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65- 그거슨 아니쥐

영광도서 0 487

요즘 유행하는 말 중 텔레비전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서 허재의 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소위 왕년에 내로라한 스포츠 스타들을 모아 구성한 축구팀의 좌충우돌 레퍼토리를 다룬다. 씨름의 이만기, 농구의 허재, 마라톤의 이봉주, 격투기의 김동현, 체조의 여홍철 등, 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스타들이 출연한다. 이들 출연자들이 왕년의 축구 스타 안정환에게 축구를 배우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재미있다. 그들이 스포츠 스타답게 축구도 잘하면 오히려 재미가 없었을 텐데, 너무 못하니까 더 재미있다. 이들이 축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들도 덩달아 재미있다. 그들의 말들 역시 진솔하니 듣기에 썩 좋다. 그 중에 허재가 버릇처럼 달고 하는 말 “그거슨 아니쥐”, 이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이 말은 정말 요즘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인 듯 절묘하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이거슨 아니쥐가 많은가. 그럼에도 누구 하나 제대로 이거슨 아니쥐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물론 이거슨 아니쥐라고 말하는 이들 제법 많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말해도 잘 듣지 않는다. 듣지 않는다 라기보다는 아예 외면한다. 왜냐하면 그거슨 아니쥐라고 말한들 니나 내나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대중의 외면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 그것은 아닌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는 아노미 상황에 빠져 있다.

 

문제는 정작 그것은 아니지라고 말할 사람들은 오히려 그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네 편 내 편을 떠나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남의 편의 잘못은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니까 ‘너나 잘해’라는 식으로 외면당한다. 옳은 말을 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자격을 대중이 묻기 때문에 말을 한들 해도 한 게 아닌 셈이다.

 

반면 차라리 내 편이긴 하지만 그것은 아님을 분명히 알 텐데도, 무조건 옹호한다. 내 편이니까 일단 보호하려 한다. 아니면 실제로 내 편과 나는 동일체로 인식하기 때문에 잘못으로 안 보이는 오이디푸스처럼 변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그것은 아닌 일이 보이지 않고 당연한 일로,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치부한다. 제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제대로 세상이 돌아가려면 그것은 아니지, 따끔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이들이 너무 없다. 말할 사람, 말해야 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

 

우리 사회가 한 마디로 그것은 아니지를 주사 맞아야 할 중병에 걸려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문제 삼지 못하는 나 역시 병에 걸려 있다. 하긴 나 역시 그것은 아니지. 내가 나를 먼저 솔직하고 찬찬히 들여다봐야지. 내가 내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봤으면 나 역시 그러하지 않았는지를 먼저 성찰해야지. 남의 부끄러움을 보면 나에겐 저런 부끄러움이 없는지, 욕먹을 짓 하는 사람을 보고 나는 저렇지 않은지, 먼저 나를 알고 남을 비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 역시 그것은 아니지. 남의 단점을 보면서 나는 그렇지 않은 가, 남의 잘못을 보면 나는 저런 잘못을 한 적 없는지, 솔직하게 나를 들여다봐야겠다. 그리고 이제라도 신뢰를 얻어 ‘그것은 아니지’라고 말해야겠다.

 

나를 들여다보는 잣대는 너그럽고,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엄격하다면 그것은 아니지. 이전에 유명한 코미디언이 남긴 유행어 “먼저 인간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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