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41- 그래도 순수했던 신앙의 날들
한얼산기도원에 들어간 다음다음날, 마침 1,000명이 들어가는 원형 새 성전 봉헌식이 있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갑작스럽게 몰려들었다. 봉헌 예배는 거창하게 열렸다. 촌놈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원에 들어찼고, 봉헌예배 역시 화려했다. 봉헌예배가 끝나면서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비닐봉지에 담은 떡을 나누어주었다. 한 봉지씩만 받으면 참석한 모든 이들이 하나씩 다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받아냈는지 혼사서 여럿 받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욕심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욕심들 때문에 나는 한 몫도 받지 못했다. 다만 형제님, 자매님 그럴 듯한 호칭만 다정했을 뿐, 믿는다고 별 다를 것은 없었다. 그렇게 욕심 사납게 받은 이들은 다음날까지 떡을 먹었다. 그렇다고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남들은 먹는 떡을 맛도 못 본 채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나름 일찍 식당 앞에 밥을 먹으러 갔으나 이미 많은 이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긴 줄을 보니 순서를 기다려 밥을 먹느니 굶자 싶었다. 하여 밥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때도 마찬가지였고 저녁때도 마찬가지로 줄을 길게 서 있어서 다시 밥 먹기를 포기했다. 힘은 힘대로 없었지만 틈나는 대로 예배에 참석하고 틈나는 대로 조용한 곳을 찾아 기도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렇게 사흘의 반복, 금식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줄서서 밥 먹기 싫어서 본의 아니게 사흘을 금식을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굶을 수는 없었다. 해서 기도원에서 밥 먹는 것을 포기하고 굶어서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마을로 내려왔다. 대로와 기도원 중간쯤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그 집에 들어가서 라면 두 봉을 끓여달라고 시켰다. 모처럼 먹는 라면, 무척 맛이 있었다. 허겁지겁 먹는 내 모습에 주인이 안됐던지 누룽지를 한 그릇 푸짐하게 더 주었다. 그런데 너무 갑자기 많은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그날 저녁 설사로 모두를 사고 말았다. 그 다음날부터는 다행히 사람들이 확 줄었다. 새 성전 봉헌식 때문에 몰려들었던 이들이 떠나고 나니 식당에서 밥 먹는 일이 수월해져서 그때부터는 정상적으로 하루 세끼를 식당에서 사 먹었다.
그렇게 기도원에서 그야말로 경건한 생활을 하면서, 밤엔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나님이 병을 고쳐주셨는지, 일어나자마자 길게 하품을 해보곤 했다. 그러면 여지없이 옆구리가 당겼다. 아직 기도응답을 받지 못했다 싶어서 절망하면서도 또 다시 기도를 드렸다. 그럼에도 역시 병을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순간 머리에 선뜻 다가오는 깨달음, 주님은 시험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대로 믿지 않고 시험을 해보곤 했으니 믿음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으로 기도를 하고 기도응답이 이루어졌음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시험을 하지 않았다.
토요일이었다. 기도원에 머물던 사람들이 줄어도 아주 많이 줄었다. 나와 함게 같은 방을 쓰던 사람들도 모두 산을 내려갔다. 그 밤엔 나 혼자 뿐이었다. 그날따라 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다. 캄캄한 방에 혼자서 밤을 새우려니 너무 울적하고 쓸쓸했다. 그 밤은 더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마음에 들리는 목소리, 병 고침을 받았다 믿고 기도원을 내려가기로 했다. 일주일 간 기도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당분간 일을 못하는 대신 집 옆 계곡 맑은 물가에 나가 기도하면서 찬송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아프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기적과도 같이 더는 옆구리는 아프지 않았다, 믿음이란 얼마나 갖기 힘든지, 그 여러 날의 체험으로 깨달았다.
집을 나서서 안수기도를 받는 것으로 시작해서 기도원에 오르고, 기도원에서의 일주일, 혼자 길을 걸으면서 구슬픈 가사를 읊조리며 걸었던 모습, 절망에 쌓여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언덕길을 오르던 모습, 잣나무 아래서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하는 모습, 비 내리던 밤, 어두운 방에 혼자 남아 눈물로 기도하면서 보낸 모습, 그때의 모습들이 지금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렇게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신앙을 가졌던 순간의 나, 다시 그날들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