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79- 어머니란 나무
시가 되는 나무가 있다. 여린 가지 맨 끝에 달린 잎사귀에서 가슴까지 눈물을 뱉어낸 나무는 밑동 그 아래 뿌리 끝까지 눈물을 내려 보낸다. 뿌리 끝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가지 끝 하나도, 심지어 잎사귀 하나도 소홀히 않고 눈물을 실어 보낸다. 어쩌면 저리도 꼼꼼할까. 저토록 많은 잎새들 하나하나 셈하며 고루고루 단 하나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눈물을 나누는 섬세한 마음이 또 있을까. 가장 가는 잎새 끝에서 가장 길게 뻗어나간 아주 가는 실오리만한 뿌리 끝까지 눈물을 짜내어 먹이는 저토록 고요한 눈물의 노래가 또 있을까. 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고고하게 홀로 선다. 삶 자체가 시가 되어 든든히 서 있다.
시가 되는 사람이 있다. 손끝만 닿아도 가슴을 요동치게 하여 내 깊은 뿌리 채 흔드는 사람이 있다. 머리올 하나하나에서 발끝까지 아름답고, 움직임 하나하나 단정하고, 한 문장 한 문장 말 한 마디 모두 품위가 있어서, 흐트러짐 없는 삶 자체가 나무를 닮은 사람이 있다. 신비로 다가와 내 머리 끝에서 내 발뿌리까지 뜨거운 피를 용솟음치게 할 만큼 내 가슴에 울림을 주는 사람, 나의 뜨거운 숨결을 기다려 선 아름다운 사람, 생각하면 그리움을 주는 사람, 바라보면 애절함을 주는 사람, 가까이 하면 마음을 울컥거리게 하는 사람, 그래서 내 마음에 시로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그 한 사람으로 세상이 저절로 시가 되어 걸어와 내 마음을 두드리며 사랑을 노래하라 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이름의 사람, 커다란 나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든든히 지켜주는 사람, 큰 나무를 닮은 사람, 그 나무 자체가 된 사람이 있다. 나무가 이 끝 저 끝 고루고루 물을 나누며 살듯, 내 몸과 마음 구석구석을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 시가 된 사람이 있다. 시처럼 아름답고 시보다 섬세한 사람이 있다.
-내 삶의 그리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