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108- 생각도 통제가 가능하다면
다른 동물은 되어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인간은 잠시도 생각을 쉬지 않는 존재이다. 살아 있는 순간순간 늘 생각을 한다. 다만 뚜렷이 생각나거나 스스로 생각이라고 정의한 것만 생각으로 여겨서 그렇지 실제는 항상 생각을 한다. 끝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이러한 생각들은 창조의 근원인 생각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씨앗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번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기왕이면 생각을 하되 건설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어 한다.
가만있어도, 아니 가만있을수록 더 떠오르는 무수한 생각들, 그러한 생각들을 나름대로 통제하기 위해 인간은 생각을 구분한다. 사색과 잡념, 명상과 몽상뿐 아니라 생각이란 단어 앞에 수식어를 달아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 건설적인 생각과 파괴적인 생각,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 등, 수많은 생각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생각을 잘 구분한 신화가 힌두교를 낳은 인도신화라 할 수 있다.
창조신 브라흐마는 어둠의 신 타마스, 기의 신 라자스 그리고 선의 신 사트바로 이들 신은 속성은 셋이지만 실체는 하나인 삼위일체이다. 이 신들 중 태초에 어둠의 신 타마스가 우선 명상을 하니 생명이 탄생한다. 어둠과 직장인데, 이 둘이 결합하며 바람을 만들자 몸을 버리고 새 몸을 입으니, 새 몸은 빛과 선으로, 이것이 다시 입과 결합하여 두 가지 원리를 낳으니 빛의 신들로 낮과 밤이다. 다음으로 선의 신 사트바가 사색을 하니 선조영령들과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딸이 탄생한다. 이제 세 번째로 기의 신 라자스가 생각을 하니 사유하는 피조물이 탄생한다. 마지막으로 브라흐마는 어둠 속에 있으니 이상한 생각들이 마구 떠오르더니 그 생각들은 귀신들을 낳는다. 당황한 창조신 브라흐마는 당황한다. 이내 음울한 생각이 나더니 시체를 먹는 악귀 간다르마가 태어나기에 생각을 정리하니 평정한 상태에서 유쾌한 생각을 하자 새들과 포유동물 그리고 식물이 탄생한다.
이처럼 인도신화는 생각을 명상, 사색, 생각으로 생각의 단계를 구분한다. 또한 어두운 생각과 밝은 생각으로 생각의 질을 구분한다. 그러한 생각들은 사라지는 생각이 아니라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창조의 근원임을 말한다. 생각은 아무런 형체도 없으나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체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이러한 근본사상에서 제행무상이니 공즉시색이니 색즉시공이란 정의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 생각은 힘이다. 무엇을 만들어내든 창조의 근원이다. 가만있으면 아무렇게나 떠올라 개념을 정리할 수 없다. 이를 잡념이라 한다. 의도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곧 잡다한 생각들의 뭉치인 잡념이다. 있으나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 색즉시공이다. 반면 이러한 잡념을 몰아내야겠다고 생각하면 의도적인 생각이 그것들을 밀어내고 생각의 방을 차지한다. 그것을 통상적으로 생각이라 부른다. 이를 구분한 것이 명상이자 사색이다.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인 생각이 자연스럽다면, 자연을 만든다면, 의식적인 생각은 자연을 바꾼다. 이것이 문명이다. 이렇게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을 통제하거나 지배하려면 생각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하나의 생각을 밀어 넣으면 다른 생각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생각은 하나의 좁은 방에 갇힌 존재와 같아서 그 방안에는 혼자밖에 살 수 없다. 때문에 강한 생각이 들어오면 다른 생각은 거기 머물지 못하고 방을 비울 수밖에 없다. 물론 때로 의도적인 생각보다 더 강하게 급습하는 나쁜 생각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대부분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때로 생각을 건설적으로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언어와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언어와 행동은 강한 것 같으나 그것은 마치 영혼 없는 껍데기와 같아서 생각이 생명을 주지 않으면 활동할 수 없다. 이를테면 언어와 행동은 노예이고 생각이 바로 그 언행을 지배하는 주인이다.
“생각하라. 지금의 생각이 너의 내일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