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42- 희망의 의미
희망, 그리스신화에서 최초의 인간여자 판도라는 신들이 모아준 선물을 담은 상자를 안고 지상에 내려온다. 상자를 열면 인간 세상에 온갖 불행이 다가옴을 예감한 프로메테우스 신은 절대로 그 상자를 열지 말 것을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결국 판도라는 필시 상자를 열면 예지의 신 프로메테우스만큼 예지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상자를 연다. 그러자 상자에선 온갖 부정적인 신들이 뛰쳐나온다. 판도라가 놀라서 상자를 잠갔을 땐 늦잠을 자던 희망만 남는다. 상자 밖을 나온 부정적 신들은 공중을 떠돌다 인간의 마음에 들어가 인간을 움직이며 온갖 질병과 불행을 일어나게 한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 하나면 이 모든 불행을 치료할 수 있다고 신화는 말한다.
희망, 이렇게 게으름으로 판도라의 상자 깊은 곳 안에 남은 희망, 누군가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어려운 희망, 때문에 희망은 누군가에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지독한 고문이기도 하다.
이 희망의 사전적 의미는 “앞일이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바람이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원”을 뜻한다. 적어도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희망은 지금 만족하는 사람에게 보다 지금 어려운, 힘겨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신의 선물이다.
지금 행복한 사람에겐 희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처럼만 살아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을 원하는 건 희망이라기보다 욕심이자 욕망이다. 반면 지금에 만족하지 못한, 지금 괴로운 사람들에겐 희망은 삶의 용기요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만일 이런 사람에게 희망이 더디 오면 그는 희망을 기다리다 병들고 지친다. 그러다 끝내 희망을 찾지 못하고 불행한 일을 겪기도 한다.
지금 아주 괴로운 사람, 그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바로 희망이다. 지금보다 나을 날을 기다리며 그는 하루하루 살아간다. 내일은, 모레는, 그리고 그 언젠가는.... 그렇게 시간을 셈하며, 시간을 넘으며 삶을 버틴다. 반드시 지금보다 나은, 지금은 죽고 싶을 만큼 힘겨운데 힘겨움이 사라지고 살만한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이 있어 그들은 버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희망으로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라던 삶, 고통이 끝나고 행복을 찾는다.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괴로운데 이 괴로움이 끝난다는 희망이 없으면 그는 희망 대신에 마음에 절망을 심는다. 끝없이 이어질 고통, 오늘의 괴로움은 내일로 이월되고, 또 모레로 이월될 거란 절망에 빠진 사람은 더는 삶의 의욕을 부추기지 못한다. 희망이 없는 절망의 연속 앞에 그는 무기력하게 더는 버티지 못한다. 그렇게 인생은 끝난다.
이렇게 절망에 빠져 세상을 등지는 사람은 소수이다. 세상엔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으나 그래도 삶을 버티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간다. 일말에 희망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고통의 늪에서 벗어난다. 고통의 짐을 벗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대부분 살아남는다. 바라던 일이 오늘 이루어지 않았으나, 내일은 이룰 수 있으리라 그렇게 산다. 그렇게 그 날이 와도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그 다음날에 희망을 건다. 이를 희망고문이라 한다. 어쩌면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 희망을 마음에 심고 어느 날엔가 평안을 바라며 고통을 견딘다. 희망고문을 달콤한 삶의 약으로 삼고 산다.
나는 희망으로 고문당하지 않는다. 오늘을 즐거움을 받아들이며 산다. 그러니 나는 행운아이다. 내가 그런 것처럼 당신도 희망으로 고문당하기보다 오늘 하루 최고 행복한 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