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87- 상황에 맞는 교육

영광도서 0 465

진화론의 가장 중요한 기본개념 중 하나는 ‘적자생존’이다. 곧 만물은 유전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생물은 변하게 마련이다. 이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존재는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는 도태되고 소멸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진실 중 하나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는 적자생존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존재가 세상에 나와 연령에 맞게 변화해야, 시대의 흐름에 변해야, 상황 또는 조직에 맞게 변화해야 적응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교육 역시 그 어떤 상황에 맞춘 적자생존을 위한 의도적 학습이라 할 수 있다.

 

영국 속담에 "자식에게 공부만 시키고 놀리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너무 높다. 때문에 요즘 아이들을 보면 오히려 불쌍하다. 벌써 초등학생만 되면 학교다 학원이다 정신이 없다. 마음껏 뛰어 놀아야 제대로 정신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들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안 하면 오히려 불안하다. 그건 시작에 불과하고 아이는 자라면서 더 과중한 공부건 교육이건 감당해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할 수만 있다면 최소한의 폐해를 막으려는 이러저러한 법을 피해, 할 수만 있다면 편법을 자행하고 심지어 교묘하게 불법을 저지른다.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한 자유에 따른 교육이란 명목의 과중한 짐을 지고 산다.

 

1896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피아제(Piaget)는 아동의 지적 발달에 관한 많은 연구 실적 물을 남겼다. 생물학 박사인 그는 생물을 넘어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프랑스의 비네 연구소에서 일했다. 비네는 최초로 지능검사 IQ 검사를 제안했는데, 피아제는 비네의 연구소에서 아동들의 지능검사의 제작 작업을 도왔다.

 

그것을 기회로 피아제는 인지발달 단계 설을 주장한다. 인간은 환경과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상호작용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으로 외부세계와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과 외부세계와의 관계에 관한 지식을 얻게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를테면 인간은 태어나면서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능력은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외부세계의 환경과 관계를 맺으면서 단계적으로 발달한다는 것, 인간이 성장하는 데는 두 가지의 중요한 기제가 있으니, 곧 조직과 순응이라고 그는 말한다. 또한 조직은 별개의 감각들을 구조 속으로 변형시키고 결합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속적으로 자리 잡은 이 구조는 이어지는 발달단계에 따라 변화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단계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이 환경에 맞도록 살아가려면 이제까지의 삶을 조절해야 하고, 그 환경에 동화되어야 살아남는다. 이처럼 외부요소와 유기체의 내부구조 속으로 통합하는 상황에 동화된다. 이렇게 영향을 끼치는 환경에 맞도록 조절하고, 상황에 순응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존재는 살아간다. 이러한 조직, 동화, 조절이라는 기본적인 이 세 가지 과정은 평생토록 우리에게 일어나는 과정들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동화와 조절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는 평형이 이루어지지만 불균형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데, 이때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그 단계에 맞는 동기유발을 해주어야 한다.

 

유기체, 즉 사람이란 동물은 본능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그 균형을 유지해 가려는 성질을 타고난다.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것은 그 자체가 배우는 과정이다. 그 환경에 거부감을 느낀다 해도 인간은 그 환경에 순응하며 자신을 거기에 맞추며 살아가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강제적이거나 반강제적으로 적응하도록 의도적인 길들임을 하니, 이게 곧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교육의 의미는 불편을 전제로 한다. 받아들임의 자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의도가 들어 있는, 적어도 타의에 의한 교육은 불편한 적응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인간에겐 최소한의 적자생존을 위한 교육이 불가피하다.

 

오늘도 우리의 아이들은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밤늦도록 이끌려 다닌다. 그럼에도 그 환경에 제대로 적응을 못해 뒤로 처지는 아이가 있다면 그를 더 따뜻하게 보살펴 주어야 하듯이, 아이가 인지발달단계에 따라 거기에 무리 없이 동화되고 스스로 조절하면서 살아가듯이, 나 역시 때에 맞게, 환경에 맞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환경에 지배당하는 노예로 살지 않으며,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환경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맑은 미래를 여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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