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49- 나는 공부가 좋다
나는 공부한다. 고론 나는 존재한다.
요즘은 공부하는 재미로 산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이들이 욕을 할지는 모르겠다. 사실 대부분은 공부하는 즐거움을 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공부, 이는 누구나 즐긴다. 나는 이 공부를 즐긴다. 이제 이 나이에 시험 볼 일도 없다. 그냥 배우고 싶은 거 골라 배운다. 그래서 즐겁다. 골치 아픈 거? 그건 공부 안한다.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한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쉬운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금 어려우니까 그걸 풀어내기가 더 재미있다. 아주 쉬운 건 무슨 재미로 공부할까 싶다. 어려우니까 공부할 맛이 난다. 마치 산에 오르기는 힘들지만, 힘든 만큼 오른 산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더 아름답듯이, 공부도 그렇다. 어렵기 때문에 공부는 즐겁다. 다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하니까 공부도 즐겁다.
영국의 사회사상가 러스킨은 "교육의 참된 목적은 사람들에게 착한 일을 하도록 요구할 뿐 아니라 착한 일을 하는 그 자체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하는 데 있다. 또 사람을 결백하게 할 뿐 아니라 그 결백을 사랑하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정의를 지키게 할 뿐 아니라 정의를 목마르게 희구하도록 하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형식적 교육>이란 어떤 정해진 틀 안에서 특정한 기관에서 행해지는 <좁은 의미의 교육>을 말한다. 요컨대 조금은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이와는 달리 인간이 존재하는 곳 어디서든 장소나 시간에 구애됨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교육이 있는데 이를 <넓은 의미의 교육> 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계획이나 의도나 체계가 없이 교육기관이 아닌 가정, 또는 사회도처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교육이어서 <비형식 교육(informal education)> 이라고 한다. 특정한 형식이 없다고 하여 <무형식교육(nonformal education)>이라고도 한다.
특별한 형식이나 체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오히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요구되는 교육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양산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사회는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려지고 평생 가르치고 배우는 사회로 열려 있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멀리 느껴지던 컴퓨터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이러한 행위 하나하나도 <광의의 교육> 즉 <넒은 의미의 교육>이다.
졸업은 그래서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세상은 갈수록 좁아져서 지구촌 화하고 있고,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우리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희생한다. 아이를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먼저 항상 배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늘 텔레비전의 채널 전쟁이나 벌이는 어른이 아니라, 술 담배에 절어서 사는 본이 안 되는 모습의 어른이 아니라, 늘 공부하는 모습, 책을 읽는 모습,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이 되어 넓은 의미의 교육 그 자체가 되는 삶을 보여주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공부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한다. 죽는 날까지 공부하며 살다 죽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학생으로 산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이람! 나는 공부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