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회 - " 어린 왕자의 여행, 다섯번째 별 : 점등인이 살고 있는 별나라 이야기(2) "

영광도서 0 582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라 세계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세계 각국과 통할 수 있어서 현실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혼동하기도 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면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탓에 점차 이기적으로 변하는 세상이다. 내가 어렸을 적 농촌생활은 어쩌면 여유 있는 생활이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니까 불이라야 호롱불밖에 없었다. 밤이 되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일찍 잠을 자게 된다. 아침에는 시계가 소용이 없다. 그냥 날 밝고 해뜨면 대략 일터로 나간다. 일터라야 집 앞이거나 멀어봐야 걸어서 1∼20분 거리밖에 안 된다. 모여서 품앗이한다고 해도 정확히 몇 시에 모인다는 개념이 없이 대략 몇 사람 모이면 일을 시작하고 늦게 오는 사람은 늦게 일을 시작하는 생활의 연속에서 사람들은 한결 여유 있는 생활이었다. 그런데 산업사회니 정보화 사회니 변모되면서 세상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나는 너무 힘든 일을 하고 있단다. 예전엔 이치에 맞는 일이었지. 아침에 불을 끄고 저녁에 불을 켰으니까. 낮엔 쉴 시간도 있었고 밤엔 잠잘 시간도 있었고……"

"그러면 그 뒤로 명령이 바뀌었나요?"

"명령이 바뀐 건 아니란다. 비극은 바로 그거야! 별은 해마다 점점 빨리 도는데 명령이 바뀌지 않는 거야!"

"그래서요?"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별이 일 분에 한 바퀴씩 도니까 나는 단 일 초도 쉴 시간이 없는 거야. 일 분마다 한 번씩 켰다 껐다하는 거야!">>

사람들이 변할 뿐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삶의 패턴이 바뀔 뿐, 우주는 그대로 있다. 그런데 사람들만 무척이나 바쁘다. 도시의 생활은 전기의 발달로 밤낮의 구분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밤낮으로 일하고, 놀고, 뛰어다니게 만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섭게 세수하고 뛰어나가고, 낮에도 질주하다시피 일하고 저녁이면 늦게 집에 돌아온다. 하루에도 지구가 몇 바퀴씩 자전을 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에는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이니 뭐고 난리들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고쳐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위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현장경험이라곤 없이 책상머리에만 앉아있던 사람이니 제대로 바뀌지 않고 약자들만 괴로워진다.

세상이 바뀌면 그 바뀌는 만큼 그것을 재는 척도도 바뀌어야 한다. 제도도, 법도 세상의 변화에 알맞게 바뀌어야 한다. 쓸모가 없어진 법은 버려야 한다.

분식밖에 먹을 것이 없는 동네에도 쌀을 적게 먹으라는 분식장려운동도 있었다. 지킬 수 없는 법은 악법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지킬 수 있고, 지켜야만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하는 게 법정신이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즉 꼭 있어야만 될 사람, 있으나 마나한 사람, 있어서는 안될 사람 말이다. 사실은 이 세 부류의 사람들 모두 있어야 하는 사람임엔 틀림없다. 오히려 사회에 득이 되는 사람, 득이 안 되는 사람,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으로 분류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점등 인은 그래도 사회에 득이 되는 사람이다.

<<어린 왕자는 더 먼 여행을 떠나며 혼자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 왕이나 허영 쟁이나 술꾼이나 상인한테 업신여김을 받을 거야. 하지만 내가 보기엔 우스꽝스럽지 않은 사람은 저 사람뿐인 것 같아. 아마 다른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일 거야.'

그는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친구로 삼고 싶은 유일한 사람인데. 하지만 저 아저씨 별은 정말 너무 작아. 둘이 있을 자리가 없으니……"

어린 왕자가 축복받은 그 별을 잊지 못하는 것은 스물네 시간 동안 천사백사십 번이나 해가 지기 때문이었어요.어린 왕자는 차마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어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할 일에 어김없이 충실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살만한 사회이고 인간적인 사회이다. 세상일을 혼자서 다하는 것처럼 하면서 뒤로는 사회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들이야말로 득이 안 되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영광 중에 사는 듯하지만 남에게 폐나 끼치는 그런 부도덕한 사람이 많은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훌륭한 사람은 자기 땀의 대가만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건강한 사회이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충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이다. 그런 점등인과 같은 이들이 아직은 많아서 이 세상은 유지되어가고 있다. 나서서 애국자인 양하다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나 몰라라 제 몫만 챙겨서 야인으로 돌아가는 각 분야에 정치적인 인간들 때문에 사회의 불만은 고조되고 어지러워진다. 진정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말로만, 생각으로만 한 몫 하려는 이들이 평가절하 되는 세상이 될 때, 우리 사는 이 나라가 제법 정의가 살아있고 사람 살만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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