사랑도 있고, 아무런 조건 없이 나와는 관계 없는 사람을 기꺼이 돕는 적도 어쩌다 한 번은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내가 개보다 낫긴 하다.
그러니 욕을 할 때 하더라도 좀 따지고 하자. 기왕이면 욕을 할 때 연역법보다는 귀납법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러이러해서 너는 개만도 못한 0이다. 이러이러해서 너는 개다. 이러이러해서 너는 개와 같은 0이다. 이렇게 설득하고 욕하는 습관, 욕의 원리를 갖고 욕을 하면 우리 사회에서 막말은 사라질 것이다. 욕을 좋아하는 것과 욕을 잘하는 것을 구분한다면 좋을 텐데, 인간은 자신에게 들이대는 자대와 남에게 들이대는 자대가 다르다.
이렇게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가장 이율배반적인 존재이다. 좋은 단어는 자신의 전유물로 여기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존재, 이를테면 개만도 못한 존재이다. 물론 이토록 부정적인 측면만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다. 개보다는 훨씬 나은 아주 고상한 존재가 인간이기도 하니까. 감히 개는 할 수 없는 아주 숭고한 일을 인간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간은 생존의 문제나 어떤 욕망의 문제를 넘어 어떤 신념이나 숭고한 사상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애를 넘어 지극히 이타애를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러니까 개만도 못한 인간이 인간의 평균적인 모습이라면, 평균을 넘어서는 개를 넘어서는 숭고한 인간의 모습도 있으니, 기왕 세상에 났으니 개보다는 나은 존재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