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9회 - " 어린 왕자의 여행, 여섯 번째 별 : 지리학자가 살고 있는 별나라 이야기(1) "

영광도서 0 514
우리는 흔히 탁상공론이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학자연하는 이들의 오만에 빗대는 말이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통해서 보고를 통해서 듣고는 그대로 실행하다보니 그릇된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을 통한 산지식이다. 왜냐하면 지혜는 빌릴 수도 있지만 경험은 돈 주고도 살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이 오류가 많고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는 것은 이론에만 의존하는 학자들, 또는 정치가들 탓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은 가급적 앉아서 많은 것을 배우려 한다. 하지만 배움에 있어서는 체험보다 분명하고 명확한 것은 없다. 생각하면서 경험하고, 경험하면서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문제를 만나든지 제대로 해결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보면 책상중심의 인물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 승용차만 타고 다니던 사람이 교통부장관을 한다. 엘리트 교육만 받은 사람이 교육부장관을 한다. 일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농수산부장관을 하고 노동부 장관을 한다. 직접 체험을 하지 않고는 그 뭔가에 대한 본질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그들이 약자들, 시민들의 아픔을 알 리가 없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기득권 싸움만 하려하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해서 앞장서는 이는 보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리학자가 말했어요.

"그래 맞아. 하지만 난 탐험가는 아냐. 나는 이 별 탐험가를 하나도 못 만났어. 도시,강,산,바다,대양,사막을 세러 다니는 사람이 지리학자가 아니거든. 지리학자는 너무도 중요한 사람이어서 돌아다닐 수가 없단다. 자기 책상을 떠나는 법이 없는 거야. 서재에서 탐험가를 맞아들이지. 지리학자는 그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 탐험담을 기록하는 거야. 그러다가 어떤 탐험가의 도덕성을 조사하게끔 하는 거야."

이 사회에 엘리트들은 대부분 남의 공이나 가로채는 사람들이 많다. 남이 연구해온 것을 제 자신이 연구한 것 인양 발표하면 제 것이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손 하나 까딱 안하고 기공식에 참석하고, 준공식에 참석해서 테이프만 자르면 그 사람이 한 일이 된다. 그러니까 이 사회는 강한 사람이 약자를 이용해서 그 공을 자기가 차지하는 연쇄관계에 있어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실 이 세상을 유지하는 건 이름 없이 일하는 약자들이다. 이들이 이 세상을 짊어지고 가고 힘 있는 자들은 뒷짐 지고 따라만 오는 식의 세상은 아닐까 슬프다.

세상에는 참으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게으름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공을 가로채는 사람이 있다. 또한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거짓말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진리는 진리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진리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말한 탐험가는 지리학자의 책에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탐험가 역시 마찬가지야."

"그건 왜요?"

어린 왕자가 물었어요.

"주정뱅이는 모든 걸 둘로 보기 때문이야. 그러면 지리학자는 산이 하나밖에 없는 곳인데도 둘이 있다고 기록하게 되지."

"품행이 나쁜 탐험가를 저도 한 사람 알고 있어요."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지도자, 엘리트들일수록 정직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거짓말을 너무 잘해서 그게 관행처럼 되고 있다. 이들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일개 서민의 농담은 별 영향이 없지만 이들의 농담 한마디는 온 나라를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모범이 되어야 하며 정직해야만 한다.

기록에 남지 않아도, 소리 없이 사라져도 그건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아도 이 세상이 이제껏 이어온 것은 소리 없이, 그리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민초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

"오! 내 별은 별로 재미있진 못 해요. 아주 작거든요. 화산이 셋 있는데, 불 있는 화산이 둘, 불 꺼진 화산이 하나예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아무도 모른다."

지리학자가 말했어요.

"꽃도 하나 있고요."

"우린 꽃 따위는 기록하지 않는단다."

"왜요? 내 별에서 제일 예쁜 건데!"

"꽃은 덧없는 것이기 때문이야."

역사는 기록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역사가 아니라, 권력 있거나 권력을 둘러 싼 사람들의 것이다. 아무리 훌륭하게 살다간 사람이라도 권력이 없는 사람은 기록되지 못한다.. 또한 역사는 1등만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만 의미 있고,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권력에 연연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의 사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비록 역사에 기록되지는 못해도 남에게 득이 되게 살면 그게 최고의 삶이다. 우리는 우리 사후에 남게 될 이름보다도 현재에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할 때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남에게 얼마나 박수를 받고 칭찬을 받느냐 보다는 나는 나를 어떻게 다스리며 살고 있느냐의 문제가 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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