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26회 - " 향기로 남은 사랑 "

영광도서 0 471
아무리 서로가 사랑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있으며, 원치 않았던 사람과 우연히 어떻게 엮여서 할 수 없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경우를 포함해서 인연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만나게 되는 우연도 참 묘한 일이거니와, 그 우연이 인연이란 끈으로 묶여서 서로를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일도 묘한 일이다.

사람의 일이란 마음대로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도 얼마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맘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일은 그 끈질긴 인연들을 현실로 인정하고 거기에 순응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아니면 다부진 반항으로 그 인연의 문을 열고 그 인연을 한 순간의 끈질긴 악연으로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인연으로 엮인 사랑을 아름답게 지켜내고자 하는 영혼들이 있어서 세상은 향기롭다.

너무나 서로가 사랑하는 두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가 이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남자는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여자 측 부모들이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먼 나라로 돈을 벌러 갔다.

혼자 남은 여자는 그 남자가 돈을 벌어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려는 부모님의 성화는 날로 더해만 갔다. 하지만 그 남자는 소식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을 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남자는 많은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하여 먼 곳으로 가버린 후였다. 그로서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그녀를 잃고 나자,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 그는 결국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여자가 좋아했던 꽃씨를 심고는 물대신 자신의 인대를 끊어 피를 그 꽃에 주었다. 그리고는 과다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싹이 돋더니 꽃이 피었다. 그 꽃은 은은한 향을 내더니 멀리 멀리 펴져 나갔다. 그 향기는 멀리 1000리를 넘어 그녀에게 까지 전해졌다. 그녀는 바람결에 자기가 좋아하던 꽃향기를 맡고는 문득 첫사랑의 남자가 떠올랐다. 지난날 그와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하니 그리움이 사무쳤다. 그녀는 서둘러서 고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피를 흘리며 죽었다는 그 곳에 가보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아름다운 꽃이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그녀는 그 꽃을 조심스럽게 캐어서 집으로 돌아와 화분에 옮겨 심고는 그를 대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그 꽃을 돌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은 어디에든 깃드는 것이니, 그 사랑 변치 않으면 어떤 모양으로든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도 중요한 일이다.

또한 사랑이란 현실적인 상황이 평안하고 만족할만하다고 해서 그 사랑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만도 아니다. 조금은 어렵고, 힘겹더라도 진실한 사랑이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기쁨으로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는 것이다. 사랑이란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어서 살다가 어느 순간 애절한 울림으로 되살아나서 추억에 잠기게 하는 것, 그날의 아픈 기억이 없도록 사랑한다면 진득하게 기다려 볼 일이다.


*사랑은 눈에서 멀어져도 변치 않고, 그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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