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20회 - " 애틋한 사랑 "

영광도서 0 547
사랑,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또한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고백은 많지만 진실한 사랑은 드물다. 사랑이란 말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는 어려운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랑이란 숭고한 정신과 그 아름다운 말에 담긴 깊은 뜻은 생각지도 않고, 우리는 낯간지럽게도 사랑이란 말을 사용한다. 진정한 사랑의 길은 고통의 길이며 아픔의 길인데도 우리는 좀 더 즐겁고, 좀 더 쉬운 사랑을 추구하며, 그것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며 살고 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은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집에서 저녁을 준비해 놓고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에게 들려온 소식은 병원에 아들이 입원해있다는 것이었다. 몹시 놀란 어머니는 애타는 가슴으로 병원에 달려갔다. 불행하게도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한 상태였다.

의식을 찾은 청년은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세상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들었다. 그는 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아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점점 더 우울해졌다. 그런 그의 괴로움을 지켜보아야 하는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당신이 그 괴로움, 그 아픔을 대신하고 싶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누군가가 그에게 한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있었다. 결국 그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한동안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다.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며 말했다.

“엄마, 난 이제 어떻게 해. 애꾸눈으로 어떻게 사느냔 말야!”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청년은 붕대를 풀게 되었다. 그런데 붕대를 모두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은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의 눈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는 한쪽 눈만을 가진 어머니가 안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얘야. 내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내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네게 짐이 될 것 같아서......." 어머니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랑이란 내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손해를 보지 않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사랑은 상대를 나의 몸으로 여기고, 그 아픔을 내가 대신하듯이 아파야 하는 것이다. 그가 나와 별개가 아니라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그의 괴로움을 함께 나누고, 그 괴로움을 대신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안타깝고 아프게 느낄 수 있을 때, 그 감정을 사랑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사랑, 진실한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그 사람을 인도할 수 있다. 희생없는 사랑은 없으며, 그를 대신하는 마음이 없는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 아닌 것이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숭고한 행위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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