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98- 생각이 깊이로 이끈다

영광도서 0 481

인간은 누구나 생각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누구나 생각을 한다. 인간은 적어도 잠들지 않은 상태라면 인간은 누구나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나 상관없이 의식이 있는 상황에서는 생각하는 존재다.

 

다만 생각이라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누군가는 별로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 또는 나는 별로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언제 어디서나 잠든 순간이 아니면 나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생각이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엇에 관해 생각을 할 때만 생각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무엇을 하고 있는 때를 제외하고 생각이 없었던 적이 있는가, 단연코 없다. 잠시라도 인간은 생각이 없는 적이 없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조금의 짬이라도 있으면 무엇인가 생각을 한다. 아니면 무엇인가 수많은 영상들이 떠오른다. 이처럼 생각이라고 생각되는 문장들은 물론 수많은 잡다한 마음속을 유영하는 이미지들 그 모두가 생각들이다. 물론 잡념이란 말로 바꿀 수는 있을지라도.

 

그 많은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그 생각은 철학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작품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소위 창조물이라고 부르는 아니면 발명품 또는 발견이라는 것 모두는 생각의 산물이다. 비록 잡념이라 치부한 것들, 쓸데없는 허상이나 터무니없는 망상들도 어떻게 정리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생산적인 무엇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들을 살아 있는 무엇으로 생각하기만 한다면.

 

생각, 이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한다. 이것저것 별것을 다 생각한다. 그러한 수많은 생각들을 생각으로 여기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이제 잡상이든 망상이든, 잡념이든 상념이든, 사색이든 명상이든, 다양한 방식의 다양한 생각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나는 철학자가 될 수도 있고 창작자가 될 수도 있고 예술가가 될 수도 있고 학자가 될 수도 있다.

 

데카르트의 철학적인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찰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나는 생각한다. 살아 있는 인간은 모두 생각한다. 언제나 생각한다. 생각은 생각을 잉태하고 다른 생각을 낳는다. 잉태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줄줄이 낳는다. 그러니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생각, 생각을 내가 다룰 줄만 안다면 생각은 나를 깊게 만든다.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 밖에서 얻는 정보들이 나를 깊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나를 깊게 한다. 달리 말하면 세상에 관한 온갖 지식 또는 정보는 나를 넓게 하지만, 나를 깊게 하는 것은 생각이다. 때문에 성찰이 필요하다. 잡다한 질문을 생산적인 질문으로 바꾸는 지혜, 그것이 나를 깊게 한다. 그 방법이 성찰이다.

 

성찰은 내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의 여행이자 내 안으로의 탐험이다.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나에게 말을 건다. 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내가 나에게 거는 말은 내 안에 있다. 때문에 나는 그 질문 또는 그 말에 충분히 대답을 할 수 있다. 그것을 흔히 생각이라 정의한다. 그것이 건설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고, 그러한 생각들이 나를 깊게 만든다. 생각의 질을 높이기는 결국 내가 나에게 말 걸기이며 내가 나에게 질문하기이다. 그리고 내 안에서 답을 찾기이다. 그것이 나를 깊이로 인도한다.

 

살아 있는 나는 언제 어디서나 생각한다. 생각하는 나는 나에게 말은 건다. 나에게 질문한다. 언제 어디서나 질문하거나 생각한다. 그 생각이 나를 깊이로 인도한다. 세상은 또는 책은 나를 넓게 만들고, 생각은 나를 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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