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세상읽기-125-가장 부드러운 혀를 잘못 놀리면?
“술잔은 비록 작으나 물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사이리스의 말이다. 공감이 가는 이 밀, 그렇다고 술에 관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장을 말에 적용하여 나는 “혀는 비록 짧으나 칼에 찔려 죽는 사람보다 혀에 찔려 죽는 사람이 더 많다.”라고 말하련다.
혀는 우리 지체 중에 어쩌면 가장 부드러운 지체이다. 자유자재로 혀를 놀릴 수 있다. 하는 일도 많다. 우선 혀 하면 맛을 느끼는,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인가를 핥을 수도 있고, 혀로 진한 사랑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처럼 혀는 세상의 그 무엇을 받아들이는 첨병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지체이다. 먹고 살기 위한 모든 것들은 이 혀를 거쳐야 들어간다. 혀는 이것을 받아들이는 보초 역할을 하며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몸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판단하며, 받아들일 것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한다. 때문에 혀는 아주 부드럽게 또는 아주 민감하게 세상과 접한다.
이렇게 받아들인 세상의 것들은 여지없이 뒤로 나간다. 뒤로 나가는 것들은 모두, 아무리 맑고 깨끗한 것들일지라도 역한 냄새를 풍기며 나간다. 뒤로 나가는 것들은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미련을 두지 않는다. 들어오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 모든 판단도 거기에 있다. 그러니 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확실하다.
이처럼 혀를 통해 들어온 것들이 배설기관을 통해 나가는 것은 관심 밖에 있다.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들어올 때만 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어도 배설기관으로 나가는 것에는 그렇다. 들어온 것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을 필연인데, 그 모두는 죽어나가며 썩어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으로 건강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증거물이기는 하다만.
문제는 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 것들이 혀로 나갈 때이다. 혀 스스로 판단한 것은 배설기관으로 나가는 것으로 끝이지만, 혀는 눈과 귀로 들어오는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이 다름 아닌 말이다. 혀는 맛으로 들여보내면서 다른 한 편으로 맛을 만들어 내보낸다. 안으로 들이는 역할에서의 혀는 나 자신과 관련이 있어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할 때 혀의 역할은 나보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다.
이때 바로 혀는 자칫 잘못하면 아주 끔찍한 흉기일 수 있다. 가장 부드러워서 자유자재로 놀릴 수 있는 혀, 물론 혀는 마음에 이용당할 뿐이기는 하다만, 상징적으로 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혀, 혀, 혀,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이놈의 혀로 나올 것이다.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이 혀를 통해 나오는 말, 혀는 가장 부드러운 지체이지만 가장 무거운 흉기로 쓰인다. 잘못 놀린 혀의 찔린 마음들이 상처를 입으면 감아줄 붕대도 없다. 치료해줄 약도 없다. 때문에 혀에 찔려 죽은 사람도 참 많다. “혀는 비록 아주 부드러우나 혀에 찔려죽은 사람이 칼에 찔려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말한 들 틀린 말이랴.
물론 혀를 통해 나온 말들이 흉기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혀는 비록 짧아서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나 약으로 건강을 얻는 사람보다 말로 치유 받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 들 틀린 말이랴. 이처럼 말은 때로 세상의 약이나 수술로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요놈의 혀는 이처럼 끔찍한 흉기일 수도 있으나 아주 훌륭한 붕대일 수도 있고, 치료제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세치 혀는 세상을 어지럽히거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끔찍한 흉기이다. 반면 누군가의 세치 혀는 세상을 치유하고 누군가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누구든 혀를 갖고 있다. 누구든 혀를 놀린다. 마음의 명령을 따라 놀리기만 할 뿐인 혀, 그러나 상징적으로 나의 첨병 역할을 하는 혀이니 만큼, 무엇을 탓하랴, 무엇을 칭찬하랴, 내가 나의 혀에게 고맙다 할 수 있을 만큼, 내 요놈의 혀를 잘 다스려야겠다.
‘혀는 비록 부드러우나 가장 치명적인 흉기일 수 있으니, 흉기로 쓰이지 않도록 해야겠다. 오히려 혀로 다른 이를 살리는 도구로 써야겠다.’ “혀는 가장 부드러운 지체이나 가장 무서운 흉기로, 칼에 찔린 사람보다 혀에 찔려 죽는 사람이 더 많다. 혀는 비록 짧으나 칼보다 훨씬 깊은 상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