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43- 난 꿈이 있어요

영광도서 0 604

꿈이란 뭘까? 그래, 꿈은 순 우리말이지. 주로 쓰는 말로는 희망 정도, 영어로는 dream 또는 vision, 이 중에서 드림은 잠을 자면서 꾸는 것이나 어떤 목표로 삼는 희망도 함께 쓰는 단어이니, 드림이란 단어는 비현실적이며, 쓸데없는 생각의 산물이라 할 몽상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단어라면, 희망을 이르는 영어는 드림보다는 비전이 적당할 듯싶다.

 

비전을 대신하는 희망의 긍정적 힘은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힘, 삶에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거나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라 할 수 있다. 때로 어떤 희망 덕분에 포기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시도하여 성공한 예는 얼마든 있다. 그러니까 희망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자 원동력이다.

 

반면 희망은 때로 고문을 준다. 전혀 현실 불가능한 일임에도 행여나 어떤 일을 계속해서 쫓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무너지는 삶으로 이끄는 희망고문도 있으니, 희망의 부정적 측면이다. 이런 몽상과도 같은 것, 그러나 당사자는 그걸 알 수가 없다. 주변에선 분명 그것이 몽상인 줄 알지만 본인은 그걸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희망은 몽상과는 구별하여 생각해야 한다. 감정적인 상황의 꿈은 자칫 몽상으로 쓸 데 없는 생각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감정과 이성의 조화로 설정한 꿈이 비전이며 희망이다. 그런 면에서 꿈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이다.

 

인순이가 부른 <거위의 꿈>의 일부를 보면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 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라고 노래한다. 거위를 의인화하여 거위가 운명의 벽을 넘어서서 날아오르는 꿈을 노래한다.

 

꿈은 나를, 너를 우리를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준다. 비록 지금은 남루한 삶이어도 내일은 보다 깔끔한 삶이 기다리리라는 꿈, 지금은 멸시를 당하더라도 내일은 내가 내 삶을 선택하며 기꺼이 삶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꿈, 그러한 꿈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을 웃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꿈이든 꾸면서 산다. 그것이 비록 희망고문일지라도. 다만 나에게도 좋고, 너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꿈이라면 그 꿈은 꿀수록 좋은, 가질수록 좋은 희망이 아닐까.

 

이렇게 남에게 최소한 피해를 주지 않으며, 나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거나 힘을 주는 꿈, 그 꿈을 소박한 꿈이라 하자. 소박한 꿈으로 세상을 사는 나와 너 같은 민중이 있어서 세상은 살만하지 않으랴. 거창한 꿈을 꾸는 사람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일이 있으나 그들의 꿈이나 희망은 자칫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고, 자기편만 좋게 만드는 해로운 꿈일 수 있으니, 그건 그들의 몫으로 주고 너와 나 우리는 소박한 꿈을 꾸며 사는 게 어떠랴.

 

설령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소박한 꿈들은 갖고 살아야 하지 않으랴. 이 꿈마저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힘이 없어서 더는 비티지 못할 테니, 세상에 찢겨 남루한 날개로라도 훌훌 털고 다시 맑고 푸른 하늘로 날아갈 꿈을 꾸는 거위의 꿈처럼, 지금보다 나은 삶,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꿈꾼들 어떠랴.

 

거창한 꿈을 부러워 할 것도 아니고, 대단한 몽상을 비난할 것도 아니고, 너는 너에게 걸맞은 이성적인 꿈을, 나는 나에게 알맞은 소박한 꿈을 갖고 살면 어떠리. 이 꿈이 너와 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니까. 비록 세상은 불만으로 가득차고, 더럽고 치사하여도, 어쩌면 소박한 꿈마저 짓밟힐 수 있을지라도 지금 그 꿈으로 살아갈 힘이 된다면 그 꿈을 꾼들 어떠리.

 

김종서의 노래일 거야.

 

“세상 모든 걸 다 가지려 하지 마 꿈은 꿈대로 남겨둬-------- 나는 나 너는 너 서로 비교하려 하지 마 나는 나 너는 너 모두 똑같이 살 순 없어 세상 모든 걸 다 가지려 하지 마 꿈은 꿈대로 남겨둬 세상 모든 걸 꾸미려고 하지 마 지금 이대로 살면 돼 너의 화려한 겉모습보다 네 안에 숨어 있는 향기를 사랑해”

 

이런 소박한 꿈을 꾸며 사는 우리 덕분에 세상은 그런 대로 유지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나 내게 힘이 되는 꿈, 오늘은 남루해도 내일은 보다 나을 나의 삶을 꿈꾸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 하나 간직할 수 있다면 그런 대로 세상은 살만하지 않으랴. 그렇게 작은 꿈들마저 비록 이룰 수 없는 오늘이라도, 다시 내일로 그 꿈을 이월할 수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랴. 오늘 못 이룬 꿈을 내일로 유예하며 오늘도 미소 한 점은 입가에 남기며 살아야 하지 않으랴. 꿈의 유예, 희망의 유예, 죽는 날까지 나를 살게 하는 힘은 소박한 꿈들이다.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꿈이 있어서 언젠가 날개 부러진 거위는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고, 꿈이 있어서 너도 나도 오늘은 비록 남루하고 힘들어도, 삶의 짐이 버거워 넘어지고 싶고, 그냥 쓰러져 이대로 누워 쉬고 싶을지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으랴.

 

“꿈은 좋은 거야. 살아갈 힘을 주는 꿈은. 꿈은 좋은 거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너를 미소짓게 하는 꿈. 그런 꿈을 꾸라고. 거창하지 않은 꿈, 너무 원대한 꿈 말고, 내일이나 모레쯤 아니면 그보다 조금 멀어도 괜찮은 몽상이 아닌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라고. 그 소박한 꿈을 이루면 그에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원대한 이성적인 꿈을 꾸리고. 그렇게 소박한 꿈을 유예하며 사는 거야. 언제까지냐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늘 세상을 미소로 살아야 하잖아. 그래야 세상은 살만한 공간일 테니까. 자 힘을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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