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30- 오늘도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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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 또는 ‘날마다 웃는 날!’

 

누군가 사인을 원할 때 가끔 써 주는 말이다. 날마다, 매일매일 우리는 산다. 날마다 살아왔고, 살아 있는 한 날마다 살아갈 것이다. 모든 날들을 어디를 자를 수 없으니 연이은 하나인 것 같으나 돌이켜보면 한 날 한 날로 나누어 있다. 그것을 하루라고 한다. 자르면 이런 사건 저런 사건들이 중첩된 것을 알지만 그냥 보면 하나인 날들의 결합, 하루는 한 달로, 한 달은 일 년으로 다시 한 덩어리로 묶인 것이 날들이다. 이를 나누는 말 날마다, 하긴 날마다란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날마다 뒤에 붙는 말이나 결과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날마다 좋은 날, 날마다 웃는 날, 날마다 행복한 날, 이처럼 좋은 말을 뒤에 붙이면 듣기만 해도 좋지만, 뒤에 나쁜 말을 붙이면 날마다는 안 좋은 말로 변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하다못해 하나의 단어가 다른 이미지로 확 다가오듯, 내 삶 역시 내가 어떤 삶을 덧붙이느냐에 따라 내 삶도 행복일 수 있고 불행일 수 있다. 세상 사 무엇이든 양면성이든 대칭적이든 음양이든 서로가 바탕과 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삶에 바탕은 마련되어 있고, 아니 강제로 주어져 있고, 그 바탕에 어떤 무늬를 그리느냐만 나의 몫이다. 행복을 그리든 불행을 그리든 그것은 내 몫이다. 그런데 실상 알고 보면 같은 그림이건 같은 무늬인데,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무늬가 다를 뿐임을 알 수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어느 하루> 란 소설이 있다. 소설의 내용은 그야말로 이반 데니소비치가 감옥에서의 하루를 살아낸 이야기이다. 아침에 기상한다. 아침을 먹기 위해 줄을 선다. 가까스로 아침을 먹는다. 그날의 맡은 일을 한다. 점심을 먹는다. 어렵게 일을 마무리한다. 저녁을 먹는다. 잠자리에 든다. 하루는 이렇다. 대략으로 본다면 이 하루를 기록한 소설이다. 물론 그날 한 일들에다 그날 주고받은 말들뿐 아니라 그날 하루를 지내면서 떠오른 지난 일들까지를 포함한 하루의 기록을 소설의 소재로 삼는다.

 

어느 하루, 소설 속 이 하루는 보편적인 듯하지만 가만 생각하면서 읽으면 이 하루는 특별한 하루다. 글에 등장하는 것은 무엇이든 특별하다. 이 하루 역시 그렇다는 뜻이다. 잘 읽어보면 이 하루는 아주 운이 안 좋은 날이다. 하는 일마다 실수에다 얽히고설킨다. 여느 날에 비해 사건이 많다. 그런데 참 다행히도 용케도 매순간 위기를 넘긴다. 다른 날 같았으면 꼼짝없이 끔찍한 처벌을 받을 일들을 운 좋게 넘어간 덕분에 여느 날 같았으면 꼼짝없이 굶을 것이 이날은 오히려 잘 먹고, 여느 날 같았으면 꼼짝없이 들켜서 끔찍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저질렀건만 가까스로 들키지 않는 덕분에 잘 넘어간다. 여느 날에 비해 이렇게 저렇게 실수한 게 많은 날인데 결과는 그 반대인 이 하루, 여느 날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꼬일 대로 꼬인 날인데 간신히 넘어간 이 하루, 이것이 이반 데니소비치의 어느 하루다. 때문에 이 소설의 뜻은 제목과는 달리 ‘이반 데니소비치의 어느 특별한 하루’이거나 ‘가장 운이 좋았던 하루’이다. 주인공이 감옥에서 보낸 10년, 그러면 대략 3650날이라면 그날들 중 가장 운이 좋았던 그 하루이다.

 

일생이란 단어로 한 삶이 정리될 수 있지만 날 수로 따지면 장수하면 24000날이다. 그 날들 하루하루가 날마다 좋은 날이면 얼마나 좋으랴.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어제는 아니고 오늘이다. 아니 오늘뿐이다. 오늘 내게 어떤 일이 주어질지 대략 예상은 하나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치 백지에 어떤 글을 쓰는 것처럼, 시간 시간 주어진 바탕에 나의 흔적을 남길 뿐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처럼 나 역시 죄수처럼 지구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 유형수로 산다. 하루하루를. 어느 특별한 날보다 그냥 하루하루 넘어가서 특별한 기억이 없이 평범한 날, 그날이란 날이 있다면 그야말로 좋은 또는 행복한, 웃는, 이런 긍정의 단어를 덧붙일 수 있는 날들의 연속이어서 날마다 좋은 날이었으면 한다. 지금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너와 나에게 주는 말, “오늘도 좋은 날!”, “오늘도 웃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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