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66- 장점과 단점 사이

영광도서 0 538

‘장점은 단점을 덮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를 전제로 한다면 이는 ‘장점은 단점의 다른 이름이다’란 논리와 닿는다. 왜냐하면 지금 드러난 장점의 본질에는 단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깊이 감춘 단점을 치명적인 약점이라 부른다.

 

물론 그 단점을 그대로 두었으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니었을 테지만 그것을 숨기려는 노력, 그 노력 덕분에 숨기는 능력을 길렀고, 그 능력은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그 이미지와 실체 사이엔 너무 벌어진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처럼 이미지와 실체 사이의 큰 괴리를 위선이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위선이란 ‘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을 향한 나의 표출을 사람들은 나에 대한 이미지로 읽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미지가 아닌 나의 실체를 사람들이 본다.’란 상황에서 밝혀진 이미지와 실체 또는 진실 사이의 괴리라는 논리를 얻는다. 그러니까 장점은 영원한 장점이 아니고 단점 또한 영원한 단점이 아니다. 적자생존을 위한 궁여지책 또는 임기응변의 결과일 뿐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신화의 아킬레우스는 여신과 인간 남자 사이에서 탄생한 아들이다. 그의 어머니 테티스는 자신의 아들을 영생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그를 지상과 지하를 잇는 거대한 강이자 영험한 강 스틱스에 그를 담근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발목을 손으로 잡고 거꾸로 담갔다 꺼낸 바람에 그 부분은 물에 젖지 않은 것이다. 그걸 알았을 때는 그 기회는 그 한 번으로 끝난지라 그 부분만 죽음을 부를 수 있는 부위로 남는다. 다른 곳은 완벽하나 그곳만 불완전한 부위로 남은 것이다. 이제 이 아이의 이름을 아킬레우스라 지었으니, 이름의 뜻은 ‘발이 가장 빠른 자’란 의미이니, 그 약점을 감추기 위해 이를 보충하란 의미로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덕분에 그는 어느 누구도 따를 자가 없는 발이 빠른 자로 성장한다. 그 아킬레우스는 후일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목 부위를 맞아 죽음을 맞는다. 이 부분을 아킬레스건이라 부른다.

 

아킬레우스의 가장 빠른 발에 그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뜻은 장점은 곧 급소라는 뜻이다. ‘칼로 다스리는 자 칼로 망하리라’란 말이 있듯이 무언가를 잘한다고 해서 그것을 자꾸 내세우면, 점차 오만에 빠지고, 오만으로 인해 좀 더 나가면 어느 임계점에 이르고, 그 순간에 그 장점은 일순간에 무너지고 그것으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장점은 치명적인 약점 또는 급소라는 아이러니가 나온다.

 

칼 잘 쓰는 자 칼로 망하듯이, 말에 자신 있는 자는 말로 망한다는 말이 가능한데, 장점이 단점이 되는 건 결국 정도를 넘기 때문이다. 정도를 넘는 것을 오만이라 하는데, 오만과 겸손의 경계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타인을 공격하는 순간은 오만이요, 나를 돋보이기 위한 정도까지는 겸손의 범주에 든다. 때문에 내 말은 자유롭게 할지언정 남의 말을 할 때에는, 더구나 남을 비판하는 말을 할 때에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오만이니 위선은 태도보다는 말로 이룬 이미지와 나의 실체 사이의 괴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걸 너무 과신하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나를 성찰함으로써 내 장점을 치명적인 약점으로 추락시키지는 말아야겠다.

 

“너는 장점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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