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50- 넌 논리적이야. 연역적이라고
논리, 이 단어를 만나면 우선 긴장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마치 논리는 아무나 아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 알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논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하는 말 모두가 논리이다. 누군가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이해하기 쉽다면 그 말의 순서엔 논리가 잡혀 있다. 딱 들으니까 설명을 참 잘하는구나 싶으면 거기에 논리가 있다. 그걸 나름의 논리라고 하지만 실제로 분석해 보면 그 안에 거창하게 이야기하는 연역법이든 귀납법이든 변증법이든 이 세 가지 논리에 따라 말하고 있다. 자신이 논리적으로 말하면서도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제 도봉산에 갔더니 꽃이 많이 피었더라고.”
“무슨 꽃이 피었기에?”
“왜 있잖아. 입구에서 약수터 올라가는 데엔 애기똥풀꽃이 요기 저기 피었고, 조금 올라가면 입구엔 진달래가 피었지, 조금 더 올라가니 양지꽃에다 제비꽃들도 피었더라고.”
“그렇구나. 벌써 여름인데, 도시에 살면 봄이 오는 것도 모르겠어.”
이 대화는 “봄이라서 도봉산엔 꽃이 많이 피었다라고. 입구에는 노란 애기똥풀, 조금 더 들어가면 산골처녀 같은 진달래꽃, 산중턱엔 청초한 보라색 제비꽃도 피고, 정상 가까이엔 벌써 노란 양지꽃도 피었더라고. 양지꽃이 핀 걸 보니 벌써 봄이 오긴 했어.”로 정리 할 수 있다. 이는 세 단계로 우선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니 대전제로 시작하여, 다음엔 직접 본인이 확인한 소전제, 마지막 정리한 한 마디를 결론으로 보면, 이 말은 실제로 정언3단논법에 근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알고 보면 누구나 나름 논리적으로 말한다. 다시 말해 밑도 끝도 없는 말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수다를 떠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말하다 저 말하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화제를 마구 바꾸면서 말하는 개념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논리적으로 말한다. 다만 자신이 말하는 방법이 어떤 논리로 말하는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우선 흥미를 끌만한 화제를 먼저 환기하는 사람은 연역적으로 말하고, 세세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귀납적으로 말하는 셈이다. 만일 말을 시작할 때 “나는”으로 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귀납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또는 “세상엔” 등 포괄적인 개념의 단어로 시작하는 이들은 연역적으로 말한다고 보아도 거의 맞다. 보편적인 화두로 시작한다, 던진 화두를 세세하게 설명한다면 연역적이다.
우리는 논리를 모르는 게 아니다. 논리적으로 말하지 않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논리적으로 말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다만 자신이 어떤 논리로 말하는지 모를 뿐이다.
대화를 할 때 상대가 관심을 끌만한 말, “어제 종로에서 참 잘생긴 남자를 봤거든.”로 시작하고 “어쩜 키도 그렇게 훤칠하고, 코도 오똑하고, 눈은 어쩜 그렇게 맑고 큰지, 그뿐인 줄 알아. 종아리도 근육이 발달해서 옷 사아이로 삐져나올 것 같더라니까.”라고 친절하게 묘사하고 “내가 근육 발달한 남자를 좋아하잖니. 난 그 남자 종아리 근육 참 멋지더라.”로 말을 마쳤다면 여지없는 연역법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는 게 마음에 든다면 나는 연역적으로 말하기를, 연역적으로 생각하기를 종하하거나 그런 습관이 있는 셈이다. 하고 싶은 말을 우선 하고, 그 다음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하고, 말을 꺼낸 이유로 말을 마무리하면 연역적이다. 누구나 이렇게 말할 줄 안다. 다만 논리적으로 말하고도 모를 뿐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논리란 말이 나오면 우선 논리야 즐겁다로 맞아들이고, 논리는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살면서 이미 일상적으로 쓰는 것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기왕이면 무슨 말을 하든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습관을 갖자. 그러면 상당히 논리적으로 말하는 거니까.
“너는 말을 찬찬히 알아듣기 쉽게 말하더라. 넌 논리적이야. 앞으로는 조금만 더 친절하게, 찬찬히 설명해줘. 세상 뭐 그리 급하게 살 거 없잖아. 밑도 끝도 없이 말할 필요 없어,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하던 말 찬찬히 끝낸 다음에 다음 말로 넘어가. 그럼 좋겠어. 알아들었지.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